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 이승만과 이정학에 사형·무기징역 구형(종합 2보)

기사등록 2023/01/16 17:57:47 최종수정 2023/01/16 19:26:15

이승만과 이정학 권총 발사 주체 진술 크게 엇갈려

검찰, 폭력성 비춰볼 때 재범위험성 높아 중형 선고

이승만 최후 진술서 "저에게 사형 구형해 감사하다"

이정학 "자신의 아이들에게 용서 구하는 날 있기를"

대전고등법원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뉴시스]김도현 기자 = 검찰이 22년 전 대전 서구 둔산동에서 발생한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 범인인 이승만(52)과 이정학(51)에게 각각 사형과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대전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나상훈)는 16일 오후 230호 법정에서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이승만과 이정학에 대한 피고인 신문 절차를 진행한 뒤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부는 이승만과 이정학에 대한 피고인 신문 절차를 진행했다.

피고인 신문 과정에서 이승만은 범행은 이정학과 같이 저질렀지만 자신은 권총을 발사한 사실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권총을 탈취할 당시에도 자신은 이정학의 경찰을 쫓아가 들이받으라는 말을 듣고 그대로 들이받았으며 이후 권총에 실탄이 들어있는지 확인할 겨를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승만은 “당시 경찰을 들이받은 뒤 이정학이 스스로 내려서 총을 가져왔고 이후 차량을 버린 뒤 자신의 집 쪽인 판암동 방향으로 걷다가 인근 대학교 근처 야산으로 올라가 바위 뒤에 권총을 숨긴 뒤 내려왔다”라며 “범행을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진행한 것이 아니라 권총을 탈취한 후 범행 3일 전 범행 장소를 물색하다 국민은행 지하 주차장으로 현금 수송차량이 내려가는 것을 보고 따라 내려가 보니 주차장에 폐쇄회로(CC)TV가 없고 조명이 어두워 적합하다고 생각해 범행 장소로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래는 사전답사 후 다음 날 범행을 하려고 했으나 둘 다 용기가 없어 실행하지 못했고 그다음 날에 결국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며 “범행 전에 사람을 다치게 하면 안 된다고 말한 것은 이정학이 아닌 자신이며 이정학이 진술을 반대로 하니까 제 속마음을 보여줄 수도 없고 답답하다”라고 토로했다.

범행 후 돈 분배에 있어서도 이승만의 진술이 이정학과 크게 엇갈렸다.

이정학은 범행 후 자신은 이승만으로부터 9000만원만 받았다고 진술했지만 이승만은 범행 직후 이정학이 가방에 추적 장치가 있을 것을 염려해 돈을 차량에 쏟은 뒤 다시 담았고 이 과정에서 2000만원이 사라졌다고 반박했다.

이승만은 범행 후 차량을 이정학이 처리해 사라진 2000만원이 차량에 있었는지 이정학에게 물었으나 없었다는 답변을 듣고 남은 돈의 절반을 나눠 대구에 있던 이정학에게 갖다줬다고 주장했다.

또 2억 1000만원을 갖고 차량을 구매했다고 검찰이 주장하고 있지만 차량 구매에 사용한 돈은 지난 2003년 대전 중구 은행동 밀라노21 쇼핑 건물 지하 주차장에서 자신이 훔친 돈으로 구매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21일 오전 9시 대전 동부경찰서 정문에서 21년 만에 검거된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 피의자 이승만이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2.09.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승만에 대한 피고인 신문이 진행된 이후 검찰은 이들에 대한 구형 절차를 진행했다.

검찰은 “이승만과 이정학은 돈을 노리고 아무런 잘못 없는 두 자녀를 두고 있던 가장인 은행 출납 과장을 살해하고 범행 동기 등을 고려했을 때 비난받아 마땅하다”라며 “범행을 위해 순찰 중인 경찰을 들이받아 권총을 탈취해 준비하고 차량을 3대 훔치며 도주 경로를 세우는 등 완전 범죄를 노렸다”라고 말했다.

