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로 주저 앉은 尹지지율, 원인 제공자로 지목돼
당 안팎 비난 거세지자 권성동-장제원 연일 로우키
비대위에 영향 끼칠까 우려 "둘 다 거리두어야"
[서울=뉴시스]강주희 기자 = 우여곡절 끝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 국민의힘에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의 2선 후퇴를 거론하는 목소리가 다시 이어지고 있다.
당의 비상 상황을 초래한 윤핵관이 향후 비대위 운영까지 주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당 안팎으로 제기되면서 책임론이 재차 불거진 것이다. 일각에선 비대위 출범을 계기를 인적 쇄신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친이준석계로 분류되는 김용태 청년 최고위원은 9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내부 총질'이라는 텔레그램 문자가 공개돼 (당이) 비상 상황인가에 대해 생각해보면 권성동 원내대표는 아직 사퇴하지 않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본인은 원내대표를 사퇴하지 않고 비대위원으로 활동할 계획이 있으신 것 같은데 도대체 무엇이 비상 상황인가. 국민과 당원들께서 여당에 어떻게 비상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을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 계속 있다"며 권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당 지도부에서 사퇴한 조수진·정미경 최고위원과 비윤계 중진인 조해진·하태경 의원도 2선 후퇴론을 제기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2개월 여 만에 당이 비대위 체제에 이르게 한 가장 큰 원인을 제공했음에도 수습조차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당내 4선 중진인 홍문표 의원도 지난 3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오늘의 사태에 누가 뭐라고 해도 윤핵관이 한 축을 이뤘는데 그분들이 다시 또 뭘 한다는 것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다"면서 "윤핵관은 좀 비켜갔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여권의 지지율 하락세가 심상치 않는 상황에서 당 안팎으로 사퇴론이 거론되자 윤핵관은 대응을 자제하며 추이를 관망하는 모습이다. 이준석 대표가 지난달 8일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6개월 정지의 중징계를 받은 직후 거침없이 당 운영을 주도하던 모습과는 딴판이다.
대통령실 사적 채용, 9급 공무원 발언 등으로 구설수에 오른 권 원내대표는 일단 '로우 키'로 선회했다. 기자들과 만나는 공개 일정을 줄이고 당내 현안에는 말을 아끼며 비대위 체제가 자리 잡을 때까지 최대한 몸을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4일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을 방문한 자리에서 비대위 체제 등 각종 현안에 대한 질의를 받았지만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대변인을 통해 말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권 원내대표와 윤핵관 듀오인 장제원 의원도 조심스러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의원은 지난 3월 대선 승리 후 별다른 당직을 맡지 않았지만 윤 대통령의 근거리 실세이자 보이지 않는 손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 대표 중징계 후 지도체제 노선, 친윤 그룹 문제 등을 두고 권 원내대표와 충돌하면서 당내 '추앙' 받던 존재에서 '비난'의 대상으로 전략했다. 장 의원은 권 원내대표와의 갈등론이 불거지자 지난달 15일 비공개 오찬 회동을 통해 논란을 수습하는 듯 보였으니 사흘 만에 다시 공개적으로 대립했다.
부실 인사 책임론에도 직면해있다. 장 의원은 과거 대통령인수위원회 시절 당선인 비서실장으로 대통령실 첫 인선과 정부 조각에도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장 의원에게 인사 실패론에 대한 책임을 돌리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장 의원은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핵관이 후퇴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는 지적을 받자 답변 없이 자리를 떠나기도 했다.
일부 의원들은 곧 출범할 비대위에 윤핵관의 입김이 작용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눈치다. 한 재선 의원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비대위원장이 아무리 실권을 잡고 운영하더라도 비대위원 중 윤핵관과 가까운 인사가 다수 포함된다면 비대위 앞길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3선 의원도 "애초 비대위 체체로 촉발한 직접적 원인은 윤핵관이 아니였나"며 "권 원내대표, 장 의원 둘 다 비대위와 거리를 두어야 한다. 비대위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공개적으로 해야 비대위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불안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zooey@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