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하이트진로가 화물 운송 위탁사인 수양물류와 함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와의 협상에 나선다. 원청업체가 하청업체 협상 과정에 개입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종전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화물연대가 하이트진로 본사 로비와 옥상에서 진행하고 있는 불법 농성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지자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간접적으로 하청업체와 함께 협상 테이블에 나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이트진로가 협상에 나선만큼 화물연대가 최우선적으로 요구하는 계약 해지 직원들의 복직 및 손해배상청구 소송 및 가압류 취하 등에 대한 타협점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운송료 인상 등에 대한 합의안이 나올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24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화물연대는 이날 오전부터 서울 하이트진로 본사 로비에서 진행하는 불법 농성을 해제하기로 했다. 옥상에서 진행하는 농성은 그대로 진행하면서 하이트진로, 수양물류와의 협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날 오전 11시로 예정돼 있는 18차 협상에는 하이트진로 본사 물류팀장이 참관인 자격으로 참석한다. 하이트진로는 수양물류의 빠른 의사결정을 돕고 화물연대와의 소통을 위해 협상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하이트진로는 이번 사태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켰지만 화물연대의 불법 농성이 이천과 청주·강원 공장을 넘어 본사로까지 확대된데다 정부도 중재에 나서자 대화에 나서기로 했다. 

일부에선 하이트진로의 협상 참여를 두고 화물연대의 최우선 요구 사항인 계약 해지 직원들의 복직 및 손해배상청구 소송 및 가압류 취하를 받아들이겠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이고 있다.

앞서 수양물류는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12명과 협력운송사 1개 운송사에 계약해지를 통보한 바 있다. 또 하이트진로는 이천·청주·강원 공장에서 진행한 불법 농성 이후 업무방해 등 혐의로 28억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하이트진로와 화물연대는 운임 30% 인상과 고용 승계 및 고정 차량 인정, 공병 운임 인상, 공차 회차시 공병 운임의 70% 공회전 비용 제공 등을 두고 향후 치열한 협상을 전개할 수 있다.

하이트진로의 행보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다. 불법적인 파업을 통해 원청업체에까지 피해를 주면서 농성을 장기화하면 원청업체가 백기를 들고 자신들의 요구를 수용해준다는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공권력 투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부분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정부가 적기에 공권력을 투입했다면 사태가 장기화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원청인 하이트진로가 하청업체의 협상에 개입하는 상황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란 목소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손해배상 면책 및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의 고용승계를 원청이 수용하면서 대우조선 하청업체 노조 파업이 타결된 것처럼 하이트진로도 화물연대 직원들의 복직 및 소송 취하 등을 수용하고 타협점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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