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차기 빅딜 대상 'ARM'…왜 인수 노리나 보니

기사등록 2022/09/20 06:10:00

매출 다각화·협상력 강화·애플 견제 등 다양한 효과 거론

SK·퀄컴·인텔 등 눈독…삼성전자도 인수 여력 충분하다는 관측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삼성 부당합병 혐의'와 관련 62차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2.08.25.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영국 출장을 계기로 영국 ARM 인수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ARM은 컴퓨터 CPU(중앙처리장치)와 스마트폰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칩 설계에서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이다. 최근 SK하이닉스와 퀄컴, 인텔 등 국내외 굵직한 반도체 기업들이 잇따라 인수 의향을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ARM은 올 초 SK하이닉스가 인수합병(M&A) 의사를 밝힌 이후 글로벌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공동 인수 의향을 속속 내놓으며 실현 가능성이 눈길을 끈다.

SK하이닉스 박정호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여러 국가의 업체들과 공동 컨소시엄을 구성해 ARM 지분 확보로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최고경영자)도 "경쟁사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ARM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여기에 ARM 지분 인수에 관심을 보여온 팻 겔싱어 인텔 CEO도 지난 5월 이재용 부회장과 서울에서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인텔이 삼성전자에 ARM 인수전 공동 참여를 요청했을 것이라고 관측한다.

이후 3개월이 지나 이 부회장은 윤석열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지원 차 영국을 방문하며 ARM 인수를 위한 '전환점'이 마련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ARM 인수에 반도체 업계가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미래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ARM 기술 기반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 점유율은 90%에 달한다.

특히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매출 다각화를 노릴 수 있다. 삼성전자(74%)와 SK하이닉스(97%) 등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의 경우 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70%를 넘는다. 세계 경제 상황이 나쁠 때는 실적도 급격히 악화하는 경향이 있다. 메모리 시장은 그만큼 세계 경기와 밀접하기 때문이다.

반면 반도체 설계와 파운드리(위탁생산) 등 시스템반도체는 경기 변화에 둔감한 편이다. 적용 분야가 메모리보다 광범위하다. 시장 규모도 2배 이상에 달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팹리스 시스템반도체의 2025년 시장 규모는 4773억 달러로, 메모리 반도체(2205억달러) 시장 규모의 2배를 훌쩍 넘는다.

다만 삼성전자가 ARM을 인수해 설계 시장에 진출하면 파운드리 고객을 잃게 될 수 있어 이해 득실은 분명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평가다. 팹리스 고객사가 자신들의 설계 자산이 삼성전자에 노출되는 것을 꺼릴 수 있어 ARM에 설계를 의뢰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ARM을 인수하면 협상 영향력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현재 퀄컴, 애플, 인텔, AMD 등 대부분의 반도체 제조사들이 ARM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설계 전체를 가져오거나 일부를 차용하는 방식으로 반도체를 만들고 있다.

이 같은 설계 분야의 우월한 경쟁력은 고객사나 협력사와 협상에서 훨씬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는 무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쟁 우위 제품 확보는 글로벌 기업 간 협상이나 협력의 중요 요소"라며 "이는 모바일 분야를 넘어 통신 등 다른 분야에서도 유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ARM 인수 배경에는 애플을 견제하려는 속내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애플은 스마트폰과 PC 등에 들어가는 반도체 칩을 독자 개발하고 있다. 독자적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해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반면 기존 반도체 기업들은 시장 지배력이 위축되는 모습이다. 특히 인텔은 애플이 자체 개발한 M1 칩을 노트북에 사용하면서 급격한 매출 감소를 보이고 있다.

결국 애플이 ARM의 기술을 기반으로 반도체 칩을 개발 중인 만큼 새 주인이 누구인지 업계 판도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반도체 업계에서 '중립'을 지켜온 ARM과 고객사 간 갈등이 표출될 수 있다.

ARM 인수전은 여러 국적의 회사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엔비디아가 독자적으로 ARM 인수를 추진하다가 반독점 규제와 반도체 기업들의 반대에 부딪혀 계약을 포기하는 일이 다반사다.

다만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가 커지고, 미중 패권 경쟁뿐 아니라 반도체 기술을 둘러싸고 각국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ARM 인수전의 불확실성은 높은 상황이다.

지난 2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성 자산은 125조원에 달해 ARM 인수 여력은 충분하다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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