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한 코인 거래소 FTX, 토스에 왜 투자했을까…진실은

기사등록 2022/12/17 10:00:00 최종수정 2022/12/17 10:40:43

뱅크먼-프리드 "한국인 친구 계정에 알라메다 부채 숨겨"

FTX, 토스에 1500억원 규모 투자하기도

올해 상반기에는 빗썸 인수까지 검토했으나 협상 결렬

업계 "FTX,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나 활용도가 컸을 것"


[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최근 파산을 신청한 글로벌 가상자산(가상화폐) 거래소 2위 'FTX'가 한국(Korea) 계좌를 통해 자회사의 부채를 숨기려 했던 정황이 발견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또한 FTX의 관계사가 최근 국내 핀테크 기업인 '토스'의 지분을 보유 중인 사실도 뒤늦게 발견돼 관심을 끈다. FTX가 그간 사업 과정에서 '한국 시장'을 많이 활용했다는 평가가 다시 한번 부각되면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FTX가 유동성 위기의 진원지가 된 자회사 알라메다 리서치의 대규모 부채를 감추기 위해 '한국(Korea)' 계정을 사용했다는 분석 결과가 제기됐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14일(현지시간) FTX 내부 문서 분석 결과를 인용하며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샘 뱅크먼-프리드 창업자와 FTX, 알라메다 리서치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FTX가 80억달러(약10조4960억원)에 달하는 알라메다 부채를 쉽게 구별할 수 없도록 FTX 고객 계정에 숨겼다"고 보도했다.

특히 뱅크먼-프리드는 해당 계정에 대해 "우리 한국인 친구의 계정"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알라메다의 급증하는 부채를 감추기 위해 만들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그가 언급한 '한국인 친구'가 실제 한국인의 계좌인지, 단순한 지칭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FTX의 전 고위 임원인 니샤드 싱의 '깃허브(GitHub)' 계정에 ‘KOREA KYC'와 'BD 비용 계좌' 등이 적혀 있는 것이 블룸버그를 통해 전해졌다. 깃허브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커뮤니티로 보통 개발자들이 코드를 저장하고 공유하기 위해 사용하는 프로그래밍 코드 저장소다.

이 가운데 그간 FTX가 한국 시장에 높은 관심을 보여왔던 사실이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뱅크먼-프리드는 사업의 시작이 우연히 알게 된 '김치프리미엄'이었다고 밝힐 정도로 한국 시장에 대한 애정을 직접 드러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FTX의 관계사인 알라메다벤처스가 '토스'의 지분을 보유 중인 사실도 확인됐다. 지난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가 공개한 FTX 그룹 투자 포트폴리오에 따르면 '알라메다벤처스'로 알려진 '매클로린인베스트먼트'는 한국 기업으로 표기된 '토스'에 투자했다. 투자 규모는 1억1370만달러(약1491억원)다. FTX 측은 토스의 기업가치를 99억3700만달러(약13조373억원)로 평가했으며, 해당 가치에 따르면 알라메다벤처스가 보유한 토스 지분은 약 1.14%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FTX가 토스를 통해 한국 거래소 사업을 진행하려 했다고 해석했다. 국내 가상자산 벤처캐피탈(VC) 임원 A씨는 "FTX가 토스 통해 은행 계좌 개설하고 거래소 사업을 해보려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토스는 현재 인터넷 은행인 토스뱅크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특금법에 따라 토스를 통해 한국에 직접 진출하는 것이 무산되자 빗썸 인수도 추진했다. 실제로 빗썸 인수를 위한 논의가 진행됐으나 올해 상반기쯤 협상이 깨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FTX는 지난 2018년 7월 한국에 '한남그룹'이라는 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등기부등본상 한남그룹 대표는 뱅크먼-프리드다. 한남그룹은 사업 목적으로 ▲블록체인 관련 사업 ▲블록체인 관련 경영 컨설팅 및 자문 ▲자산 등에 대한 투자 등을 밝혔다.

국내 가상자산 VC 관계자 B씨는 "업계에서는 FTX가 한국에 관심을 많이 두고 있다는 사실이 많이 퍼져있었다"며 "일단 한국이 가상자산 거래량 자체가 많다 보니 2위 거래소로서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많을 수 밖에 없고, 이에 따라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나 활용도가 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ee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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