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기후회의, 인니 G20회의서 '소외' 당해
러 주도 포럼 참여 거부, 단체사진 촬영도 안 해
워싱턴포스트(WP)는 15일(현지시간) "이집트에서 열린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회의(COP27)부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이르기까지, 러시아 외교관들은 이번 주 주요 국제 회의에서 외면당하고 배제된 자신들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COP27로 알려진 이집트의 유엔 기후변화회의에 대한 원대한 계획을 갖고 네 차례 원탁회의 일정을 잡았다. 하지만 어떤 외국인도 패널로 발언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러한 무관심 속에 러시아인들은 서로 이야기하도록 회의장에 남겨졌다.
NHL 스타 출신인 비아체슬라프 페티소프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의원은 "나는 모두를 초대했지만 아무도(오지 않았다)"라고 한탄했다.
다만 러시아 대표단이 COP27에서 소외감을 느꼈는지 묻자 페티소프 의원은 부인했다. 그는 러시아가 세계에서 가장 큰 온실가스 배출국 중 하나이며, 기후회의에서 러시아의 관점을 무시하는 것은 근시안적이라고 지적했다.
페티소프 의원은 기후 위기에 대해 "러시아 없이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면서 "나는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이집트에 온 것이 아니다. 우리의 고민과, 경험, 지식을 공유하기 위해 여기에 온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기후회담을 앞두고 더 크게 부각됐다. 기후회의 몇 주 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기반시설에 대해 격렬한 공격을 시작했고, 러시아의 침공으로 촉발된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에 대한 우려를 가중시켰다.
세계 강대국들의 연례 모임인 G20 회의에서도, 러시아는 또 한 번 '특이한' 위치에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회의를 주도하는 참가자라기보다는 토론 주제의 대상이 됐다.
올해 초 러시아 관광객을 환영하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접대하며 전쟁 내내 러시아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온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마저 COP27 연설에서는 러시아를 향해 전쟁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화상통화를 통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민 뿐만 아니라 천연자원에 대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지난주 기후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서 푸틴의 끔찍한 전쟁과 전 세계적으로 상승하는 에너지 가격은 기후 변화를 늦추지 못한다"며 전 세계가 러시아에 압력을 넣는 행동을 나서도록 촉구했다.
수낵 총리는 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인도네시아 발리로 향하던 전용기 안에서 취재진들에게 "자신의 (침략) 행위에 책임을 져야할 푸틴은 그곳(G20)에 없다"며 "러시아는 '왕따 국가(pariah state)'가 되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캐나다의 지도자인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푸틴 대신 G20회의에 참석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대화하는 것에 "관심이 없다"고 했다. 트뤼도 총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목표에 대해 "푸틴이 평화로운 이웃국가를 침공하기로 결정했을 때 끔찍한 선택을 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세계가 함께 모이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NHK 등에 따르면 G20 정상회의에서 여러 지도자들이 러시아측 장관과 같은 사진을 찍는 것을 거부하며 참가자들의 전통적인 합동 촬영이 취소됐다. 지난 7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행사가 끝나기 전에 자리를 뜬 G20 장관회의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목격된 적이 있다.
미국 정부의 한 관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막식 단체사진 촬영이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 기자들로부터 '미국이 러시아와 함께 사진에 담기는 것을 원치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자, "인도네시아 측이 각국 정상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정하고 있으며 우리는 이에 맡기고 있다:며 "G20 정상이 솔직하게 논의를 나눌 자리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직접 언급을 피했다.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 한 관계자는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영국, 미국 등 주요 7개국 정상들이 올해 거의 15차례의 회담에서 러시아 관리들과의 단체사진 촬영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이 백악관 관계자는 "러시아가 전쟁을 벌이고 무고한 민간인들을 죽이고 있다"며 "나는 미국 뿐만 아니라, 어떤 관점에서도 단체사진이 없다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도 G20 러시아 대표단을 우려스럽게 바라봤다. 정상회담에 이르기까지 몇 달 동안, 인도네시아 관리들은 푸틴이 참석할 것을 걱정했고, 다른 세계 지도자들도 G20 회의 보이콧을 고민했다.
정상회담 이틀 전, 그리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도시 헤르손에서 철수한 지 몇 시간 후, 인도네시아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푸틴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을 것이며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푸틴의 자리를 대신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G20 회의 하루 전날인 14일 다른 G20 지도자들이 꽉 찬 양자 회담과 패널 토론 일정을 소화한 것과 달리, 라브로프 장관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AP통신은 인도네시아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라프로프 장관이 발리에 도착한 직후 병에 걸렸다고 보도했는데, 러시아 외무부는 그가 해변 호텔에서 서류를 검토하는 동영상을 공유하면서 이 주장을 즉각 반박했다.
푸틴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직접 참석한 2019년 G20 회의에서는 미국·중국·인도 등 각국 지도자들과 만나 돌풍을 일으킨 것과 비교하면 러시아 대표단이 조용히 참석한 것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고 WP는 보도했다.
인도네시아 주재 러시아 대사관 대변인은 라브로프 장관이 정상회담과 별도로 각국 관료들을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G20 회원국들과 눈에 띄는 접촉을 하지 않은 라브로프 장관은 15일 중국 왕이 외교부장과 회담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설명하는 공동성명에서 '전쟁'이라는 용어를 명기하는 것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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