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핵무기 방어 목적으로만 사용...핵보유국 간 충돌방지 최우선"

기사등록 2022/11/03 10:23:13

러 외무부, 공식 성명 발표…제한적 핵사용 원칙 강조

"도발 자극, 이익 침해 시도 위험…파국적 결과 초래"

[타슈켄트=AP/뉴시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 장관이 29일(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SCO는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유라시아 지역 정치·경제·안보 협력체로 중국, 러시아를 비롯해 인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이 참여하고 있고 이란이 가입을 추진 중이다. 2022.07.29.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러시아는 외부로부터 국가 존립이 위협받는 공격이 예상되는 경우에만 방어적 목적으로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2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러시아의 핵전쟁 방지 성명'이라는 제목의 공식 성명에서 이렇게 밝혔다.

외무부는 "러시아는 핵전쟁은 승리할 수 없으며, 결코 싸워서는 안된다는 엄격한 교리를 일관되게 따르고 있다"며 "오로지 방어적 목표를 추구하며, 확장적 해석의 여지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접근 방식은 러시아가 국가 존립 자체가 위험에 빠졌을 때, 대량파괴무기(WMD) 사용과 관련된 공격이나 재래식 무기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서만 핵무기를 의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국제 사회의 의혹과 달리 자신들이 마련한 핵 독트린 범위 내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원칙적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지난 2020년 6월 '핵 억제력에 관한 국가기본 정책서' 이른바 핵 독트린을 통해 4가지의 경우 핵무기 사용을 가능토록 규정 했다. ▲적대세력의 탄도미사일 발사 징후 ▲적대 세력의 대량파괴무기 사용 징후 ▲이런 무기들로 러시아 주요 국가 및 군사시설 위협이 발생할 경우 ▲대규모 재래식 공격에 의해 러시아 국가 존립이 위협받는 경우 등이다.

러시아 외무부는 성명에서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 등 핵보유 5개국 정상이 지난 1월 핵전쟁 방지를 위한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을 언급하며 이를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당시 5개국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핵전쟁은 절대로 일어나선 안 된다는 점을 선언한다"며 "핵무기 사용은 공격을 억지하고 전쟁을 예방하는 방어적 목적에 사용돼야 한다는 점을 확인한다"는 문구를 명시적으로 넣었다.

러시아 외무부는 또 "우리는 우리의 국가안보를 훼손하기 위한 무책임하고 뻔뻔한 행동으로 야기된 현재의 복잡한 상황 속에서 핵보유국 간 군사적 충돌을 피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5개 핵보유국은 실제로 이러한 최우선 과제 해결을 위한 의지를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며 "도발을 자극하면서 상호간 중요 이익을 침해하려는 위험한 시도는 파국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복수의 미국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러시아 고위 군 지도자들이 최근 우크라이나에서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시기와 방법을 논의하기 위해 대화를 나눴다고 보도했다.

이런 대화 정보는 지난달 중순 미국 정부 내에 공유됐으며, 군 지도부가 이런 대화를 나눴다는 것만으로도 조 바이든 행정부에 경종이 될 수 있다고 NYT는 진단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와 관련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면서도 "우리는 처음부터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 위협에 깊이 우려한다는 것을 분명히 해왔고, 그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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