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딸 간다고 5만원 들려줬는데"…유족들 병원서 발동동

기사등록 2022/10/30 11:36:26 최종수정 2022/10/30 11:52:54

자녀·친구 사망 확인한 유족들 시신 찾아 병원 발품

숨진 20세 딸 찾는 어머니 "자정부터 병원 찾아다녀"

"어느 병원인지 모른 채 경찰은 집에 가있으라고만"

이태원 압사 151명 수도권 병원·장례식장 39곳 안치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한 이튿날인 30일 오전 서울 순천향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을 찾은 시민 등이 슬픔에 잠겨 있다. 2022.10.26.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지난 29일 이태원 핼러윈 압사 사고로 현재까지 151명이 사망한 가운데, 자녀나 친구의 사망을 통지받은 유족들은 시신이 안치된 병원을 찾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신원이 확인 돼 가족들에게 연락이 닿은 경우도 있지만 아직 연락을 받지 못해 일일이 병원들을 돌며 시신이 이송됐는지 확인하는 유족들도 있었다.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장 앞에는 출입을 통제하는 경찰과 가족이 안치돼 있는지 확인해보겠다는 유족들 간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서울 금천구에 사는 안모(55)씨는 전날 자정께 이태원에 놀러간 딸이 숨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시신이 임시 안치된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에서 함께 있던 남자친구가 신원을 확인해줬지만, 이후 딸이 옮겨진 병원이 어딘지는 연락받지 못했다. 이에 실종자 접수를 받는 한남동 주민센터와 병원을 오가고 있다고 했다.

안씨는 "어제밤 12시쯤 전화를 받고 엄청 돌아다녔다. 체육관에서부터 걸어왔다"며 "여기서 밤새 기다리다가 (구급)차가 엄청 오길래 따라왔더니 못 들어가게 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어느 병원에 간지도 모르고 얼마나 황당하냐"며 "지금 밥도 못 먹고 애기 보고 싶어갖고 그렇게 하는데 경찰은 전화 올거니까 집에 가서 기다리라고만 한다"고 한탄했다.

딸과 마지막으로 연락한 게 언제냐는 질문에는 "(전날) 오후였다. 돈을 달라길래 5만원을 줬었다"고 답했다. 3남1녀 중 둘째 딸인 고인은 올해 20살이었다고 한다.

경찰에 따르면, 순천향대병원에 안치된 시신 6구 중 한구만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희생자 5명의 가족에게는 연락이 닿아 급히 병원으로 오고 있다고 한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대규모 심정지 사고가 발생해 30일 새벽 경찰 및 소방구급 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이태원에는 10만명 이상의 인파가 몰렸다. 2022.10.30. bluesoda@newsis.com
시신을 직접 확인하려는 일부 유족들이 출입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 고려인 남녀는 경찰과 대화한 후 굳은 표정으로 장례식장에 들어섰다.

스리랑카 국적 남성 리하스(33)씨 일행은 직장 동료인 A(27)씨의 휴대전화를 습득했다는 경찰의 연락을 받고 한남동 주민센터를 갔다가 순천향병원으로 향했다.

리하스씨는 "현지에서 뉴스를 본 가족들이 우리에게 알아봐달라고 한다"며 "새벽 5시반부터 주민센터를 왔다갔다하다 병원으로 와봤다. 뭐가 나오면 알려준다는데 아직까지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핼러윈데이를 이틀 앞둔 지난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해밀톤호텔 일대 골목에서 발생한 대규모 압사 사고로 오전 6시 기준 151명이 사망하고 82명이 부상당했다. 총 사상자는 233명이다.

희생자들이 안치된 병원은 ▲강남세브란스병원 ▲강동경희대병원 ▲강동성심병원 ▲강북삼성병원 ▲건국대병원 ▲국립중앙의료원 ▲노원을지대병원 ▲보라매병원 ▲부천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삼육서울병원 ▲상계백병원 ▲서울성모병원 ▲성남중앙병원 ▲성빈센트병원 ▲순천향부천병원 ▲순천향서울병원 ▲쉴낙원경기장례식장 ▲안양샘병원 ▲양주예쓰병원 ▲여의도성모병원 ▲용인세브란스장례식장 ▲의정부백병원 ▲의정부성모병원 ▲의정부을지대병원 ▲의정부의료원 ▲이대목동병원 ▲이대서울병원 ▲일산동국대병원 ▲평택제일장례식장 ▲한림대성심병원 ▲혜민병원 ▲코리아병원 ▲고대안암병원 ▲고대구로병원 ▲경희대병원 ▲서울대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한양대병원 등 39곳이다.

부상자 중 심폐소생술(CPR) 등을 받던 중상자가 적지않아,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피해자 대부분이 10~20대다. 외국인 사망자는 2명, 부상자는 15명이다.

이날 이태원에는 야외 마스크 해제 후 맞는 첫 핼러윈을 앞두고 10만명 이상의 인파가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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