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 정하고 심사해야 기한 내 한다"
'행정권 침해' 주장엔 "형식논리" 반박
"총리, 목소리내야…국회 추천·표결로"
"'개헌절차법' 통과시켜야 또 안 미뤄"
'위성정당'엔 "꼼수 세력 버림받을 것"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헌법 개정 특별위원회(개헌특위)' 출범 의사를 공식화한 김진표 국회의장은 "예산은 편성 단계에서 의회 의견이 한 번 가야 한다"며 국회의 예산안 심의권을 실질화하기 위한 관계 법률 개정을 추진하되, 필요할 경우 예산안 편성권을 규정한 헌법 조항 개정까지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국무총리 제도는 국회 추천 또는 선출을 통해 실질화해야 한다고 했다.
김 의장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베트남·인도네시아 순방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에 집중된 권한을 의회로 나누는 방향의 개헌 추진 구상을 설명했다.
김 의장은 먼저 "작년에 (예산안 처리) 시한을 넘겨서, 경제적 상황이 굉장히 어려운데 정부가 그나마 가진 예산이라는 수단이 실질적으로 한 달 이상 늦게 작동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걸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현행법 하에서는 국회의 예산안 심의권이 실질적으로 행사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행 국회법과 국가재정법은 정부가 예산안 편성을 온전히 마친 뒤 9월3일까지 국회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는데, 국회로서는 국정감사 등을 마치면 남는 시한이 1개월뿐이어서 실질적인 심의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예산안을 완성해 제출하기 전에 국회가 의견을 개진할 수 있게 법률을 고치자는 것이 김 의장 입장이다. 구체적 단계는 ▲3월 재원배분 장관회의 전(예산결산특별위원회) ▲5월 각 부처 예산 요구서 기획재정부 제출 전(각 상임위원회)으로 봤다. 편성 단계부터 예결위와 상임위를 가동하자는 것이다.
김 의장은 "9000여개의 사업을 한 달에 심사하라는 거니까 사실상 할 시간이 없고, 예산은 어느 나라나 편성 단계에서 한 번 의회 의견이 가야 한다"며 "편성 단계별로 국회 의사를 정부에 주고 정부가 참고해서 예산을 편성하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그렇게 (국회 협의를 거쳐) 편성되고 나서 국회에 제출되면, 쟁점은 다 결정됐고 (정부가) 국회 의견을 안 담거나 줄였으면 이유가 있을 테니까 그걸 중심으로 심사해야 기한 내 심사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행정부의 예산 편성권 침해'라는 반대 입장에 대해서도 "형식논리"라고 일축하며 "세계 어느 나라나 실질적으로는 그렇게(의회 협의 하에)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예산안은 복잡해서 짤 때 의사를 충분히 주고받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만약 헌법상 제도 때문에 안 된다면 바로 그것 때문에 개헌을 해야 된다는 것"이라며 "예산안에 대한 제대로 된 국회의 심사가 가능하도록 개헌안에 그 부분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은 개헌 추진의 방향성 중 '극단적 대결 정치' 문제의 해법 중 하나로 국무총리 제도 실질화를 제시했다. 총리를 국회가 추천하거나 선출하고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게 함으로써 정부여당과 야당의 접점을 넓히자는 것이다.
김 의장은 "DJ 정부까지는 의회정치가 굉장히 활성화돼있었다. DJ는 출발부터 DJP 연합정권으로 시작했고, 김종필·박태준·이한동·김석수 총리 네 사람이 다 보수정치를 대표하는 사람으로 자연스럽게 연정으로 운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 때 외환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ICT혁명을 토대로 정보과학분야가 빠르게 발전했고, 남북간 제대로 된 대화 채널이 만들어져 한반도 평화에 희망을 가졌고, 사회안전기본망을 갖춰 복지의 기초를 만든 것이 정치세력간 합의로 국회에서 제도 마련이 가능했던 것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장은 "총리가 제 목소리를 내게 해야 대통령이 실제로 총리와 협의를 하게 되고 결국 대통령과 국회가 늘 만나서 협의하는 과정이 만들어진다"며 "그러려면 국회가 추천해서 대통령이 총리를 임명하거나, 거꾸로 대통령이 두 명을 추천해서 국회가 표결로 (선출)하면 총리가 헌법에 있지만 행사하고 있지 않은 국무위원 추천권, 해임건의권 등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산 편성·총리 임명 조항 외의 개헌 필요 사항은 ▲대통령 4년 중임제 ▲조약 관련 권한 의회 분산 정도가 언급됐다. 김 의장은 특히 "내년에 총선이 있기 때문에, 개헌이 성공하려면 정치세력 어느 한 쪽에 치명적으로 유리하거나 불리해서는 통과될 수 없다"며 "대부분의 의원들이 그 정도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개헌절차법에 대해서는 "이것을 법의 형태로 통과시켜놔야만 어느 정당에서도 선거를 앞두고 눈앞의 정치적 이익 때문에 또 미루게 되지 않는다"며 "합의 가능한 부분들이 합의되면 정치세력간에 판단해서 (개헌을) 총선 전에 미리 할 거냐, 내년 총선에 같이 하느냐를 마지막에 결정해서 법에 규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장은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서는 "여야 중진들이 '적대적 진영 정치의 폐해를 극복하고 승자독식 선거제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문제 해결이 안 된다. 다당제를 통해 협치 구조를 만들어 본래의 정치로 돌아가야 한다' 논의를 시작했고, 초선의원 사이에서도 50~60명이 구성돼 의견이 합쳐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복수의 안을 만들면 국회 전원위원회를 열어 100명이 넘는 신참과 중진의원들이 주도적으로 이끌고 나가면서 분위기를 조성하면 (선거법 개정안 통과가) 되지 않겠나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른바 '위성정당'이 22대 총선에서도 나타날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 논의되는 중대선거구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라는 두 틀 속에서 적절히 토론하고 배합하면 (방지책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본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꼼수'정당을 만들겠다는 정치세력은 국민들로부터 반드시 버림받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김 의장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에서 세제실장과 차관, 부총리까지 지내고 국회에 들어온 재정 전문 관료 출신 정치인이다. 국회의장 취임 전 소속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에서 정책위의장과 원내대표, 문재인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인수위원장 격)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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