이어 “폭력성을 비춰볼 때 이들에게 재범 위험성은 충분히 있어 중형과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가 선고돼야 한다”라며 이승만에게는 사형을, 이정학에게는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또 이들에게 전자발찌 부착 명령 30년과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도 함께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이승만이 직접 권총을 발사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고 공범인 이정학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면 진정한 반성을 하는지 의문이고 상응하는 형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정학에 대해서는 돈을 위해 잔혹한 범행을 저질렀으나 직접 권총을 발사하지 않았고 범행을 인정하며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진술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승만 측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범행을 저지른 과정에서 사람을 사망하게 한 사실 모두 인정하며 범행에 관해서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라며 “죽을 때까지 속죄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정학 측 변호인 역시 “끔찍한 범행을 저지르고 지금까지 죄책감을 갖고 살아왔다”라며 “지난해 8월 체포될 당시 ‘올 것이 왔구나’라는 심정으로 사건 전부를 자백해 장기 미제사건 해결에 도움을 줬으며 범행 당시 수동적으로 보조적인 역할만 한 점을 고려해 달라”라고 강조했다.

최후 진술 절차에서 이승만은 “검사님, 저에게 사형을 구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검찰에서는 끝까지 총을 제가 쐈다고 하는데 제가 했으면 했다고 말했을 것이며 피해자와 모든 분들에게 죄송하다”라고 했다.

이정학은 “억울하게 돌아가신 피해자와 유족에게 대단히 죄송한 마음이다”라며 “이런 사람인 줄 모르고 결혼한 아내와 이런 아빠인지 모르고 태어난 아이들에게 죽기 전에 용서를 구할 수 있는 날이 있기를 희망하며 항상 속죄하는 마음으로 죗값을 받겠다”라고 답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17일 오후 2시 이승만과 이정학에 대한 선고를 이어갈 방침이다.

[대전=뉴시스] 김도현 기자 = 21일 오전 9시 대전 둔산경찰서 정문에서 21년 만에 검거된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 피의자인 이정학이 고개를 숙인 채 검찰로 송치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2.09.02. photo@newsis.com


한편 이승만과 이정학은 지난 2001년 12월 21일 오전 10시께 대전 서구 둔산동에 있는 국민은행 충청지역본부 지하 1층 주차장에서 은행 관계자 3명이 현금 가방을 내려 옮기는 순간을 노려 권총으로 협박, 3억원이 들어있는 가방 2개 중 1개를 챙겨 달아난 혐의다.

이 과정에서 이정학은 현금이 들어있는 가방을 챙겨 범행에 사용한 그랜저XG에 실었고 이승만은 은행 출납 과장 A씨에게 38구경 권총을 쐈으며 그 결과 A씨가 사망했다.

범행 후 약 300m 떨어진 서구 둔산동 소재의 한 상가건물 지하 주차장으로 이동한 이들은 다른 흰색 차량으로 바꿔 타고 범행에 사용한 승용차를 버리고 도주했다.

범행에 사용할 권총을 구하기 위해 이들은 같은 해 10월 15일 0시께 대덕구 비래동 골목길을 배회하던 중 혼자 순찰돌던 경찰관의 권총을 탈취했다.

그랜저XG 역시 강도살인 범행 약 20일 전 수원에서 시동이 걸린 채 주차된 차량을 훔친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은 발생 후 21년 동안 미제로 남았으나 지난 2017년 10월 범행에 사용된 차 안에 남아있던 손수건과 마스크 등 유류물에서 발견된 DNA가 충북의 한 게임장 유류물에서 발견된 DNA와 동일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경찰은 해당 게임장에 출입했을 가능성이 있는 1만 5000여 명을 조사했고 지난 3월 유력한 용의자로 이정학을 특정했다.

범인을 특정한 경찰은 지난 8월 25일 이정학을 검거했고 이승만과 함께 범행을 벌였다는 이정학 진술을 토대로 같은 날 이승만도 함께 체포했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6년 공소시효가 만료될 예정이었으나 살인죄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이른바 ‘태완이법’이 2015년 7월 시행되면서 대전경찰청 미제사건전담수사팀은 사건을 계속 수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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