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금리 인상·부동산 경기 침체…주택 매수세 위축
집값 하락세, 주변 시세보다 비싸면 미분양 우려 커져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가파른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 기조가 이어지면서 청약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흥행이 예상됐던 단지들조차 경쟁률이 예상보다 저조하면서 내년 청약시장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가 오르고, 덩달아 이지 부담이 커지면서 청약시장 침체가 더 깊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 최대 재건축 단지로 꼽힌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과 장위자이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흥행성적을 받은 가운데 주변 시세보다 확실하게 저렴한 단지에만 주택 수요가 몰리는 ‘옥석 가리기’가 심화하고 있다.
18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6~7일 진행한 둔촌주공 1순위 해당지역 청약을 진행한 결과 3695가구 모집에 총 1만7378명이 접수해 평균 4.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당초 청약 접수 첫날인 6일 열린 1순위 해당지역(서울시 2년 이상 거주자) 청약에서 마감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대부분 주택형이 예비입주자 500% 요건(청약 경쟁률 5대1 이상)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어 지난 7일 1순위 기타지역(서울시 2년 미만 거주자 및 수도권 거주자) 청약까지 진행해 3731명이 추가 신청하는 데 그쳤다. 전체 주택형 16건 중 절반이 2순위 청약까지 넘어갔다.
또 장위자이 레디언트도 지난 7일 1순위 당해지역 청약에서 956가구 모집에 2990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이 3.1대 1에 그쳤다. 16개 타입 중 4개 타입만 접수를 마감했다. 소형 평수인 49㎡E에서는 11가구 모집에 신청이 10건에 그쳐 미달됐다.
가파른 기준 금리 인상 여파로 대출 이자 부담이 커졌고, 집값 하락세가 뚜렷해지면서 두 단지의 청약 성적이 예상보다 저조했다는 분석이다.
전국 미분양 물량이 5만 가구에 달하고, 올해 수도권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고도 계약하지 않은 물량이 작년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건설업계는 명품에 수입차 등의 경품을 내걸고 미분양 해소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일부 건설사들은 위약금을 물고 분양을 취소하기도 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0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총 4만7217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4만1604가구) 대비 13.5%(5613가구) 증가한 수치로, 2019년 12월(4만7797가구) 이후 최대치다. 수도권은 7612가구로 전월보다 2.6%(201가구) 감소했지만, 지방이 3만9605가구로 전월보다 17.2%(5814가구) 증가했다.
서울의 미분양 주택은 866가구로 전월 대비 20.4%(147가구) 늘었다. 지난해 말(54가구)과 비교하면 16배 넘게 급증했다. 시·도별로 보면 대구(1만830가구)에서 미분양 물량이 가장 많았고, 이어 경북(6369가구), 경기(5080가구), 경남(4176가구) 순으로 집계됐다. 전북 지역 미분양 주택은 1383가구로 한 달 새 122.7%(762가구) 늘어 증가 폭이 가장 컸다. 또 악성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전국적으로 7077가구로, 전월보다 1.6%(122가구) 줄었으나, 서울은 210가구로 12.3%(23가구)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분양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잇단 금리 인상으로 금융 부담이 커지면서 주택 매수세가 위축됐고, 이에 따라 분양시장도 꽁꽁 얼어붙고 있다"며 "서울과 수도권 지역이라도 분양가와 입지 여건 등에 따라 분양 성적이 달라지고, 지방 역시 예외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주택 매수심리가 위축되면서 분양 시장에선 옥석가리기가 더욱 뚜렷해지고, 실수요자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며 "나홀로 단지나 상대적으로 입지 여건 등이 좋지 않은 아파트 단지에서 미분양과 무순위 청약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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