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퍼포먼스 '잠시 놀다' 23일까지 공연
몽환적인 전자 음악, 티끌 하나 없는 화이트 공간, 총천연의 컬러 공간, 중력을 잊은 듯한 무용수들의 춤, 그리고 바닥에 기대누워 이를 지켜보는 조각….
서울예술단과 얼트 일렉트로닉 듀오 '해파리(HAEPAARY)', 사진조각가 권오상이 우리나라의 대표 고전소설 김만중의 '구운몽'을 모티브로 한 피지컬 퍼포먼스 '잠시 놀다'를 무대에 올렸다. '구운몽'은 조선후기의 문신이자 소설가인 김만중이 쓴 작품으로, '아홉 개의 뜬 구름 같은 꿈'이라는 의미다. 이 작품에서 성진은 꿈 속에서 양소유로 환생해 모든 명예와 부귀영화를 누리다 꿈에서 깨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이유리 서울예술단장은 11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소설 속 세계관을 무대에 담아낸 작품 '잠시 놀다'를 소개했다. 창작 뮤지컬과 가무극 중심의 작품을 공연해온 서울예술단이 만들어낸 새롭고 실험적인 작품이다.
이 단장은 "무용을 기반으로 한 넌버벌 공연, 장르의 융합이 세계적 추세"라며 "익숙하지 않은 형태의 공연인 만큼 단계적으로 변화·진화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이번 공연을 무용을 위주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는 좀 더 총체적으로 융합되는 공연을 준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적 아름다움과 정서를 녹여내는 안무로 독자적인 춤 영역을 다져온 안애순은 이 작품에서 연출 겸 안무를 맡아 현실이 아닌 듯, 꿈이지만 꿈이 아닌 듯한 색다른 연출로 관객들을 몽환의 세계로 초대한다.
안 연출은 "융합적인 공연을 만들기 위해 몸으로, 춤으로 연기하는 것 외에도 음악과 나레이션, 권오상 조각가의 작품 등을 융합했다"며 "이를 통해 소리·시각·촉각을 자극하고, 환상·환각 속에서 관객과 감각을 나눌 수 있을까 생각했다"고 했다.
전통가곡을 앰비언트와 테크노를 기반으로 해석하는 작업을 이어온 해파리는 환상적인 선율을 빚어내며 관객들을 꿈 속의 시간으로 데려간다.
해파리의 보컬을 맡은 박민희는 "구운몽은 여러층의 세계관, 멀티버스의 세계관을 갖고 있다"며 "사회관계망(SNS), 가상현실(VR) 등 공간에서 자신을 분화해 여러 자아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안 연출과 함께 구운몽의 관점을 생각하며 새로 글을 쓰고, 이를 음악으로 만들었다"며 "가사를 통해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직접 전달하기보다 무용수들의 신체를 통해 이야기가 관객에게 갔으면 했다"고 말했다.
해파리의 사운드 프로듀서를 맡은 최혜원은 "몽환적 공간을 잘 표현하려고 했다"며 "가사가 잘 들리는 부분도, 안 들리는 부분도 있는데 집중하며 들어달라"고 했다.
지드래곤·유아인 등 한류스타의 사진으로 만든 조각으로 세계적 유명세를 탄 권오상 조각가도 이 작품에 합류했다. 권오상의 '비스듬히 기대누운 남자', '비스듬히 기대있는 형태1', '비스듬히 기대있는 형태3', '모빌' 등 4점의 작품이 '잠시 놀다'에 등장한다. 입체와 평면을 오가는 그의 조각상들은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공연의 메시지를 전한다.
조명디자인을 맡은 후지모토 타카유키는 조명으로 환상같은 작품 속 화이트, 컬러, 블랙공간을 만들어냈다. 그는 "조명은 작업적 측면에서 세트와 연출, 음악이 정해지고 가장 마지막에 진행된다"며 "작업이 이뤄진 경과를 보며 연출 의도를 이해하고, 음악에 방해되지 않도록 조명으로 레이어를 쌓으며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23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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