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은 금통위...금리 0.5%포인트 인상 유력

기사등록 2022/10/12 05:00:00

10년 만에 기준금리 3% 시대 맞나

다음달 추가 '빅스텝' 시사 발언 여부 관심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2022.08.2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2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여는 가운데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 단행이 유력시 되고 있다. 이날 한은이 빅스텝을 단행하게 되면 2012년 10월(3.0%) 이후 10년 만에 3%대 기준금리 시대를 맞게 된다. 또 사상 처음으로 다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된다.
 
12일 금융 시장에 따르면 대다수 시장 전문가들은 이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2.5%에서 3.0%로 0.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내년 1분기까지도 5%대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따른 한국과 미국 내외 금리 역전폭 확대로 원화 약세가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이 이번에 또 기준금리를 올리게 되면 올해 4월, 5월, 7월, 8월에 이어 10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다섯 차례 연속 금리를 올리게 된다. '빅스텝'이 현실화 될 경우 지난 7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또 2012년 10월 10일(3.0%) 이후 10년 만에 기준금리 3% 시대를 열게 된다.

금융투자협회 조사에서도 0.5%포인트 인상 의견이 우세하다. 금투협이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7~30일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전원이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이 가운데 89%는 0.5%포인트 인상을, 6%는 0.75%포인트 인상을, 5%는 0.25%포인트 인상을 전망했다.
 
물가가 내년 1분기까지 5%대 물가가 지속될 수 있어 과감한 금리인상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는 5.6% 오르면서 8월(5.7%)에 이어 두 달 연속 낮아졌지만 5%대 중반에서 더 내려오지 않고 있다. 6월 6.0%, 7월 6.3% 등 두 달 연속 6%대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승세는 다소 꺾였다. 반면, 겨울철 앞두고 난방수요가 커지고 있어 에너지 가격이 다시 오를 수 있고, 환율도 더 오를 수 있어 10월 물가가 지난 7월보다 더 뛸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앞으로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을 전망하는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 역시 9월 4.2%로 지난 7월부터 4%대를 지속하고 있다.
 
소비 심리는 지난 6월부터 4개월째 기준치를 하회하고 있는 등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한은에 따르면 9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1.4로 나타나 전달(88.8)보다 2.6포인트 올랐다. 2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한 것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100 아래를 지속하고 있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보다 작으면 장기 평균보다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고물가에 주요국 금리인상,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 금융시장 불확실성도 확대되고 있는 영향이다.
 
대출금리 상승에도 가계대출은 다시 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가계대출에 카드사와 백화점 등 판매신용을 더한 '가계신용' 잔액은 1869조4000억원으로 전분기 말 보다 6조4000억원 늘었다. 3개월 만에 증가 전환한 것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래 가장 큰 규모다.
 
한은이 '빅스텝'을 단행해도 한·미 금리 역전폭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미 연준이 다음달 1~2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에서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고, 12월에도 0.5%포인트 올려 연말 금리가 4.5%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한국은 이번달에 이어 다음달까지 두 차례 연속 빅스텝을 단행하더라도, 연말 금리가 최고 3.5%가 돼 연말 미국과의 금리 역전폭이 1.0~1.25%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  과거 최대 역전폭은 1.5%포인트 였다. 한미 금리가 역전폭이 확대되면 국내 증시와 채권 시장 등에서 외국인 자본이 유출될 수 있다. 자본유출로 인해 원화 약세가 더 심화될 수 있고, 이는 수입물가 상승을 통해 국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총재도 추가 '빅스텝'을 단행할 것임을 시사해 왔다. 이 총재는 지난달 2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 수 개월 동안 말씀드린 0.25%포인트 인상 '포워드 가이던스'(사전 예고 지침)는 전제 조건이었다"며 추가 빅스텝을 시사했다.

미 연준의 고강도 긴축, 유럽과 중국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2008년 금융위기 때 수준까지 올랐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지난달 28일 장중 1422.2원까지 올라가는 등 장중 고가 기준으로 2009년 3월 16일(1488.0원) 이후 13년 6개월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빠른 금리인상으로 원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고, 인플레이션 압력도 높은 상황"이라며 "9월 미 FOMC 이후 한은 총재가 가정이 바뀌었다고 언급하면서 10월 빅스텝 가능성을 시사해 온 만큼 빅스텝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이날 이 총재가 금통위 직후 열리는 기자간담회에서 11월 기준금리 인상 폭과 관련 어떤 '포워드 가이던스'를 내 놓을지에 대해서도 시장의 관심이 모아진다. 시장에서는 한은 금통위가 10월에 이어 11월에도 연속 빅스텝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올해와 내년 물가에 대해 어떤 전망을 내놓을지도 관심사다. 이날은 수정경제 전망은 발표되지 않지만 이 총재가 고물가가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어 "물가가 지난 8월 전망치인 올해 5.2%, 내년 3.7%보다 높아질 수 있다"는 정도의 발언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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