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국회의장, 라자팍사 사임 공식 발표…"7일내 새 대통령 선출"

기사등록 2022/07/15 14:34:49 최종수정 2022/07/15 16:07:44

스리랑카 대통령제 채택 이후 첫 자진 사임 대통령

국회의장, 내일 의회 소집…"7일 내 새 대통령 선출"

라자팍사, 싱가포르 공항 도착 직후 쇼핑 모습 목격

"라자팍사, 아랍에미리트로 이동 전 싱가포르 잠시 체류"

[콜롬보(스리랑카)=AP/뉴시스]마힌다 야파 아베이와르데나 스리랑카 국회의장은 15일 수도 콜롬보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아베이와르데나 의장은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이 사임했으며, 새 지도자를 선출하기 위해 의회가 소집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2.07.15.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스리랑카 마힌다 야파 아베이와르데나 국회의장이 고타바야 라자팍사가 대통령직을 사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15일 AP통신, 인도 뉴델리방송(NDTV) 등에 따르면 마힌다 야파 아베이와르데나 국회의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고타바야가 법적으로 사임했다"며 사임서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식 선언으로 한때 타밀 반군을 무자비하게 진압해 '터미네이터'로 알려졌던 고타바야 라자팍사는 1978년 스리랑카가 대통령제를 채택한 이후 자진 사임한 첫 번째 국가 원수가 되었다.

아베이와르데나 의장은 주말인 16일 의회를 소집해 새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절차를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7일 이내에 선거 절차를 완료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스리랑카 헌법에 따르면 라닐 위크레메싱게 총리는 의회가 라자팍사의 뒤를 이을 새 대통령을 선출할 수 있을 때까지 자동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고타바야 라자팍사는 경제위기로 사임하라는 시위가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13일 해외로 도피했다.
[콜롬보(스리랑카)=AP/뉴시스]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 자료사진. 2022.07.14.
정부 청사를 점거하던 시위대가 14일 퇴각했다.

반정부 시위대는 고타바야와 형제 등 라자팍사 일가가 수년 동안 정부 금고에서 돈을 빼돌리며 경제를 잘못 관리함으로써 국가 붕괴를 재촉했다고 비난했다. 라자팍사 일가는 부패 혐의를 부인했지만, 고타바야는 그의 정책들 중 일부가 붕괴의 원인이 되었다는 것을 인정했다.

지난 주말 시위대는 대통령 자택과 집무실, 라닐 위크레메싱게 총리의 자택과 집무실을 습격, 점령하면서 수개월간의 시위가 더 격렬해졌다. 

시위대는 당초 새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계속 주둔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전날 밤 국회 밖에서 십 명의 부상자를 낳은 충돌로 폭력사태가 고조될 경우 자신들의 메시지가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14일 건물 점거를 해제하는 쪽으로 작전을 바꿨다.

고타바야 라자팍사 내외가 전날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 도착한 직후 공항에서 쇼핑을 즐기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라자팍사와 부인, 두 명의 경호원은 전날 몰디브에서 사우디 항공편으로 싱가포르에 도착했지만 싱가포르 정부는 라자팍사로부터 망명 신청이 없었으며 망명을 허용한 사실도 없다고 발표했다.

모하메드 나시드 전 몰디브 대통령은 라자팍사를 국외로 빼내는 데 막후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라자팍사는 스리랑카에 남아있을 경우 살해될 것을 두려워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리랑카 보안 소식통에 따르면 라자팍사는 아랍에미리트(UAE)로 이동하기 전에 싱가포르에 잠시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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