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조달 혁신, 문제점 여전…업계, 조달청의 우수조달물품 규정개정안에 반발

기사등록 2023/02/24 11:34:33 최종수정 2023/02/24 11:39:47

시장 현실·법리에도 맞지 않아…대안 마련해야

[대전=뉴시스] 조달품질원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대구=뉴시스] 나호용 기자 = 조달청이 코로나19 확산과 원자재 가격 폭등, 인건비 상승, 금리 인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달시장에 법률적으로나 공공조달 시장 현실과는 거리가 먼 조달정책을 추진해 관련 업계의 불만을 사고 있다.

조달청이 최근 추진하는 우수조달물품 지정·관리규정 개정안에 대해 공공조달 업체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24일 공공조달 업체들에 따르면 조달청은 기획재정부와 조달청이 마련한 공공조달혁신방안의 신속한 추진을 위해 우수조달물품 지정·관리규정(지정관리규정)의 전부개정안을 지난 1월 25일 행정예고했다.

2021년 8월 9일 개정 고시된 지정관리규정의 전면 개정이다.

우수조달물품 지정제도는 조달물자의 품질향상과 중소·벤처기업의 판로를 지원하기 위해 성능 기술 또는 품질이 뛰어난 물품을 우수제품으로 지정, 수의계약 등을 통해 각 수요기관에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1996년에 도입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 동안 공공조달 물품이나 서비스 품질향상, 중소·벤처기업의 판로 확보에 크게 기여해 온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에 조달청의 지정관리규정 전부 개정의 주요내용은 ▲규정체계의 전면적 정비 ▲과점관리 규정의 신설 ▲장기 지정기업에 대해 기준을 대폭 강화, 사실상 우수제품의 유지가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주요 개정 및 신설 내용을 살펴보면 중소기업이 창업후 우수조달물품으로 지정받은 햇수의 합이 7년 이상인 기업을 장기지정기업으로 분류, 장기지정기업은 더 이상 우수조달물품으로 지정 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거나 어렵도록 심사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또 신규지정업체를 제외한 기존 우수조달물품 지정업체의 품목별 납품액이 1위 업체의 점유율이 지정관리규정이 정한 비율 이상인 1위업체와 세부품목별 공공조달시장 전체 규모에서 우수조달물품 납품 점유율이 90%이상일 경우 집중도 관리품목으로 지정해 우수조달물품에 대한 메리트인 제3자 단가계약의 중지 등 원천적으로 계약을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신설이다.

공공조달 관계 전문가는 "조달청의 이번 주요 정책 개정이나 신설은 법적 측면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을뿐 아니라  공공조달시장의 현실적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법적 관점에서 볼 때 ▲우수조달물품 등의 구매증대와 판로확보 필요성을 규정한 조달사업법(제26조 제2항)의 입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고 ▲'계약상대자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 또는 조건을 정해서는 아니된다'고 계약의 원칙을 정한 국가계약법(제5조 3항)에 위배되며 ▲그 동안 지정관리규정에 의한 우수조달품목으로 지정받아 판로 확보에 도움을 받아온 우수조달물품지정업체들이 이번 지정관리규정 개정으로 이러한 수익적 혜택이 철회될 상황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4.7.22. 선고 2003두7606 판결)에 따르면 “수익적행정처분을 취소 또는 철회하거나 중지시키는 경우 그 취소권등의 행사는 기득권의 침해를 정당화할 만한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 또는 제3자의 이익 보호의 필요가 있을 때에 한하여 상대방이 받는 불이익과 비교교량하여 결정해야한다”는 법리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이 전문가는 또 집중도관리품목 지정 규정은 공정거래법(제6조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 조항)에 정한 기준을 원용하고 있으나 공정거래법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판단은 시장점유율 기준 이외에도 진입장벽의 존재 및 정도, 경쟁사업자의 상대적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도록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정안은 기준만 정해 기준에 해당하면 불이익조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조달청의 자의적 행정처분이 가능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했다.

이어 우수조달물품지정업체들은 조달청의 제3자단가계약 체결을 믿고 다년간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기술을 개발하고 우수조달물품으로 지정받았는데 집중도관리품목 제도 도입으로 제3자단가계약 체결이 불가능할 수도 있어 행정기본법(제12조)이 정한 행정청은 공익 또는 제3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행정에 대한 국민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신뢰를 보호하여야 한다는 신뢰보호의 원칙에 배치된다고 설명했다.

현재와 같은 공공조달시장 현실에서 조달청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장기지정기업의 경우 매출감소는 물론이고 우수조달물품 지정을 받기 위해 연구소나 생산시설 마련, 우수인력 확보, 특허등록 등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장기지정 기업의 투자회수가 어렵고, 기술개발 중소기업의 경영 타격이 불가피해 결과적으로 고용유지 불가 등 부작용 유발 ▲기존 개발 기술의 활용도를 저하시켜 국가적 손실을 초래할 우려가 있고 ▲기술력이 아닌 지정기간의 장기여부로 우수조달물품 지정을 하게돼 공공조달시장에서 기술개발 의지를 꺽게되는 결과 초래 ▲수요기관은 품질과 성능이 우수한 제품 구매의 선택폭이 좁아져 수요기관의 공공조달을 통한 수요 감소는 물론 국가 기간시설의 품질과 성능 저하가 초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함께 우수조달물품으로 지정된 품목수가 2월 현재 448개 품목이 있는데 품목마다 각각 상이한 특수성을 가지고 있으나 우수제품 지정을 위한 심사 평가 기준이 한 가지로, 일률적 기준이라는 것도 문제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지정관리규정상 심사규정중 수출실적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가 있는데 품목에 따라서는 수출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내수 중심의 품목이 있는가하면 소비성 물품도 있고 인프라용 기자재도 있다. 또 성능과 품질 안정성, 장기간 성능 및 품질이 검증된 제품이 필요한 주요 인프라 자재의 경우도 있어 이들 각각의 품질·성능 기준은 달라야하나 모든 품목에 대해 심사·평가기준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공공조달 중소기업들은 기업 경영에 부담이되는 규정의 시행은 충분한 유예기간을 설정해 시행하는 것이 기업경영의 예측가능성을 보장해주고 계약이행의 신의성실 의무에도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공공조달 관련 전문가는 "조달청의 공공조달 혁신이 필요하고 중요하지만 제도의 목적과 취지에 맞게 정책 수단을 개발해 합리적이고 안정적 관리 또한 중요하다"며 "업계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hy@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