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준비 끝 취업 기념 이태원 갔다 참변
토목회사 취직해 감리로 현장 배치 앞둬
함께 이태원 간 친구들도 마지막 길 배웅
[광주=뉴시스]김혜인 기자 = 취업 기념으로 친구들을 만나러 서울 이태원을 찾았다 참변을 당한 20대가 가족을 뒤로한 채 마지막 길을 떠났다.
이태원 압사 참사 닷새째인 2일 오전 광주 학동 한 장례식장에서 희생자 A(29)씨의 발인식이 엄수됐다.
A씨와 이태원을 함께 찾았던 고교 동창들도 먼저 떠난 친구의 관을 들고 고인의 마지막 길을 지켰다.
동생은 형의 영정을 들고 운구 차량으로 발길을 옮겼다.
관이 차량에 실리자 부모는 하얀 천으로 싸인 아들의 관을 쓰다듬으며 오열했다. "사랑하는 내 ○○아"라며 아들의 이름을 목놓아 불렀다. 유족과 친구들도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냈다.
발인을 마치고 운구차가 출발하려고 하자 A씨 어머니는 아들과 이별하지 못한 채 "○○아 가지 마…엄마는 널 못 보내겠어"라며 차량 뒤를 붙잡았다. 유족들은 오열하는 어머니를 부축했다.
운구차는 잠시 멈추어 섰다 다시 출발했다. 유족은 먼 길을 떠나는 A씨를 향해 "행복해야 해"라고 외쳤다.
광주 지역 대학교를 졸업한 A씨는 지난 2020년 토목기사 자격증 취득한 뒤 서울 유명 토목회사에 취직하기 위해 약 2년간 취업 준비에 몰두했다.
지난 8월 꿈에 그리던 토목회사에 취직, 현장 감리자로 일하게 된 A씨는 현장 배치를 앞두고 고향 광주에 내려와 가족들과 단란한 시간을 보냈다.
A씨는 사고 전날인 지난달 28일에도 "잘 지내냐"는 아버지의 전화에 "무탈히 잘 지내고 있다"고 안부를 전했다.
A씨는 이튿 날 입사 기념으로 친구 6명과 이태원을 찾았다가 밀려드는 인파 속에서 참변 당했다.
당일 자정쯤 핼러윈 참사 뉴스를 접한 A씨의 아버지는 아들이 걱정돼 수백 통의 전화를 걸었지만, 신호음만 되돌아올 뿐이었다. 다음 날 아침에서야 "A씨의 휴대전화를 보관하고 있다. 찾아가라"는 경찰의 전화를 받았다.
A씨의 아버지는 부상자들이 입원한 서울 병원 3~4곳을 들러 아들을 찾아 헤맸고 수소문 끝에 한 병원에서 아들을 발견했지만 이미 세상을 뜬 뒤였다.
A씨의 유족은 "사고 지점 중간에서 인파에 둘러싸여 변을 당한 것 같다"며 "지난달 현장에 배치돼 이제 막 꿈을 펼치려던 청년이 한순간에 변을 당해 참담한 심정"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15분 서울 이태원역 1번 출구 주변 좁은 골목에서 사람들이 엉키면서 156명이 숨지고 157명이 다쳤다. 이태원 참사에 따른 광주 지역 희생자는 A씨를 비롯해 7명이다. 전남은 3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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