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스로 상장예심 첫 관문 통과했지만 기업가치 산정에 진통
"쏘카 흥행 참패 본보기로 컬리도 몸값 대폭 낮춰야"
[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마켓컬리가 상장예비심사 첫 고비를 가까스로 넘겼지만, '몸값' 거품 논란이 다시 불거지며 기업가치 산정에 이목이 모아지고 있다.
앞서 컬리는 프리IPO(상장 전 투자 유치)로 4조원의 몸값을 인정받았다. 이에 대해 시장에선 자산이나 매출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미래 성장에 초점을 맞춘 평가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금융투자 업계 일각에서는 컬리의 기업가치를 4조원의 절반인 2조원에도 못 미치는 1조 8000억원 수준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에 통과했다. 지난 3월28일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지 약 5개월 만이다.
컬리는 상장예비심사 과정에서 김슬아 대표의 낮은 지분율이 걸림돌로 작용했으나 이달 초 재무적투자자(FI)의 지분 의무보유확약서 제출로 활로를 찾았다.
주요 주주들의 보유지분을 6개월~2년 가량 보호예수로 묶어둔 데 이어 소액주주들에게도 최대 6개월의 의무보유 확약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장을 위한 1차 관문은 무난히 통과했을지라도 2차 관문인 몸값 산정은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는 시각이 짙다.
시장이 위축돼 원하는 기업가치를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 기업들이 줄줄이 상장을 포기한 만큼 투자 심리가 좋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IB업계에서는 현재 컬리의 기업가치를 1조8000억원에서 2조원선으로 예상한다.
일각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한국은행 등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올리면서 투자 심리가 얼어붙어 이익을 내지 못하는 컬리의 기업가치는 이보다도 더 낮게 봐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우선 비교 기업들의 몸값이 낮아진 점이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기업가치 4조원은 지난해 거래액(GMV)의 약 2.5배, 올해 회사가 목표로 하는 GMV(3조원)의 1.3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쿠팡 상장 당시 2.5배를 기준으로 공모가(35달러)를 책정했으나 현재 주가는 20달러 미만으로 추락했다.
신선식품 이커머스 플랫폼은 손실 부담이 낮은 비식품 플랫폼보다 보수적인 밸류에이션을 받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식품은 직매입하기 때문에 폐기 손실을 플랫폼이 책임져야 한다"며 "적정 멀티플 수준은 0.9수준으로, 2조원 미만의 기업가치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쏘카의 흥행 실패도 컬리에겐 큰 부담이다.
올해 시장 위축으로 상장을 준비하던 현대오일뱅크, SK쉴더스, 원스토어, 태림페이퍼 등 기업들이 공모를 취소했다.
이런 상황에도 상장을 강행한 쏘카는 1조원대 기업가치를 포기했음에도 상장 첫날 공모가를 6% 하회하는 가격에 마감하며 참패했다.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8607억원으로, 유니콘(시가총액이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의 기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결국 컬리도 원하는 기업가치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평가다. IB업계에선 컬리가 공모를 성사시키려면 목표 시가총액을 크게 낮춰야 한다고 말한다.
비교 기업군인 쿠팡의 주가 급락을 감안하면, 컬리의 목표 시가총액 하향조정은 불가피하다. 최근 컬리의 일부 재무적 투자자(FI)는 기업가치 1조5000억~1조6000억원을 기준으로 구주를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리한 시장 환경에도 컬리가 상장을 철회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외부 투자금 조달이 어려워졌고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도 시급하기 때문이다.
마켓컬리는 지난해 매출 1조 5614억원과 영업손실 2177억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63.8% 늘었으나 적자도 같은 기간 두 배로 증가했다.
누적 적자는 5000억원에 이른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매년 마이너스를 기록중이며 매입채무는 전년보다 40%나 증가했다. 자금 사정이 악화하면서 공모로 조달한 돈이 바닥날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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