러군 공습에 엄마 잃은 우크라 자매…푸틴 콘서트에 동원

기사등록 2023/02/26 10:58:18 최종수정 2023/02/26 11:00:51

러 병사에 "구해줘 고맙다"며 감사 인사

우크라 이웃들 "충격과 혐오감 느꼈다"

[모스크바=AP/뉴시스] 22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조국 수호자의 날'을 하루 앞두고 '조국 수호자에게 영광을'이라는 음악회가 열려 관객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기다리며 국기를 흔들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을 맞아 열린 이 콘서트에 참석해 조국을 위해 싸우는 군인들을 애국자라고 칭했다. 2023.02.23.
[서울=뉴시스] 권성근 기자 =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맞아 열린 애국 콘서트에 동원돼 러시아 군인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던 우크라이나 자매들은 사실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어머니를 잃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영국 가디언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모스크바에서 규모가 가장 큰 축구경기장인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는 지난 22일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애국심을 고취하는 콘서트가 개최됐다. 이 행사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공연을 관람하고 연설을 했다.

이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검은 머리의 안나 나우멘코(15)가 자신을 구해준 유리 가가린이라는 군인에게 감사를 표하는 장면이었다.

동생의 손을 잡고 무대에 오른 안나는 "나와 내 여동생 그리고 마리우폴의 아이들 수십만명을 구해준 유리 삼촌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안나의 여동생 카롤리나는 군중의 환호성에 놀라 귀를 막기도 했다.

그러나 자매의 어머니는 지난해 4월 러시아군의 마리우폴 공습 때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마리우폴에 머물던 안나의 가족은 러시아군의 공습을 피해 대피소를 전전하며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렸고 안나의 어머니가 잠시 외출했다가 포탄 파편에 맞에 사망했다는 것.

이런 사정을 아는 마리우풀의 옛 이웃들은 콘서트 장면을 보고 "충격과 혐오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조국 수호자의 날'을 하루 앞두고 열린 음악회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을 맞아 열린 '조국 수호자에게 영광을'이라는 콘서트에 참석해 조국을 위해 싸우는 군인들을 애국자라고 칭했다. 2023.02.23.
이웃 중 한 명은 "혐오스러운 것은 아이들이 배우가 아니라는 것"이라며 "이들 자매는 정말 마리우폴 출신의 아이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이웃은 또 다른 아이를 가리키며 "콘서트에는 같은 마을에 살던 코스티아도 보였다"며 "우리는 같은 건물에 살았고, 전쟁의 첫 달을 같은 피난처에서 보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아는 코스티아 부모들은 친 러 성향은 아니었고 전쟁과 관련된 이야기를 한 적도 없다"며 "아이들이 금전적인 이유나 다를 동기로 무대에 오른 것 같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도시가 잿더미가 될 때까지 마리우폴에 대한 공습을 중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군은 민간인 대피소로 사용됐던 극장도 공습해 어린이를 포함해 수백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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