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지난해 이어 올해 1월에도 인상
가스요금도 5.47원 올라…1분기에는 동결
물가 상승 견인…근원물가 14년만에 최대
전기·가스·가스 물가 28% 급등 '역대 최대'
에너지 가격 급등에 2분기 가스요금 인상
서울 지하철·버스요금도 300~400원 올라
공공요금이 물가 자극…5%대 장기화 우려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수출 부진 등의 영향으로 우리 경제가 둔화하고 있는 가운데 일상생활과 밀접한 공공요금 인상이 서민들의 삶을 옥죄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이 올해도 줄줄이 인상이 예고된 데다가 버스·택시 등 대중교통 요금도 오르면서 서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질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공공요금발 충격으로 5%대 고(高)물가 흐름이 장기간 지속될 거라는 관측도 조심스레 흘러나오고 있다.
11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요금은 4월·7월·10월에 걸쳐 ㎾h(킬로와트시)당 19.3원 올랐다. 올해 1분기 역시 전 분기 대비 9.5% 오른 ㎾h당 13.1원 인상됐다. 지난해 전기 인상 요금 폭의 68%에 해당하는 금액이 올해 1월에만 오른 셈이다.
여기에 지난해 가스 도매요금도 4월·7월·8월·10월 등 네 차례에 걸쳐 1메가줄(MJ)당 5.47원 올랐다. 국제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인상 폭이 2021년 대비 42.3%나 커졌다. 다만 정부는 공공요금 인상을 분산하기 위해 지난 1분기에는 가스 요금을 동결했다.
공공요금 인상은 곧바로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5.2% 상승하며 9개월 연속 5%대를 웃돌았다. 지난해 10월 5.7%, 11월 5.0%, 12월 5.0%로 하락세를 보이던 상승률도 3개월 만에 확대됐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5.0% 상승했는데 이는 2009년 2월(5.2%) 이후 약 14년 만에 가장 큰 오름폭이다. 근원물가는 계절적 요인에 따라 영향을 받는 농산물이나 일시적인 외부 충격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석유류 등을 제외하고 작성돼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할 수 있다.
특히 전기·가스·수도는 1년 전보다 28.3% 급등하며 2010년 1월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대치를 경신했다. 전기·가스·수도가 전체 물가를 얼마만큼 끌어 올렸는지를 보여주는 물가 기여도는 0.94%포인트(p)였다. 물가 상승률이 6.3%를 보였던 작년 7월(0.49%p)보다 약 두 배 커진 수치다.
이 중 전기요금은 1년 전보다 29.5%나 껑충 뛰었다. 이는 2차 석유파동 여파가 있던 1981년 1월(36.6%) 이후 4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도시가스와 지역 난방비도 1년 전보다 각각 36.2%, 34.0% 올랐다. '난방비 폭탄'의 주요 원인인 가스뿐 아니라 전기난로, 온풍기 등 같은 보조 난방시설 운용비도 덩달아 오른 것이다.
문제는 올해다. 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되면서 서민들의 체감 물가 상승이 더 커질 거라는 관측이다. 우선 2분기에 가스요금 인상이 예고됐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LNG 가격 급등으로 이미 미수금이 9조원 넘게 불어난 상태다. 정부는 미수금을 전액 회수하기 위해서는 2분기부터 가스요금을 MJ당 39원 인상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다만 물가 상승 압력을 고려해 정부는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미수금을 회수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올해는 지난해 인상된 가스 요금의 약 1.5배 규모인 MJ당 8.4원 수준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정부가 에너지 요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전기요금도 올해 추가로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지자체의 공공요금 인상 압력도 상당하다. 서울시는 오는 4월부터 버스요금을 기존 1200원에서 300~400원 올릴 계획이다. 지하철 요금도 현재 1250원에서 300~400원 올리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택시 기본요금은 이미 지난 1일부터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26.3%) 올라 운행 중이다.
앞서 대구 또한 지난달 16일부터 택시 기본요금을 33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려 적용하고 있다. 울산의 택시 기본요금도 4000원으로 700원 인상했다. 이러한 대중교통 인상 흐름은 다른 지자체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심지어 상하수도 요금, 쓰레기 종량제 봉투 요금 등 다른 공공요금 등까지 인상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이에 대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인상 논의가 있는 지방 공공요금은 최대한 안정되도록 지자체별로 개별 협의를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공공요금 안정 노력과 연계된 재정인센티브 배분에 있어 차등 폭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데다가 고물가 흐름까지 장기간 지속되면서 지자체의 재정 부담이 커진 만큼 공공요금 인상은 시간문제라는 반응도 있다.
공공요금 인상이 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당분간 물가 상승률 5%대를 지속할 거라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지난해 2분기부터 물가가 뛴 만큼 기저효과가 발생하면서 4월부터는 물가가 점차 안정되겠지만, 공공요금 인상이 다른 품목의 물가 상승을 견인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정부는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가 안정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추 부총리는 "1분기를 서서히 지나면 아마 4%대 물가 상승률을 보게 될 것이고 하반기에는 3%대 물가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상반기는 전반적으로 물가를 안정해 나가면서 한정된 재정 투입을 집중해 경기 침체를 방지하고 물가도 수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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