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눈폭탄에 광주·전남 출근길 교통대란…지각 속출

기사등록 2022/12/23 09:26:36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광주와 전남 일부 지역에 대설경보가 내려진 23일 오전 광주 북구 문흥동 한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2022.12.23. 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이영주 기자 = "하얀 지옥이네요"

23일 오전 광주 북구 문흥동 한 버스정류장. 앞을 가늠하기 힘들 정도의 폭설 속에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은 추위 속에 벌벌 떨며 오지 않는 버스를 오매불망 기다렸다.

3개 노선이 거쳐가는 이곳 버스정류장에는 오전 7시 30분부터 한 시간 동안 노선 별로 고작 한 대 씩 만이 도착했을 뿐이다.

시간이 지나도 눈발이 그칠 기미조차 보이지 않자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의 한숨이 깊어졌다. 하나 둘 전화기를 꺼내들어 '출근에 늦겠다. 죄송하다' '연차를 쓰고싶다'는 등의 통화를 했다.

조정된 등교 시간에 따라 여유있게 등굣길에 나선 한 고등학생도 "지각하면 어떡하지"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버스 정류장 앞을 가로지르는 편도 3차선 대로는 출근을 재촉하는 승용차 등이 눈과 빙판길에 발목이 잡혀 있었다.

바로 200여m 앞 문흥고가 위에서부터 이어진 정체 상황은 거세지는 눈발 속에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운전자들은 이따금 차에서 내려 도로 상황을 멀리 내다보기도 했다.

한 차량이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경적을 울리자 다른 차량들도 뒤따라 울리면서 한때 일대가 '빵빵'거리는 소음으로 가득찼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광주와 전남 일부 지역에 대설경보가 내려진 23일 오전 광주 북구 문흥동 문흥고가 주변 대로에서 차량들이 쌓인 눈에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2022.12.23. leeyj2578@newsis.com
버스를 기다리던 최모(42·여)씨는 "출근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눈이 많이 오는데 회사에서는 연차를 받아주지 않는다. 늦더라도 출근하라고 한다"며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 어떡해야할 지 난감하다"고 하소연했다.

양모(51)씨는 "전날 제설을 어떻게 했길래 주요 도로인 이곳이 마비됐는지"라며 "택시를 불러도 오지 않으니 마냥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몰았다.

버스로 통학하는 김모(18)양은 "오전 10시까지 등교해야 하는데 불가능할 것 같다. 담임 선생님께 말했지만 그래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광주의 한 공공기관 직원은 "같은 사무실 직원이 8명인데 3명은 코로나, 1명은 독감, 2명은 폭설로 지각해서 사무실 근처에 사는 2명만 출근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전남으로 출퇴근하는 박모(49)씨는 "전남 나주 직장에 출근하려고 오전 7시 30분에 서구 화정동 집을 나섰는데 효천지구를 빠져나가는데만 1시간 30분이 걸렸다"며 "지하차도 공사 구간이라 평소에도 막히는데 눈도 내리면서 차량이 뒤엉켰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광주기상청은 전날 오후 6시부터 광주와 전남 일부(담양·나주·화순·장흥·영암·곡성·장성·순천)에 대설경보를 내렸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지역별 누적 적설량은 담양 24.7㎝, 광주 북구 23.2㎝, 화순 이양 21.8㎝, 곡성 석곡 20.4㎝ 장성 19.2㎝ 순천 17.1㎝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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