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날 빙하’ 불안정…온난화로 빨리 녹는다(영상)

기사등록 2023/02/17 06:00:00 최종수정 2023/02/17 06:45:56
국제 스웨이츠빙하 협력단 소속 영·미과학자들은 2019년 5일에 걸쳐 빙하에 600m에 달하는 구멍을 뚫고 아이스핀이라 불리는 어뢰처럼 생긴 로봇을 내려보내 빙하를 조사했다. 출처: @BritishAntarcticSurvey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광원 기자 = 남극 ‘최후의 날 빙하’로 별명이 붙은 스웨이츠 빙하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빠르게 녹아내리고 있다는 새 연구결과가 나왔다.

15일(현지시간) CNN·영국 남극조사 사이트 등에 따르면 남극 서쪽에 자리 잡고 있는 미국 플로리다 크기의 스웨이츠 빙하를 육지와 연결하고 있는 빙붕(氷棚·ice shelf)이 바다 온난화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르크 마개처럼 바다 위로 솟아 있는 빙붕은 빙하를 육지와 연결하면서 바다 수위가 올라가지 않도록 막는 역할을 한다.

15일 네이처에 발표된 2개의 논문에서 과학자들은 빙붕 하단의 녹는 속도는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천천히 진행되는 반면에 빙하에 생긴 계단(staircase)형 깊은 틈(크랙)은 빨리 녹고 있다고 밝혔다.

해마다 빙하는 수십억 톤의 물을 바다로 흘려보내 바다 수위 상승에 4% 정도 기여한다. 빙하는 특히 해저와 만나는 부분에서 더 빨리 녹아내려 1990년 대 이래 14km가량 줄어들었다.

스웨이츠 빙하가 완전히 용해될 경우 바다 수위는 70cm 이상 높아져 세계 곳곳의 해안 마을들을 집어 삼키게 된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남극 서쪽을 둘러싸는 자연 제방 역할을 하고 있는 스웨이츠 빙하가 사라지면 궁극적으로 바다 수위는 3m 이상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사태가 벌어지기까지는 수백 년, 수천 년이 걸릴 수 있지만, 빙붕은 훨씬 빠르게 녹아내려서 빙하가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쪼그라들 수 있다

국제 스웨이츠빙하 협력단 소속 영·미과학자들은 2019년 5일에 걸쳐 빙하에 600m에 달하는 구멍을 뚫고 각종 도구로 빙하를 관측했다.

아이스핀이라 불리는 어뢰처럼 생긴 로봇은 그 동안 관측이 불가능했던 지점까지 접근해 수온, 염도와 조류 등 정보와 사진을 전송했다.

과학자들은 빙하가 축소되고 있지만 빙붕의 용해 속도는 연간 2~5.4m로 예상보다 느리게 진행된다는 걸 확인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빙붕과 바다 사이의 차가운 해수가 용해를 억제하고 있었다.

또 해저부 빙하의 모습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빙하 전체에 테라스와 크레바스 같은 계단형태의 거대한 크랙이 있었다.
 
연구팀은 특히 이런 크랙 부근이 빨리 녹는다는 걸 확인했다. 따뜻한 해수와 염분이 크랙 부위를 통로처럼 흐르면서 크랙을 점점 넓히고 있었다.

논문 저자들은 크랙과 테라스 부위가 녹는 것이 빙하 전체 붕괴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2021년엔 빙붕이 5년 내에 산산조각 날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고 작년엔 스웨이츠 빙하가 육지에 손톱 끝으로 간신히 매달려 있는 형국이라는 연구가 발표됐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빙하는 큰 변화를 겪고 있다.

데이빗 라운스 카네기멜론 대학 빙하학자는 “빙붕 바닥이 얼마나 빨리 녹고 있는지, 녹는 과정은 어떤지를 새롭게 확인한 덕에 스웨이츠 빙하의 미래에 관한 연구가 촉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연구가 해수면 상승을 더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게 해 기후변화를 늦추고 해변 마을을 보호하는 데도 기여했다며 “스웨이츠 빙하의 완전 용해는 먼 훗날의 일일지 모르지만 그 결과는 모든 사람에게 충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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