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3로 전성기 끝날까"…글로벌 빅테크, 독점적 영향력 유지 총력
혁신+규제 다 노리는 美·EU…블록체인 강화하고 가상자산 안정성↑
中, 블록체인도 '국가 주도 BSN' 중심…웹3 시대 일대일로 꿈꾼다
테라·루나 사태, FTX 가상자산 거래소 파산 등 가상자산 시장의 연이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기업들은 블록체인 기반기술과 메타버스 등 신기술 확보에, 각국 정부는 관련 제도 정비에 분주히 나서는 모양새다.
◆웹3 시대 플랫폼 독점 종말 우려에…또다시 '영향력' 확보 나서는 빅테크
탈중앙화, 개인화 등이 특징인 웹3 시대에는 빅테크나 거대 플랫폼 기업들의 독점적 영향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기존 정보기술(IT) 시장을 장악해왔던 글로벌 빅테크들은 새 시대에서도 그간의 입지를 지키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웹3 시대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대체불가토큰(NFT) 시장에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기업 중 한 곳은 메타(옛 페이스북)다.
글로벌 SNS(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메타는 지난해 5월 하루 약 5억명 이상이 사용하는 인스타그램 프로필 사진에 NFT 기능을 도입했고, 11월에는 인스타그램에서 NFT를 발행하고 거래까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에도 NFT 게시 기능이 도입됐다.
이외에도 메타는 XR(확장현실) 산업 투자를 확대하는 등 새로운 웹3 시대의 선두 주자 자리 지키기에 힘을 쏟고 있다. 메타는 VR(가상현실) 기기 시장에서 지난해 기준 90%에 달하는 점유율을 기록했고, 올해에도 오큘러스 퀘스트3 신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스마트폰 시대 구글과 애플처럼 자체 메타버스 기기와 OS(운영체제)를 결합해 독점적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애플 또한 올해 중 자체 MR(혼합현실) 헤드셋을 출시하고 기존의 애플 생태계와의 결합을 모색 중이다. 이에 더해 지난해 9월 앱스토어에서 NFT 판매 및 전송을 허가하는 등 웹3 시장 전반에서의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
5일(현지시간)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3'의 주요 기술 카테고리 중 하나로 메타버스·웹3이 꼽힌 만큼 이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선도 기업들의 새로운 웹3 기술이 공개될 가능성이 크ㅇ다.
일본 소니는 차세대 가상현실 헤드셋 '플레이스테이션 VR2'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메타버스 플랫폼의 주요 기능이 게임과 같은 엔터테인먼트라는 점에서 소니의 신작 헤드셋에도 기대가 커지고 있다. 또다른 일본 테크 기업인 샤프도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구현하고 초소형 근접 센서를 탑재한 초경량 VR 헤드셋 시제품을 전시한다.
대만의 HTC는 퀄컴 스냅드래곤 XR2 1세대 칩을 탑재한 MR 헤드셋을 공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외에도 아우디, 레노버, 캐논 등 다양한 업체들이 XR 관련 기술을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美 웹3 시대에도 패권 이어갈까…바이든 서명한 '가상자산 개발령', 포괄 규제에 혁신 얹는다
각국 정부도 웹3 혁명을 대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시장 영향력 유지에 무게를 두고 있다면 정부 정책은 블록체인·가상자산 등을 중심으로 한 자국 기업의 혁신 촉진, 웹3 시대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적절한 규제가 핵심이다.
웹2 시대의 패권을 잡았던 미국의 경우 지난해 3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직접 '가상자산의 책임있는 개발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디지털 자산에 대한 제도정비에 본격 착수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 이후 지난해 9월 가상자산 관련 대통령령의 추진을 위한 프레임워크를 발표했다.
미국의 가상자산 규제 관련 프레임워크는 크게 ▲소비자·투자자·기업 보호 ▲안전하고 경제적인 금융서비스에 대한 접근 촉진(금융안정성 강화) ▲책임 있는 혁신 추진 ▲글로벌 금융 리더십 및 경쟁력 강화 ▲불법 금융 퇴치 ▲미국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탐색 등의 과제를 골자로 한다. 금융 안정성을 위해 규제를 추진하되, 자국 기업의 혁신을 위해서는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정부·산업·학계 및 시민 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한 이해 관계자의 의견과 전문성을 반영해 대통령에게 보고서들이 제출됐다"며 "해당 보고서들은 민간 부문의 연구 개발을 추진하고 미국 빅테크들이 세계 시장에서 발판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혁신을 촉진할 것을 촉구했으며, 가상자산과 관련한 기준을 마련해 위험을 완화하는 방안도 담겼다"고 설명했다.
