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센터 "강제 송환은 부도덕·비인간적"
9월 유엔 총회서 이대준씨 사건 다룰 듯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 당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탈북어민 북송 사건 등을 놓고 비판과 수사를 강화하는 가운데 국제 사회가 이들 사건에 대한 국제법상 위반을 지적하며 한국 인권 수준을 비판하는 여론이 일고 있다. 유엔 무대에서 이들 사건들을 인권 문제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다뤄질 가능성도 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14일 탈북어민 북송 사건에 대한 미국의 소리 방송(VOA)의 논평 요청에 "이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내기로 한 결정은 '농 르플르망' 원칙 위반"이라고 밝혔다.
국제난민협약과 고문방지협약이 규정한 농 르플르망 원칙은 고문 등 잔혹하고 비인도적 박해를 받을 위험이 있는 국가로 개인을 추방·송환·인도해선 안 된다는 국제법상 원칙이다.
미국 부시센터는 이날 VOA에 "이번 강제 송환은 부도덕하고 비인간적이고 불법이었다"며 "동시에 (보도된 대로 살인이 발생했다면) 살인 또한 용납할 수 없으며, 정당하고 적법한 절차 아래 결과에 직면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은 지난 4일 "한국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했고 책임과 진실 규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게 사태의 본질"이라며 "북한의 반인륜적 범죄와 인권 실태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이 문제를 유엔에 제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제 사회의 비난은 유엔 무대에서 이어질 전망이다. 국민의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하태경 의원은 지난 4일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 피살 사건을 유엔 무대로 가져가겠다고 밝혔다.
오는 9월 열릴 제77차 유엔총회 예비 의제 목록에 북한 인권 문제를 포함됐다. 이에 따라 새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이대준씨 사건 등이 포함될지 주목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우리 사회에서 보수는 개인의 인권, 탈북자 문제 등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 진보는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를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보수와 진보의 정책이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며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고 짚었다.
전임 정부 대북 정책을 수사하는 일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남북 관계 개선이 전제 조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분단 현실에서 생겨나는 끝없는 비극을 막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며 "남북 관계 개선은 안보를 더 튼튼히 만들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고 남북 간 신뢰가 축적이 되면 비극적인 희생도 막을 수 있다. 남북 간의 불신과 적대감이 심화되면 언제든 비극이 반복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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