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높은 오름세 이어지지만 예상 수준"
"향후 0.25%p씩 인상…연말엔 2.75% 전망"
"美, 중간선거 고려해 긴축 속도 조절할 듯"
[서울=뉴시스] 박은비 남정현 기자 =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2개월 연속 6%대 상승률을 보인 것과 관련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달 6.3% 상승은 지난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8개월 만에 최대치다. 지난달 사상 처음 빅스텝(한 번에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던 한은은 인플레이션 대응을 거듭 강조한 바 있다. 다만 물가 상승률이 예상한 수준이라서 연말까지 금리 인상폭이 기존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수정 전망도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예상했던 물가 상승률 전망을 벗어날 경우 빅스텝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한은은 전날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지수가 1년 전보다 6.3% 상승한 것과 관련 "지난달 금통위 당시의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는 전날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물가 상승 속도는 상반기에 비해 다소 완만해졌으나 높은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소비자물가는 기대인플레이션이 4%대 중후반 수준으로 높아진 가운데 고유가 지속, 수요 측 물가 압력 증대 등으로 당분간 6%를 상회하는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 부총재보는 또 "향후 물가 경로 상에는 우크라이나 사태 전개 양상, 유가 등 국제원자재 가격 추이, 태풍·폭염 등 여름철 기상 여건 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 인식을 공유한 시장에서는 한은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두차례 정도 올릴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올해 말 기준금리가 3.0%까지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가 2.75% 선으로 그칠 것이라는 수정 전망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실 6.3% 물가 상승률은 시장 컨센서스였고 이번 물가 지표가 시장이 내놓은 금리 인상 사이클 전망을 달라지게 만들 정도의 재료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며 "경기에 대해서는 이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닐까 하는 게 저희 입장이다. 8·9월에 나오는 경제 지표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물가상승률 9~10월 정점을 예상하는 상황에서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다. 경기 둔화 우려가 높기 때문"이라며 "미국이 연내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서는 가운데 국내도 금리 인상 조기 종료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는 11월에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를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치적인 이유로 더 이상의 고강도 긴축 기조 유지는 어렵다는 시각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원래 전망대로면 연말까지 금통위가 3번 남았으니까 0.25%포인트씩 최종 3.0%가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물가상승률은 정부에서도 9·10월이 되면 정점에 도달해서 조금씩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논란이 심화되면 현 정부 지지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미국도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어 "정치적인 요인 때문에 경기 부양으로 정책 목표가 약간 선회할 수 밖에 없다"며 "이런 이유로 미국이나 우리나라 주가도 오르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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