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 동업자, 돈빌리며 최씨 수표 담보로 제공
동업자가 임의로 수표 변경…기소돼 유죄확정
2심서 뒤집혀…"불법행위 방조, 5억 지급해야"
25일 서울고법 민사21부(부장판사 홍승면)는 임모씨가 최씨를 상대로 낸 수표금 소송에서 1심과 달리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최씨가 임씨에게 4억9545만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 2014년 7~12월 동업자인 안모씨에게 약 18억원 어치의 당좌수표 5장을 발행했다. 안씨는 임씨로부터 돈을 빌리면서, 최씨에게 받은 수표를 담보로 제공했다.
그러나 담보로 제공된 수표는 안씨가 임의로 발행일을 수정한 상태였다. 최씨는 수표 5장에 대해 사고신고를 했다. 뒤늦게 수표를 은행에 가져간 임씨는 현금으로 지급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이후 안씨는 권한 없이 수표 발행일을 변조했다는 혐의로 기소됐고, 2018년 11월 대법원에서 징역 4개월에 벌금 100만원이 확정됐다.
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 임씨는 최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자신이 빌려준 돈의 담보는 최씨가 발행한 수표였고, 최씨가 안씨와 함께 돈을 사용해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씨가 안씨에게 수표의 발행일 변경 권한을 수여하는 내용의 사실확인서와 잔고증명서를 교부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2020년 5월 1심 재판부는 최씨가 안씨에게 수표 발행일을 변경할 권한을 주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임씨의 수표금 상환청구권이 인정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안씨는 수표를 변조했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돼 형사처벌을 받았다"며 "안씨가 사실확인서를 받았을 때로부터 1~4번 수표 발행 변경까지 4개월에서 1년9개월까지 시간 간격이 있고, 이 사건 사실확인서만으로는 1~4번 수표 발행일을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을 수여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임씨는 최씨와 안씨가 빌린 돈을 변제할 능력이 없음에도, 최씨의 가짜 잔고증명서를 믿고 돈을 빌려줬다며 손해배상을 요청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최씨가 안씨의 가짜 잔고증명서 이용을 통한 금전 편취 등 불법행위를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방조한 과실책임이 인정된다며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최씨는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제시하기 위해 각 허위 잔고증명서를 작성했다가, 위 잔고증명서로 대출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듣고 즉시 안씨가 보관하던 허위 잔고증명서를 폐기했다"면서도 "부동산 관련 정보를 얻는 데에만 사용하겠다는 안씨의 말을 믿은 채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위험성이 현실화됐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로 인해 임씨가 17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고 봤는데, 임씨가 해당 잔고증명서의 진위 여부 등을 확인해보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최씨의 손해배상 책임은 30%로 제한했다.
한편 최씨와 안씨 등은 위 사건과 관련해 사문서위조와 위조사문서 행사, 부동산실명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최씨는 지난 3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항소한 상태이고, 안씨는 1심 절차가 아직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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