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방위·행안위원장 두고 강경대치
與 '관례로 여당' 野 '尹정부 견제'
다만 '사개특위' 구성엔 잠정 합의
17일 원구성시 후반기 48일 소요
역대 5위…정권 교체 원구성 난항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제헌절을 하루 앞두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원 구성 협상이 멈춰섰다. 양당은 17일 전에 후반기 원 구성을 마무리하기로 공감대를 이뤘으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과 행정안전위원장을 두고 양당이 강경 대치 중이다. 여당의 '협상 공개'로 촉발된 불신이 갈등을 격화시키면서 제헌절 전 원 구성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국민의힘은 관례적으로 여당 몫인 과방위와 행안위를 민주당이 모두 가져가려 하는 데다 운영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협상 수단의 하나로 보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과반 야당인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경찰 장악' '방송 장악' 위험성을 견제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협상 내용 공개 문제로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여야는 모두 상대방의 태도를 문제삼으며 먼저 손을 내밀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15일 "아직 교착 상태"라며 "박홍근 원내대표가 만날 생각이 없다고 한다"고 했고,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저 쪽이 안하무인을 견지한다면 제헌절 전 마무리가 염려된다"고 했다.
그러나 양당은 지난 3개월간 대치 정국의 핵심 배경이었던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구성에는 여야 동수로 구성하되 위원장을 민주당이 맡는 방식으로 잠정 합의에 이른 것으로 전날 알려졌다. 이외에도 정치개혁특위, 민생경제안정특위, 연금특위까지 4개의 특위 구성에는 어느 정도 이견을 좁힌 것으로 보인다.
최대 현안이었던 사개특위 문제가 잠정 합의에 이른 만큼, 여야가 '과방위·행안위' 배분 조율에만 합의할 경우 원 구성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민주당이 한 위원회를 넘기거나, 국민의힘이 다른 핵심 상임위를 챙기는 방식에 합의할 가능성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은 15일 오후 5시30분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재로서는 과방위와 행안위가 핵심"이라고 했고,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은 이 직후 "제헌절까지 하루가 있으니까 협상의 끈을 놓지 않고 기다리겠다"고 했다.
다만 제헌절인 17일이 일요일인 데다, 권성동 직무대행이 취임 100일 간담회와 고위당정협의회 등 주요 일정이 잡혀 있어 16일 이견을 좁힌다고 해도 17일 원 구성 완료가 쉽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이 경우 이르면 내주 초 상임위원장 선출 본회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원 구성 타결을 가정할 경우, 21대 후반기 국회는 48일 만에 정식으로 개원하게 된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13대에서 20대 국회의 전·후반기 국회 원 구성 평균 소요 기간은 41.4일로 평균치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지만, 역대 다섯 번째로 오래 걸린 사례기도 하다.
가장 길게 소요된 기간은 14대 국회 전반기의 125일이다. 교섭단체 3당이 첫 지방선거 실시를 두고 논쟁을 이어가면서 국회의장단 선출에 1개월, 상임위원장단 선출에 4개월이 소요됐다.
정권 교체 직후의 원 구성이 난항을 겪는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여야가 상임위를 맞바꾸는 '수싸움'을 치열하게 전개하기 때문이다.
1997년 정권교체 뒤인 15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에 79일, 2007년 정권교체 뒤인 18대 국회 전반기 때 88일, 2017년 정권교체 뒤인 20대 국회 후반기 때 57일이 걸렸다. 48일 이상이 걸린 21대 후반기 역시 2022년 정권교체 직후다.
◎공감언론 뉴시스 ksm@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