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비 폭등·수요부족에 운행업체 '백기'
운행 등록 12개 노선 중 절반이 멈춰서
'신설 1년' 799번 노선도 일시휴업 돌입
"밑 빠진 독에 물 붓기"…해법 마련할까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광주에서 교통 불편 지역을 오가는 '시민의 발' 마을버스가 줄줄이 멈춰 서고 있다. 운영 업체가 연료비 급등, 이용 수요 부족으로 경영난에 내몰렸으나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한 탓이다.
13일 광주시와 각 자치구에 따르면 광주에는 서·남·북·광산구에는 마을버스 12개 노선·81대(예비차량 10대)가 등록돼 있다.
그러나 현재 운행 중인 노선은 700번, 715번, 720번, 760번, 777번, 788번 등 6개 노선뿐이다.
운행업체 중 1곳인 광산버스는 720-1번 운행을 지난해 12월 12일부터 일시 멈춘 상태다. 노선이 지나는 구간은 평지·봉정마을과 명화동, 광주송정역 등이다. 해당 노선 버스를 운행하는 유일한 기사가 건강 상 이유로 운전대를 내려놨고 사측 경영난도 심화됐기 때문이다.
석봉운수의 701번(석봉운수차고지~수완중) 노선도 운전기사 부족과 승객 감소로 지난해 12월 1일부터 운행을 멈췄다.
서구·남구 중심 노선을 운영하는 나라교통은 재정 악화를 이유로 713(남구문화예술회관~계수)·714(소태시외버스정류장~조선대)·763번(월드컵경기장~천교)의 운행을 지난해부터 잠정 중단했다.
이달 들어서도 지난 11일부터 북구 마을버스 노선인 799번(살레시오고~김대중컨벤션센터역·총 22㎞)가 임시 휴업에 돌입했다. 휴업 기간은 내년 8월 11일까지지만 운행 재개는 불투명하다.
운행사인 광남고속관광 측은 799번 노선이 생긴 지난해 3월 2일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10개월간 운행업체의 적자 폭이 4억여 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사측은 노선 유지를 위해 버스 1대 당 하루 평균 승객 450~500명이 충족돼야 하지만 실제 승객은 하루 최대 100명 남짓 수준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운행할수록 적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 업체가 운행 중인 777·788번 역시 노선 신설 이후 적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을버스는 시내버스가 다니지 않는 벽지(僻地)에 살아 교통 불편을 겪는 시민들을 위해 운행되는 공익적 측면이 있지만, 경영상 부담은 대부분 운행업체가 떠안아야 하는 구조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150%가량 폭등, 연료비 부담이 커졌고 만성적인 승객 부족으로 운행업체의 경영난은 악화일로다.
이에 북구는 노선 조정·대체 노선 발굴 관련 조사 용역에 착수했다. 조사·분석 결과를 토대로 최적 노선 조정·대체 노선 확보안과 세부 운영계획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광주시 버스정책심의위원회 심의와 당사자 협의를 거쳐 이르면 오는 8월부터는 788·799 마을버스 노선을 조정할 계획이다.
광산구 역시 평지·봉정마을 주민들에게 제공하던 기존 월 2회 택시 이용권 제공을 월 4회로 늘리고 시에 시내버스 임시 배차를 요청하기로 했다.
한 마을버스 운행업체 관계자는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승객 수가 적정 수준은 확보돼야 노선 유지를 할 수 있다. 교통약자를 위한 배려라는 공익적 취지가 명확한 만큼, 시·구 등 자치단체의 적극적인 관심과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광주시 관계자는 "마을버스 노선에 시내버스를 임시 배차할 경우 노선 사업권 침해 우려가 있다. 마을버스의 적자 역시 증폭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업체가 주장하는 준공영제 전환에 대해서는 "이미 준공영제로 운영되는 시내버스 역시 적자가 심화되고 있다. 노선 조정 등 충분히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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