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미래전략실', 朴정부 국정농단 연루되며 전격 해체 이력
59개 계열사 자율경영…사업 간 시너지 부족 지적 제기
삼성 컨트롤타워 역사는 의외로 길다. 1959년 창업주 이병철 선대 회장 시절 '비서실'로 시작해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 등으로 불렸는데, 2010년부터 '미래전략실(미전실)'로 이름을 바꿔 명맥을 이었다.
단순히 총수 보좌를 넘어 총수의 경영철학을 계열사가 현실화할 수 있도록 그룹 차원의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며 삼성은 지난 2017년 미전실을 해체했다. 당시 이 부회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미전실에 대해 많은 의혹과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며 "미전실을 해체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각 계열사들은 이후 자율경영 체제를 강화했다. 삼성은 미전실을 해체한 뒤 사업지원(삼성전자), 금융 경쟁력 제고(삼성생명), 설계·조달·시공 경쟁력 강화(삼성물산) 등 3개 태스크포스(TF)를 꾸리며 임시 운영 체제를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59개 계열사를 보유하고 올해 예상 매출액이 400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기업에서 그룹 전체를 총괄할 조직이 없다는 것은 큰 문제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한 재계 관계자는 "계열사 별 자율 경영을 하다 보니 사업 간 시너지 효과가 떨어지거나 심지어 일관성이 없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며 "그룹 전체 차원의 결정이 필요한 중장기 전략 수립에도 한계가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삼성전자·물산 등 그룹 핵심 계열사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컨설팅을 의뢰했고, 이에 BCG는 그룹 차원의 '컨트롤타워 복원'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적폐'로 지적받은 미전실의 부활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삼성은 극히 조심스럽다는 분위기다. 현재 이 부회장이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것도 선뜻 컨트롤타워를 조직하지 못하는 부담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컨트롤타워 부활을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납득할 만한 명분과 과거 지적 받은 문제점을 막을 방안이 함께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효율성 면에서 삼성그룹을 총괄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데는 사회적으로 큰 이견이 없는 듯하다"며 "단 과거 문제가 됐던 밀실 경영이나 정경 유착을 막을 투명성을 어떻게 담보하느냐가 중요한 숙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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