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법정정원 위반 '솜방망이 처벌'…행정처분 2%"

기사등록 2022/11/08 13:21:26 최종수정 2022/11/08 13:27:42

법정간호인력기준 개선·불법의료기관 근절 토론회

간호사 법정정원 안지켜도 병원 행정처분 2% 그쳐

간호사 정원 근무조별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수로

법정기준 위반 의료기관 의료법 위반 불이익 고려

[서울=뉴시스]대한간호협회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간호와 돌봄을 바꾸는 시민행동'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법정의료인력기준 개선과 불법의료기관 근절을 위한 국민동의청원 국회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 대한간호협회 제공) 2022.11.08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최근 5년간 간호사 법정정원을 지키지 않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이 7147곳에 달했지만, 행정처분을 받은 곳은 약 2%(150여 곳)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의료와 간호의 질을 높이려면 현행 의료법상 법정간호인력기준을 '간호사 근무조당 실제 입원환자 수'로 고치고, 이를 위반한 의료기관에 대해 실효성 있는 실태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한간호협회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간호와 돌봄을 바꾸는 시민행동'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공동으로 주관한 ‘법정의료인력기준 개선과 불법의료기관 근절을 위한 국민동의청원 국회 토론회’에서는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법정간호인력 기준 개선과 불법의료기관 근절을 통해 간호서비스 질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간호와 돌봄을 바꾸는 시민행동 김원일 활동가는 “현행 의료법 내 법정간호인력기준에 관한 내용은 적용 범위가 불명확하고, 다르게 해석될 요소도 많다”면서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법률의 명확성 원칙을 위반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민과 환자에게 제공되는 의료와 간호의 질을 낮추고 법적 실효성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의료기관 내 간호인력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간호인력을 35명을 갖춰야 하는 병원이 6명만 고용해도 '간호등급제(간호관리료 차등제)' 감산은 2%밖에 하지 않고 있다”며 “간호사 등 정원을 준수하는 것은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간호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한 사항인데, 정부가 실천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간호등급제란 의료서비스의 질적 향상과 간호사 고용 확대를 위해 보건복지부가 병원의 간호인력 확보 수준(간호사 1인당병상수 비율)에 따라 등급을 매겨 입원료를 가감하는 제도를 말한다.

앞서 법정간호인력기준 개선과 불법의료기관 근절과 관련된 국민동의청원이 지난 7월 있었고 5만 명의 동의를 얻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됐다. 특히 법정간호인력 기준 개선의 경우 9.2 노정합의의 핵심사항으로 간호사 근무조당 실제 입원환자 수로 개선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기관의 종류에 따른 간호사 정원 기준이 불명확하고, 정원 기준 위반 시 행정처분도 미흡해 법률 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실제 국내 병원의 30%는 간호사 인력이 법정 기준보다 적고, 최근 5년간 간호사 법정 정원 미준수 병원은 7147곳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최근 7년간 행정처분을 받은 병원은 약 2%(150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토론회를 주최한 국회의원들도 간호인력의 충분한 배치와 불법의료기관에 대한 실효성 있는 실태조사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간호사 수가 10% 증가하면 환자 사망률이 9% 감소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충분한 간호인력 배치는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로, 제도와 시스템을 통해 간호인력이 존중받고 우리 사회 중요한 구성인력으로 함께 할 수 있으면 한다”고 밝혔다.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도 “법정간호인력기준 개선과 불법의료기관 근절에 대한 청원은 9.2 노정합의에 포함된 약속”이라면서 “간호사 장기근속을 유도하고 노동강도를 개선하는 한편, 의료기관의 법률준수의식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간호등급제 개편과 맞물려 의료현장에 잘 적용되도록 하려면 법정간호인력기준 개정은 필수”라면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정원 기준 위반 의료기관에 대한 법적 장치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국민 건강과 환자 안전을 위해 법정간호인력기준을 개선하고, 간호인력기준을 위반한 의료기관에 대해 실효성 있는 실태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탁영란 대한간호협회 감사는 “정부가 환자의 안전을 위해 책임감을 갖고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수를 법제화하고 간호 인력 공개 모니터링 등 강제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간호사 이직을 줄이고 간호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의료기관 내 정원기준 실태조사 후 이에 상응하는 인센티브 또는 패널티 등 조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특히 미준수 기관에 대한 패널티가 적절히 이뤄지지 않으면 의료기관은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선영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정책국장은 “의료인 정원기준은 1962년 제정된 의료법 시행규칙에 포함된 이후 현재까지 기준에 변화가 없다”며 “간호사 정원은 실제 근무조별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환자 수를 기준으로 하고, 일반병동, 중환자실, 신생아실, 응급실, 수술실 등에서의 최소 인력 기준을 각각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종호 호서대학교 법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적정한 의료를 실시하기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의료인력을 반드시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의료기관이)법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의료법 위반으로 (입원료)감액 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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