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정기국회 종료일…여야 합의는 미지수
지역화폐·공공임대주택 예산 등 이견 보여
종부세 완화에는 잠정 합의…법인세는 불가
금투세 논의도 치열…쟁점에 대주주 양도세
"국회 통과 지연되면 연초 사업 집행 차질"
[세종=뉴시스] 이승재 기자 = 9일 정기국회 종료일을 맞았지만 내년도 예산안이 통과할지는 알 수 없다.
지난 2일 법정 시한 처리 시한을 넘긴 만큼 정기국회 내에 예산안을 처리하자는 여야의 공감대는 형성된 것으로 보이지만, 예산 감액 규모를 둘러싼 입장 차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야당은 기존 정부안에서 5조원 가까이 줄여 다른 민생 사업 예산에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면 결과적으로 예산이 증액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여당의 입장이다.
여기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 등 정치 논리까지 얽히면서 꼬인 매듭은 쉽사리 풀기 어려워 보인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 세법과 관련된 세부적인 합의 소식은 들려오지만, 이 과정에서 정부가 제출한 기존 개정안은 누더기가 됐다.
◆지역화폐·공공임대주택 예산 등 여야 이견…정부 "정상화 과정"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이날 여야는 내년 예산안과 부수 법안인 세법개정안 등을 처리하기 위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예산안 처리와 시트 작업 등에 필요한 시간을 감안하면 늦어도 오전 내에는 여야 합의가 있어야 하지만, 정황상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은 얼마 전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정기국회 종료 전까지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오는 10일에 임시국회를 열겠다는 것이다.
그간 여야는 '3+3 협의체'를 꾸려 예산안 막판 협상을 이어왔지만 감액 규모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5조1000억원 이상을 감액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정부가 제시한 감액 규모는 3조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핵심 쟁점은 약 7000억원 규모의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국비 지원 예산으로 파악된다. 이는 '이재명표 예산'으로 불리며 지난해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도 여야 간 큰 입장 차이를 보였던 사업 가운데 하나다.
정부는 내년 예산을 짜면서 24조원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이 과정에서 지역화폐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사업 성격상 애초에 지자체가 부담해야 하는 사업이고, 재정 여력도 충분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당초 지역화폐는 1996년부터 2017년까지 지자체 자체적으로 할인 비용을 부담해왔다. 이후 2018년에는 군산, 거제 등 고용위기지역에 한시적으로 국고가 투입됐고, 2020년부터는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국고 지원액이 대폭 증가한 바 있다.
야당에서는 공공임대주택 공급 예산 확대도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제출한 내년 공공임대 예산은 16조9000억원으로 올해(22조5000억원)에 비해 5조6000억원 줄었다.
정부는 최근 부동산 시장 불안에 대응해 대폭 증가한 예산을 정상화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지난해와 올해 한시 도입했던 공공전세 사업 예산만 1조9000억원이 빠졌다.
한 정부 관계자는 "공공임대 사업 예산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다. 애초에 지난 정부에서 한시적 사업으로 진행했던 것"이라며 "정치적 시각 차이로 정쟁 거리가 됐다"고 말했다.
◆종부세 절충점 찾아가…법인세·금투세는 '아직'
세법개정안과 관련된 여야정 간 치열한 줄다리기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여야는 1가구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를 현행 공시가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기로 잠정 합의했다.
최근 주택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금리 인상 등으로 주택 보유에 대한 가계 부담은 늘었기 때문에 이를 완화해주자는 취지로 파악된다. 올해 주택분 종부세 과세 인원은 122만 명으로 5년 전보다 약 4배 늘었고, 같은 기간 세액도 4조1000억원으로 10배 늘었다.
다만 3주택 이상 다주택 누진제 완화 등에서는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의 경우 도입을 2년 미루는 대신 증권거래세 세율을 현행 0.23%에서 0.15%로 낮추는 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대주주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을 종목당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상향하는 안은 야당에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여당은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상향시키는 방향에만 관심이 있다"며 "이건 부자 입장만 대변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주주 양도세 과세 기준을 종목당 100억원이 아닌 50억원 수준에 맞추는 절충안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기재부 관계자는 "50억원으로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법인세와 관련된 논의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기존 25%에서 22%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야당은 특정 대기업에만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보고 이를 거부하고 있다.
내년 1%대 경제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예산안이 빠르게 통과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회계연도 마지막 날인 12월31일까지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대한민국 헌정사 최초로 준예산이 편성될 수도 있다.
현행법상 준예산에는 헌법이나 법률에 의해 설치된 기관 또는 시설의 유지·운영비, 법률상 지출 의무의 이행을 위한 경비, 이미 예산으로 승인된 사업의 계속비 등이 포함된다.
이러면 총지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정부의 재량지출은 사실상 집행되기 어렵고, 내년에 새로 시작되거나 확대되는 사업의 경우 연초에 돈줄이 막히게 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일 "내년 경제는 올해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데 국회 통과가 지연되면 사업계획 공고, 지방비 확보 등 후속 절차도 늦어져 정부가 마련한 민생·일자리·중소기업 지원 예산 등의 연초 조기 집행에도 차질이 발생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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