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거리 응원 안 갑니다"…밀집 자제하는 시민들

기사등록 2022/11/04 11:08:05

한국, 오는 24일 우르과이 상대 월드컵 첫 경기

사회 전반 애도 분위기 확산, 사고 경각심 높아져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어려워"

"개인 자유지만, 희생자 생각하면 가고 싶지 않아"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추모공간에서 외국인들이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2022.11.04.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준호 김래현 기자 = 2022 카타르월드컵 개막이 보름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300여명의 사상자를 낸 '이태원 참사' 영향으로 예년과 같은 대규모 거리응원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끔찍한 사고를 접한 시민들 사이에서는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장소를 꺼리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당장 이달 말부터 카타르 월드컵이 시작하지만 상당수 시민들은 애도 분위기를 이어가며 거리응원은 자제하겠다는 입장이다.

4일 국제축구연맹(FIFA)에 따르면 카타르월드컵은 한국시간으로 오는 21일 개막전을 시작으로 24일에는 한국과 우르과이의 본선 조별리그 첫 경기가 치러진다.

올해 월드컵 역시 예년처럼 상당수 인파가 거리응원을 위해 도심 곳곳에 모일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근 발생한 이태원 압사 참사로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태원 참사로 사회 전반에 애도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으며 동시에 직·간접적으로 느낀 참사 후유증으로 사고 위험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직장인 김성수(31)씨는 "최근 많은 인파로 사고가 난 상황에서 과연 즐거운 마음으로 응원에 참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희생자들을 금방 잊고 웃고 떠들고 노는 게 맞는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김윤선(24)씨도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그런 사고가 발생했으니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다"며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그런 자리에 가는 게 좀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경기 안양시에 거주하는 강모(38)씨는 "축구를 너무 좋아하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올해는 굳이 거리 응원까지 해야하나 싶은 마음은 있다"며 "물론 개인의 자유고 선택이지만 희생자 가족과 생존자, 목격자를 생각한다면 나는 거리 응원까지 나가고 싶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거리응원을 손꼽아 기다리는 시민들도 있어 안전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부산에 거주하는 대학생 김모(22)씨는 "축구팬으로서 또 대학생이 됐기 때문에 월드컵 거리 응원에 참여하고 싶다"며 "거리 응원 같은 경우는 앉아서 하기 때문에 안전 문제는 괜찮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로 출퇴근한다는 최모(28)씨는 "오히려 안전하게 통제된 거리 응원으로 시민 문화가 한 단계 성숙해졌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안전만 보장된다면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나서는 거리 응원까지 막아설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전했다.

한편 서울시는 안전 사고에 대한 재발 등을 우려해 월드컵 거리 응원 허가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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