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넥타이 메고 출석 "선제적 판단 고민 안 해"
1시간 가량 진행된 심문, 양측 날선 공방 주고받아
최고위 의결·전국위ARS 투표 등 도마에 올라
尹 취임 100일 기자회견 "불경스럽게도 챙기지 못해"
尹 인사 문제 "윤핵관 책임 있다고 생각"
[서울=뉴시스]강주희 최영서 기자 =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을 막아달라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이준석 전 대표가 17일 서울남부지법에 출석했다.
짙은 회색 정장에 흰색 셔츠, 붉은색 넥타이 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낸 이 전 대표는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차분하면서도 강한 어조로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을 향해 거친 언어를 서슴치 않았던 지난 13일 기자회견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45분쯤 법원에 직접 출석해 "절차적으로 잘못된 부분과 더불어 당내 민주주의가 훼손된 부분에 대해 재판장께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법원이 기각할 경우 향후 대응을 묻는 질문에는 "기각이나 인용에 대한 선제적 판단에 따른 고민은 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날 오전에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어떻게 받느냐는 질의에 "당내 민주주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다보니 대통령께서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 불경스럽게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고 답했다.
앞서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 관련 질문에 "민생 안전과 국민 안전에 매진하다 보니 다른 정치인들께서 어떤 정치적 발언을 하셨는지 제가 제대로 챙길 기회가 없다'고 한 것을 비꼰 것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 혁신이 공염불이 된 게 아니냐'는 지적에는 "정치적인 얘기는 드릴 기회가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한 뒤 법원 안으로 들어갔다.
이날 1시간 가량 진행된 심문에서 이 전 대표 측은 비대위 체제 전환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발생했다며 가처분 인용을 통해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를 정지해달라고 요쳥했다.
이 전 대표 측은 배현진·윤영석 등 사퇴한 최고위원들이 지난 2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비대위 전환을 위한 상임전국위원회·전국위원회 소집 요구안을 의결한 것은 위법하고 주장했다.
또 지난 5일 전국위원회가 유튜브와 자동응답시스템(ARS) 등 비대면 방식으로 의결한 것에 대해 "의사정족수를 확인할 수 없는 방식이고 토론권·반대토론권도 전혀 보장돼있지 않다"며 이 역시 무효라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측은 사퇴한 최고위원들이 당시 당에 공식적으로 사퇴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으므로 이들의 사퇴가 절차상으로 완료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이 전 대표가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6개월 정지 중징계를 받았기 때문에 당에 비상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법원은 해당 사안에 대한 정치적 파급력이 상당한 만큼 "신중히 판단해 조만간 결정할 예정"이라며 결정을 미뤘다. 만약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한다면 비대위는 출범하자마자 존립이 위태로워진다. 다만 정치권 안팎에선 가처분 인용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데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심문을 마친 이 전 대표는 "책임있는 정당 관계자로서 이런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드리는 상황을 만드는 것 자체를 굉장히 자책하고 있다"면서도 "이 일을 시작한 사람들도 그 책임을 통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지금 행정부가 입법부를 통제하려고 하는, 삼권분립이 위기에 있는 상황"이라며 "삼권분립의 설계된 원리대로 사법부가 적극적인 개입으로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가처분 결과와 관계없이 당원 모집을 진행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어느 시점에나 당원 모집에는 정당의 모든 문제의 해소와 답이 있고 가능성이 있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추진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자신과 정치적 대척점에 서있는 윤핵관을 향한 날선 발언도 쏟아냈다.
이 전 대표는 "인사 문제 관련해서 '윤핵관'이라고 하는 분들이 다소 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어떤 여론 조사나 어떤 상황을 보더라도 대통령께서 인사 문제 때문에 집권 초기 어려움을 겪게 된 건 명확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매번 입에 달고 다니는 것처럼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일하려고 한다면 그 자리가 원내대표든 예결위 간사든 아무리 달콤해보이는 직위라 하더라도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이제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이 전 대표가 지적한 윤핵관은 전날 의원총회에서 재신임을 받은 권성동 원내대표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당 간사로 내정된 이철규 의원이다.
주 비대위원장과의 만남 가능성에 대해선 "이미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고 일축했다. 이 전 대표는 전날 주 위원장과 만찬 회동을 했다는 보도를 언급하며 "어떤 사실관계를 거쳤는지 모르겠고, 주 위원장과 그에 대해 전혀 확인해줄 생각이 없다"고 했다.
아울러 "만남이 의미 없다고 밝혔고 만났을 때 곤란한 상황에 처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법원 앞에는 이 전 대표 지지자들과 이 전 대표의 성상납 의혹을 제기한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 연구소' 관계자들이 몰려 아수라장이 됐다. 이 과정에서 이 전 대표 측과 가세연 관계자들이 충돌하는 등 잠시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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