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로 국민적 애도 분위기 고려 대규모 응원전 자제
국가대표팀 16강 진출시 내부 논의 거쳐 재추진 가능성
거리응원 제한 속 실내응원전 돌파구 찾는 시민들도 눈길
도내 지방자치단체들이 이태원 참사와 겨울철 추위 등 사회적 분위기와 안전을 고려해 그동안 월드컵 때마다 진행해왔던 시민 거리응원전을 자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이다.
21일 경기남부권 시·군에 따르면 오는 24일 우리나라와 우루과이와의 조별 예선 첫 경기를 앞두고 각 지자체들이 다른 시·군에 월드컵 기간에 관내 공공시설에서 대형전광판에 중계화면을 띄워놓고 시민들과 함께 하는 응원전을 진행하는지 여부를 파악 중이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데다 사상 첫 겨울철에 열리는 월드컵 대회인 만큼 국민 정서와 시민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해 예년처럼 시민과 함께 하는 거리응원전을 여는 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평택시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당시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조별 예선 3차례 경기에 시민응원전을 마련했다.
올해도 권역별로 실내체육관에서 여는 것으로 1억1200만원 예산을 들여 시민응원전을 준비했지만, 내부적으로 도내 31개 시·군을 조사한 결과 단 한 곳도 열지 않아 계획을 접었다.
다만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하면 다시 내부적인 검토를 거쳐 시민 거리응원전을 여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평택시 관계자는 “이태원 참사도 있고 대한축구협회도 이러한 정서를 반영해 거리응원을 취소했는데 다른 도내 지자체들도 아무도 없어 안 하기로 했다”며 “일단 16강에 올라가면 다시 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데 일단 조별 예선은 안 하기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FC안양을 운영하면서 시민축구단에 대한 관심이 높은 안양시도 이달 초순께 최대호 시장에게 보고한 뒤 내부 회의를 거쳐 시민응원전을 열지 않기로 방침을 세웠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시일이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관공서 주도 아래 이러한 행사를 여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매번 월드컵 때마다 시민응원전이 열렸던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운영하는 (재)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은 당초 카타르 월드컵 기간 동안 시민응원전을 열지 않기로 결정했다가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 응원단인 ‘붉은악마’의 서울 광화문광장 거리응원전 추진 소식을 듣고 재검토에 들어갔다.
붉은악마는 지난 17일 서울시에 광장 사용허가 신청을 했고, 서울시는 22일 광화문광장 자문단회의를 열고 붉은악마가 낸 광장 사용 신청건을 심의할 예정이다. 붉은악마는 서울시로부터 광장 사용승인을 받으면 오는 24일 우루과이와의 첫 경기부터 거리응원에 나선다.
(재)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관계자는 “붉은악마가 한다고 해서 한다는 건 아닌데 광화문광장에서 추진한다는 내용이 있으니까 (우리도) 한 번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돼 다시 논의하는 것”이라며 “빠르면 내일 중으로 다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거리응원전 참여 기회가 제한되자 월드컵을 기다려왔던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 감염에서 비교적 안전하고, 가까운 지인과 동료, 친지들과 함께 편하게 경기 관람과 응원을 즐기기 위해 파티룸과 같은 장소를 대여해 응원에 동참하려는 모습도 잇따르고 있다.
장소대여 업체들도 월드컵 특수를 누리기 위해 운영 중인 홈페이지에 이용객을 대상으로 대형 모니터를 구비한 사진과 각종 음식을 배달해 실내에서 취식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안내하며 적극 홍보에 나서고 있다.
수원지역 한 파티룸 관계자는 “아직 우루과이전 한 경기만 예약이 완료된 상태인데 꾸준히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주로 친구들끼리 많이 보려는 것 같다”며 “일단 혼자 보는 것보다 다 같이 보는 게 더 재밌고, 날씨에 대한 제약도 받지 않는 데다 자유롭게 먹을거리를 시켜서 먹을 수 있다는 점에 끌려 찾는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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