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자회 등 17일 오월어머니집 앞서 규탄 집회
몸싸움 등 갈등 확전 양상…행사 강행 의지 확인
진상규명 등 선결 없고 화해 대상 없는 행사 우려
'5월의 상주'인 5·18유족회가 '섣부른 용서'를 이유로 행사 참여를 반대하고 시민 단체 100여 곳이 연일 비판을 쏟아냈지만, 이들은 5·18 당시 남편과 자식을 잃은 어머니들에게 몰려가 항의까지 하며 눈총을 샀다.
신군부가 권력 찬탈을 위해 벌인 살상 행위에 대한 사죄는 훗날로 밀릴 전망이다.
5·18부상자회와 공로자회 회원 100여명은 17일 오전 광주 남구 양림동 오월어머니집 앞에서 집회를 열어 행사에 반대하는 오월어머니집과 지역 사회를 규탄했다.
오월어머니집이 지난 2020년 노태우씨의 장남 노재헌씨와 인연을 맺은 것이 부적절하다며, 당시 노씨의 국립5·18민주묘지 참배를 막지 않은 것을 문제삼기도 했다.
부상자회 등이 오월어머니집 앞에 진을 치면서 일대는 한때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일부 회원들은 규탄 현수막을 내걸거나 떼는 과정에서 몸싸움까지 하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결국 행사는 신군부에 대한 역사적 단죄와 사죄가 빠진 채 화합이라는 미명 아래 열릴 우려다.
지역 사회는 지난 13일부터 5월 단체들을 향해 행사 철회와 시민 공론화를 촉구했다.
대다수 계엄군들의 침묵이 이어지는 상황에 정부 주도 진상규명 결과를 기다리자는 것이 주요 이유였다.
행사에 참여하는 특전사 예비역 중 1980년 당시 투입된 계엄군 수도 불과 2~3명에 불과해 진정성도 의심됐다.
나머지 특전사 예비역과는 '화해와 용서'의 선결 조건이 '다툼'조차 없다.
특히 특전사 동지회를 세운 당사자가 정호영 전 특전사령관이라는 점이 지역 사회에 기름을 부었다.
정씨는 전두환, 노태우, 이희성, 황영시와 함께 5·18 유혈 진압의 책임이 가장 무거운 신군부 중요 인물 5인 중 한 명이다. 현재 5인방 중 유일하게 생존해있다.
그는 5·18 당시 광주에 투입된 3·7·11공수여단의 총괄 작전 지휘권을 쥐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나 이를 여태 부인하고 있다.
행사에서 군가 '검은 베레모'를 제창한다는 계획을 철회했지만 행사 취소를 요구하는 여론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검은 베레모'는 특전사들이 1980년 5월 27일 옛 전남도청을 사수하던 시민군을 학살한 뒤 부른 군가다.
끝내 5·18 유족회가 행사 불참을 선언, 계엄군과 '모자 결연식'을 맺기로 한 오월어머니도 이를 철회하면서 명분이 약화됐으나 강행 의지는 여전하다.
'5월 정신 헌법 수록'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위해 기획한 행사가 도리어 5월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5일 부상자회가 연 기자간담회에서는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에 앞서 전 국민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는 내용이 강조됐다.
그러나 행사 강행 중단을 촉구하는 비판이 연이어 나오면서 지역 사회에서 화합조차 이루지 못하고 있다.
5월 정신의 3대 요소인 대동 정신 재현, 나눔, 화합에 금이 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부상자회는 행사 이후 지역 사회와의 화합을 다시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노형규 부상자회 사무국장은 "특전사 단체와 후속 행보는 단순 봉사활동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5월의 모든 순간에 지역 사회의 도움이 있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따가운 지적과 비판을 달게 받으면서 함께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원로들은 지금이라도 행사 추진 계획을 재고해달라는 입장이다.
이지현 초대 5·18부상자회장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행사를 중단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분명한 후속 계획을 밝히라"며 "특전사와의 행보는 올해 5월이 지난 이후에 해도 충분하다. 비록 일부일지라도 시민 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공청회를 통해 듣고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안성례 초대 오월어머니집 관장은 "광주 시민이 정의를 위해 하나로 뭉쳐 신군부를 물리친 대동정신을 잊어선 안된다. 정의에 입각해 불법부당한 것을 용납해선 안된다. 그것이 5월 정신의 최우선"이라며 "5월 정신을 잊은 행사는 열려선 안된다. 돌아가신 5월 영령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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