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재명 측근 수사에 대응책 없어 '고심'

기사등록 2022/11/10 05:00:00

'이태원 국조' 제출 날 압색으로 메시지 분산

"칼자루 저쪽이 쥐고 있는데 대응 방법 없다"

검찰발 의혹 팩트체크…"정치, 칼 아닌 입으로"

몸 낮추며 "사정 국면에 관심 안 모이게 협조"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검찰이 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관련해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내 당대표 비서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치고 차량을 타고 떠나고 있다.  2022.11.09. 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여동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하며 '이태원 참사 책임론' 띄우기에 들어간 지난 9일 검찰이 정진상 민주당 대표 비서실 정무조정실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이에 이태원 참사 관련 대여 공세에 집중됐어야 할 당내 메시지가 분산됐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당장은 '검찰의 정치쇼'라고 비판하지만 검찰이 '꽃놀이패'를 쥐고 있는 이상, 당 자체적으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이 대표의 측근을 향한 수사 국면을 타개할 뾰족한 수가 없어 고심하고 있는 모양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지난 9일 오전 정 실장의 자택과 민주당 대표 비서실, 민주당사 대표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검찰의 민주당사 압수수색은 이날 오후 12시30분께 시작했지만 정 실장이 당사에서 근무하지 않았다는 점이 확인된 뒤 이날 오후 3시15분께 '빈손' 철수로 마무리됐다.

이에 대해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을 흠집 내고, 이태원 참사로부터 국민의 눈을 돌리는 검찰의 정치탄압쇼"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태원 참사'로 쏠려있는 국민의 시선을 돌리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당직을 맡고 있는 한 의원은 빈손으로 끝난 당사 압수수색 시도에 대해 "여러 정치적 목적이 있지 않겠냐"며 "이태원 참사도 있고 사실 국회 본청 압수수색이 주 목표인데 이를 희석시키기 위해 괜히 당사에 온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이태원 참사 국면을 탈출하기 위해서 그 출구 전략으로 사정정국을 빠르게 진행시켜 시선을 돌리려는 의도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한 지도부 의원도 "두 가지 측면이 있을 것"이라며 "맹탕일 것을 알지만 용산에 '우리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과 정국 국면 전환 카드로 쓰는 것"이라고 추측했다.

실제 이날 지도부의 메시지도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관련으로 통일되지 못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검찰 독재 정권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는 윤석열 정부는 자제하기 바란다. 규탄한다"고 했고 박찬대 최고위원은 "검찰이 지금 하고 있는 것은 수사가 아니다. 질 나쁜 정치행위"라고 말했다.

서영교 최고위원 역시 "제대로 되지 못한 증거를 가지고 대한민국 야당 대표를 옥죄고 있는데 이것이 모두 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날 때는 누가 책임지냐"고 반문했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검찰이 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관련해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내 당대표 비서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2022.11.09. amin2@newsis.com

하지만 검찰이 '꽃놀이패'를 모두 쥐고 있는 이상, 민주당에서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중진 의원은 "칼자루는 저쪽이 갖고 있는데 우리가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패를 다 검찰이 쥐고 있다"고 말했다.

지도부의 의원도 "우리가 칼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방법이 없다"며 "우리도 칼을 갖고 있으면 같이 칼싸움을 하면 되는데 칼이 없고 입밖에 없다"고 했다.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특별히 있겠냐"며 "검찰의 정치수사, 야당탄압으로 규정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은 검찰발 의혹에 대해 성실히 소명하는 동시에 사정 정국이 길어지지 않도록 협조하며 자세를 낮추는 정도라는 의견이 나온다.

지도부의 의원은 "과거 보도된 내용과 다르게 보도되는 내용이 있다. (검찰이) 소설을 새로 쓰는 것"이라며 "팩트체크를 그때마다 잘 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정치는 칼이 아닌 입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원래 당사는 쉽게 열어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조를 해준 것은 검찰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차원"이라며 "이 국면으로 관심이 집중되지 않게 협조해준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런 상황에서는 오히려 우리가 낮은 자세로 탄압당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나을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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