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환 현대카드 대표이사, 임기 전 돌연 사임
회사 측 "일신상의 이유"....시장에선 여러 추측 난무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카드업계 최연소 최고경영자(CEO)였던 김덕환 현대카드 대표이사가 임기를 반도 채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김 전 대표가 갑작스럽게 '일신상의 이유'로 물러나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김 대표가 지난 9일 자로 사임했다고 최근 공시했다. 이로써 김 대표는 지난해 4월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된 지 약 1년 6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 전 대표의 임기는 2024년 3월24일까지였다. 김 전 대표 사임으로 현대카드는 당분간 정 부회장 단독 경영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이 경영쇄신 차원에서 지난 4월 단독 대표체제를 각자 대표체제로 전환한 지 1년여 만에 다시 단독 대표체제로 돌아간 셈이다.
앞서 정태영 부회장이 현대카드와 함께 이끌고 있는 현대커머셜에서도 지난해 취임한 이병휘 대표이사가 지난달 '일신상의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해 3월 연임엔 성공했지만, 김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임기를 1년 반가량 남겨두고 사임했다.
정 부회장은 김덕환 전 현대카드 대표 사임과 관련한 언론보도가 난 다음날인 14일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하루하루가 귀중하고 힘들지. 아무 일 없이 편안하게 지나가면 웬일인가 싶고, 무슨 일이 있으면 오늘은 왜 이리 험한가 싶고"라고 복잡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두 대표의 임기 전 자진 하차는 지난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소비심리 회복으로 카드업계가 순익 2조7000억원이라는 역대급 실적을 낸 카드업계 분위기와는 동떨어진 행보다. 타 카드사 CEO들은 올해 임기를 연장하며 재연임에까지 성공했다. 권길주 하나카드대표이사 사장은 올 2월 연임이 확정됐다. 롯데카드도 지난 3월 조좌진 대표를 재선임했다.
정 부회장이 경영쇄신 차원에서 지난해 4월 취임한 대표들이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잇달아 사임하자, 배경에 대해 여러 추측이 나온다.
김 전 대표, 이병휘 전 대표 둘 다 정태영 부회장과의 갈등이 원인이 돼 직을 내려놨다는 추측도 나온다. 현대커머셜 노조 관계자는 "이 전 대표는 임기 끝까지 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최근에 이슈가 좀 있었고, 이와 관련해 순탄하게 해결되지 않았다. 문제가 더 불거지기 전에 (사임을 결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두 대표가 현대자동차 '캡티브(captive·전속)' 금융사인 현대캐피탈 출신이라는 점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현대자동차는 현대캐피탈의 최대주주 자리를 항상 지켜왔고, 정 부회장은 현대캐피탈의 주요 주주에 오른 적이 없다. 정태영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19년간 현대캐피탈의 운영을 맡아왔지만, 현대카드·커머셜과 의미가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재 현대캐피탈 최대주주는 현대자동차로 주식 59.68%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기아가 엘리시아제육차와 제이스씨제삼차가 각각 가진 9.99%(총 1986만주)를 취득하며 지분율이 20.1%에서 40.1%로 뛰었다. 현재 기아가 보유한 주식까지 합치면 총 지분율이 99.78%에 달한다.
현대커머셜은 정태영 부회장이 지분의 12.5%를 갖고 있고, 아내이자 정의선 현대차 회장의 누나인 정명이 현대커머셜 사장이 25%를 갖고 있다. 두 사람의 지분을 합하면 37.5%를 보유한 현대차와 같다.
현대카드의 경우 현대커머셜을 통해 간접적으로 지배력을 키웠다. 현대커머셜은 올 들어 현대카드 지분을 추가로 사들여 현대카드의 28.56%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36.96%)와 기아(11.48%)의 지분을 합치면 48.44%로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데, 정태영 부회장은 우호 세력으로 분류되는 푸본금융그룹 지분(19.98%)까지 합하면 현대카드의 48.54%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김덕환 전 대표는 2005년 현대캐피탈에 입사해 개인금융, 오토크레딧 팀장 등을 지냈다. 이후 2008년 현대카드로 자리를 옮겼다. 이병휘 전 현대커머셜 대표도 2005년 현대캐피탈에 입사해 오토기획실장, 신차사업실장을 거쳤다. 이후 현대커머셜로 자리를 옮겼다.
현대카드는 올 상반기 순익이 14.6% 감소하며 1557억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롯데카드는 1772억원의 순익을 내, 현대카드는 2013년 이후 9년 만에 업계 4위로 떨어졌다. 현대카드는 올 하반기 국내에 애플페이를 단독으로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NFC(근거리무선통신기술) 단말기 가맹점을 폭발적으로 늘려야 하는 등 흥행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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