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 죽을 것 같아" "정신 잃지 마"...초교 동창과의 마지막 대화

기사등록 2022/10/31 12:05:52

친구 함께 선 상태로 의식 잃었던 간호사, 구조된 후 심폐소생술

"친구가 안 보여서 괜찮은 줄 알았는데...친구 어머니 연락 받아"

병원 일찍 이송됐지만 뇌출혈에 끝내..."진짜 착하고 좋은 애였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에 시민들이 놓고간 근조화가 놓여 있다.  2022.10.30. kgb@newsis.com

[서울=뉴시스]정진형 임철휘 기자 = 지난 29일 밤 이태원을 찾았던 A(30)씨는 친구와 함께 인파에 휩쓸렸다. 원래 계획에는 없었지만 간단한 물건을 사고 잠깐 구경할 겸 이태원을 걷던 중 부지불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뒤에서부터 사람들이 밀려오고 있었는데 문제는 반대편에서도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어느새 A씨와 친구 B씨는 모르는 사람을 사이에 두고 떨어지게 됐다.

A씨는 "처음에는 그냥 잠깐 이러다가 말겠지 했는데 이게 너무 심해지니깐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떨어진 B씨는 "너무너무 힘들어, 진짜 죽을 것 같아" 하고 괴로워했고, A씨는 "우리 여기서 나갈 수 있어, 정신 똑바로 차려, 천천히, 우리 나갈 수 있어, 정신 잃지 마"하고 계속 외쳤다.

하지만 끊임없이 양쪽에서 밀려드는 인파에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 A씨는 까치발을 들고 고개를 위로 처들었지만 숨쉬기는 여전히 쉽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 나갈 수 있어, 정신차려' 이렇게 얘기하다가 저도 점점 의식이 희미해졌어요. 친구에게 '괜찮아, 괜찮아' 물었지만 대답이 없는데 고개를 돌려 볼 수가 없는 거예요. 그렇게 서 있는 상태에서 의식을 잃었고 어떻게 넘어졌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아요"라고 A씨는 말했다.

전날 서울 동대문구 삼육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A씨는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구조된 사람 중 하나다.

현장에서 구조된 A씨는 의식을 찾자마자 친구를 찾았지만 찾지 못했다. 휴대전화는 사라져 연락할 방도는 없었다. 많은 이들이 구조를 요하는 급박한 상황, 간호사인 A씨는 우선 구급대원들을 도와 심폐소생술(CPR)을 했다.

A씨는 "친구가 그 자리에 없어서, 나는 괜찮은 줄 알았다"며 "일단 눈앞에 보이는 사람부터 뭐라도 해보자고 해서 도왔다"고 했다.

구급대원 뿐 아니라 현장에 있던 의사와 간호사들이 손을 보태고 나섰고, 인근 클럽 직원들이 물을 떠와 돌리거나 사람들을 둘러업고 옮기는 등 힘써 도왔다고 한다.

그렇게 악몽 같은 밤이 지나갔지만, 슬픔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친구 B씨는 비교적 일찍 병원에 이송됐지만 눈을 뜨지 못했다. 넘어지면서 뇌출혈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구의 상태를 알 수 없었던 A씨는 당일 B씨 어머니의 연락을 받았다.

A씨와 B씨는 초등학교 친구 사이다. A씨는 "이제 좀 자리잡고 자기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려고 했다. 진짜 착하고 좋은 애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전에도 가본 적이 있던 곳이다. 전에는 그래도 한쪽은 가는 방향, 다른 쪽은 오는 방향 이런 것이라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유달리 질서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원래 놀러 간 게 아니어서 빨리 살 거만 사고 사진만 찍고 집에 가자고 그랬던 거였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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