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핵무장서 '핵우산' 강화로 선회하나…핵탄두 SLBM 상시 배치

기사등록 2022/10/14 11:14:25

전술핵 재배치·나토식 핵공유 미국 동의 불투명

"항공모암 전단 순환배치…미 전략자산 전개 협의"

"미국 핵탄두 탑재 SLBM 상시 유지…실질적 핵공유"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2.10.14.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북한의 잇단 무력 도발에 7차 핵실험 가능성이 커지면서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확장억제 강화 범위를 놓고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핵무장', '전술핵 재배치' 등 한국의 핵무장론'이 다시 불붙었지만 정부는 당초 가능성을 열어뒀던 미국 전술핵 재배치에는 거리를 두고 미국의 전술핵을 공유하는 수준으로 확장억제(핵우산)를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미국에 실질적 핵공유를 요청했다는 보도가 있다'는 취재진 질문에 "지금 국내와 미국 조야에 확장억제 관련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는데 경청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꼼꼼하게 따져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전술핵 재배치 관련 질문에 "여러 의견을 경청하고 따져 보고 있다"고 했던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다양한 가능성'을 추가로 언급한 것으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며 북한의 도발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와 외교부는 미국의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적시 전개하는 방안을 놓고 미국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여권을 중심으로 제기된 '전술핵 재배치'보다는 미국의 핵우산을 강화하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신범철 국방부 차관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술핵을 재배치하기보다는 현재 가용한 미국 전략자산을 적시에 조율된 방식으로 한반도에 전개함으로써 북한을 억제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며 "그런 차원의 논의가 한-미 간에 심도 있게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도 "한미는 미국 전략자산의 적시, 조율된 전개 등을 포함해 확장억제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한미 양국은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등을 통해 확장억제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전술핵 논의엔 선을 긋고 미 전략자산 상시 전개로 초점을 옮긴 것은 좀 더 현실성 있는 조처를 강구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1991년 한국 영토에서 철수한 전술핵을 재배치하면 '한반도 비핵화' 명분을 포기하는 것인데다 미국은 NPT을 주도해온 중심국이기 때문에 한국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핵무장을 용인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주변국 반발과 국론 분열 등 불필요한 갈등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더욱이 미국이 현재 갖고 있는 전술핵은 모두 공중에서 떨어뜨리는 B-61전술 핵폭탄뿐인데 보유량은 약 200개에 불과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식 핵 공유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미는 미 항공모함 전단이나 원자력 추진 잠수함 등을 한반도 인근 해역에 상시 순환 배치하거나 핵폭탄을 탑재한 미군 전투기를 적시에 한반도에 전개시키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랜드연구소 군사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13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북한을 타격 목표로 한 미국의 핵탄두 탑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상시 유지시키는 것이 실현 가능한 한미 간 '실질적 핵공유'라고 분석했다.

베넷 연구원은  핵무기 공유와 배치 가능성은 작다고 평가하며 "핵무기 공약은 미국이 전략폭격기, 대륙간탄도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로 북한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이 가운데 태평양에 있는 미 핵잠수함의 핵탄두 탑재 탄도미사일 일부를 북한을 타격 목표로 상시 유지시키는 것이 한미 간 실질적 핵공유의 가능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핵탄두 SLBM을 탑재한 미국 잠수함들은 한반도에서 수천킬로미터 떨어진 태평양에 있는데 이들은 6000킬로미터 이상을 비행하는 장거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

그는 "이 잠수함들이 한반도 인근까지 올 필요는 없다. 이들 중 일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항상 북한을 타격 목표로 고정시켜 놓는 것"이라며 "냉전 때 대서양에 배치된 미국 잠수함의 탄도미사일을 소련을 겨냥한 채 유지시켰던 것과 같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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