유럽은 지난 2018년 모든 EU(유럽연합) 회원국과 노르웨이·리히텐슈타인 등 총 29개국과 EU 집행위원회(EC)가 힘을 모아 설립한 '유럽 블록체인 서비스 인프라(EBSI)'를 통해 기술·산업 생태계 조성에 나서고 있다.
최초의 범유럽 공공 주도 블록체인 연합체인 EBSI는 유럽 블록체인 파트너십(EBP)를 기반으로 탄생했다. EBP는 블록체인을 활용해 공공행정·기업·시민을 비롯한 국경을 넘나드는 인프라를 만들어 보다 확실한 정보 검증,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 구축 등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통해 유럽 내 다양한 국가를 블록체인 인프라를 통해 연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특히 EU는 EBSI를 바탕으로 유럽 어디서든 사용 가능한 디지털 지갑 서비스를 운영해 유럽 어디서든 신분증, 증명서 등을 쉽게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고, 2030년까지 공공 서비스를 모두 디지털화해 효율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에는 유럽의회가 'EU 디지털 10년 정책 프로그램'을 승인하고 EBSI에 대한 지원 확대, 웹3 솔루션에 대한 투자 집행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EU 디지털 10년 정책 프로그램은 국경 간 블록체인 인프라 투자를 비롯해 디지털 전환을 위해 EU 회원국이 달성해야 할 공통 목표, 목표 달성을 위한 협력 메커니즘 등을 명시하고 있다.
다만 EU는 이처럼 웹3 생태계 조성에 나서는 동시에 가상자산 등으로 인해 나타날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규제 방안도 함께 마련하고 있다. EU는 '가상자산 규제 기본법안(Markets in Crypto-Assets·MiCA법)'을 통해 가상자산 발행의 투명성 확보, 가상자산 내부자 거래 규제, 가상자산 서비스 발행인 자격 요건 규제, 가상자산의 범위 및 유형 규정 등을 통해 웹3 시대 금융안정성 확보를 꾀하고 있다.
이웃나라인 중국과 일본 또한 웹3 시대 글로벌 선도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20년 출범한 '국가 주도 블록체인 서비스 네트워크(BSN)'를 중심으로 인프라를 확장 중이다. 중앙은행 주관의 CBDC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 산하 국가정보센터(SIC), 국영통신사 차이나모바일, 신용카드사 유니온페이, 소프트웨어사 레드데이트테크놀로지 등이 함께 탄생시킨 BSN의 주요 목표는 ▲글로벌 디지털 결제망 구축 ▲해외 네트워크 구축 및 기술 대중화 ▲BSN 프라이빗 네트워크 플랫폼 개발 ▲BSN 생태계 조성 및 응용 부문 연구 개발 확대 등이다.
중국 내에서는 블록체인 생태계의 핵심 요소인 가상자산이 전면 금지돼있는 만큼 BSN은 국내 서비스와 글로벌 서비스를 별도로 운영 중이며, 해외에서는 이더리움·이오스 등을 비롯한 글로벌 블록체인 선도기업과 파트너십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자국 내에서는 '가상자산 없는 블록체인'을 장려하며 NFT 기반의 블록체인 인프라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에 더해 BSN은 지난해 이른바 글로벌 사업 프로젝트인 '스파르탄 네트워크'를 발표하며 해외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BSN은 스파르탄 네트워크를 통해 오픈 소스 기반의 '글로벌 블록체인 표준(퍼블릭 체인)'이 되는 것을 목표로 세웠는데, 이를 위해 달러를 통한 거래 수수료 결제까지도 지원하기로 했다. BSN의 퍼블릭 체인화를 통해 말 그대로 '웹3 시대의 일대일로'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셈이다.
일본 또한 경제산업성 장관 비서실 산하에 '웹3 정책실'을 설치하는 등 가상자산을 비롯한 웹3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집권당인 자민당이 발간한 '웹3 시대를 맞은 일본의 대체불가토큰 전략 백서'에서는 웹3을 국가 성장 전략의 중심으로 삼고 웹3 장관직을 신설한다는 등의 내용까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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