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사 사고 당일 상당수 日 유학생, 관광객 등도 이태원 방문
인파 휩쓸리다 다리 멍들거나 탈수 증세 끝에 가까스로 탈출
"사람들 사이에 끼어서 갈비뼈나 내장 아플 정도로 압박받아"
"빨리 벗어나고 싶었지만 어찌 해야 할지 몰라 죽는 줄 알았다"
"눈 앞에서 필사적 심폐소생, 마치 전쟁터 비추는 뉴스 같았다"
일본인들은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에 놀라움과 애도를 표하면서도 사고 당일 "경비나 교통정리가 없었다"고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31일 NHK에 따르면 당시 현장 부근에서 유튜브 방송을 하던 50대 일본인 남성(서울 거주)은 "여성이 비명을 지르고 외국인 남성이 뒤로 물러나라고 영어로 외쳐 주위 사람들이 위험을 느낀 것 같았다"며 "뒤로 돌아가려는 사람과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사람들 사이에 (중간에)끼어서 갈비뼈나 내장이 아플 정도로 압박을 받고 '넘어지면 죽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관광차 한국을 찾은 후쿠오카의 20대 일본인 여성은 NHK에 당시 사고 상황에 대해 "사람이 너무 많아 꼼짝도 못하고 전후좌우로 밀려 숨쉬기가 힘들고 땀범벅이 돼 탈수 증세가 있었다"며 "빨리 벗어나고 싶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죽는 줄 알았다. 친구와 '괜찮아? 살아 있어?'라고 서로 확인했다"고 회상했다.
사고가 난 순간에 대해서는 "바로 눈앞에 있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며 "한국말로 '밀지 마라, 도와줘, 죽는다'는 말이 난무했다. 현장 부근에서는 많은 사람이 가고 싶은 방향으로 각자 가서 뒤죽박죽이었다"고 했다.
참사가 발생한 29일 밤 이태원을 찾은 규슈 출신 20대 이케다 다이오는 지하철역에서부터 인파에 갇혔다고 아사히 신문에 전했다.
당일 밤 9시15분께 쌍둥이 동생과 이태원을 찾은 이케다는 "(이태원역)역사 안은 사람들로 붐볐고 전철에서 내린 뒤 지상에 도착하기까지 15분가량 걸렸다"며 "동생과 '무섭네. 돌아갈까?'라고 말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174㎝에 두꺼운 구두를 신고 있던 이케다는 발이 땅바닥에 닿지 않자 몸을 돌리며 조금이라도 공간을 찾으려고 안간힘을 쓴 끝에 오후 10시께 간신히 거리를 빠져나갔다. 구급차의 사이렌이 울린 것은 그 직후였다.
워킹홀리데이로 한국에 체류 중인 도쿄 출신의 한 일본 여성은 사고 당시 골목길에 있는 클럽에서 나온 뒤 "눈앞에서 15명 정도가 도로에 누워 있었다"고 아사히 신문에 말했다. 이 여성은 "구급대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필사적으로 심폐소생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마치 전쟁터를 비추는 뉴스 같은 광경이었다"고 참상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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