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장비 매고 전봇대 오르락내리락"…집단산재 신청

기사등록 2022/07/12 20:27:04 최종수정 2022/07/12 20:48:32

20~30kg 장비 매고 전봇대 설치·보수 작업

평균 경력 27년…각종 근골격계 질환 호소

"2만2900V 고압 오가며 공포감 속에 일해"

[서울=뉴시스] 전기 노동자가 전봇대 위에서 자재를 들어올려 설치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2022.07.12. (사진=민주노총 건설노조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지현 기자 = 전봇대 설치·보수를 하기 위해 고공에서 수십 kg에 달하는 장비를 들고 일하다 근골격계 질환을 얻은 노동자들이 집단 산재 신청에 나섰다.

한국전력공사(한전) 하청회사 소속 전기 노동자 12명은 이날 서울 중구 근로복지공단 서울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단으로 산재를 신청했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56.6세이며, 경력은 평균 27년 정도 된다. 이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원인은 회전근개 파열, 유착성 피막염, 경추 추간판 탈출증, 척추 전방전위증 등으로 다양하지만 모두 근골격계 질환이다. 10명은 회전근개 파열 복원술, 인공 디스크 치환술 등 수술을 받았다.

노동자들의 작업 과정을 보면 이런 질환이 발생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이들은 우선 전봇대에 오르기 위해 1m 간격으로 발판 볼트를 설치해야 한다. 20∼30kg 무게의 장비를 허리에 매고 불안정한 지지 상태에서 작업을 하다보니 팔, 다리, 어깨, 무릎이 과도한 힘을 사용하게 된다.

설치 작업에 필요한 완금, 애자, 랙크 등 자재의 무게도 보통 10kg을 넘는데, 이 자재를 높이 14m 이상 전봇대 위에서 끌어올려서 사용해야 한다. 철로 된 자재만 무거운 게 아니다. 160㎟ 특고압 전선의 경우 작업구간 1개 구간(50m)당 전선 무게만 40kg이나 나간다.

가장 무서운 것은 감전의 위험이다. 노동자들은 감전 사고를 당하지 않기 위해 전선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채 어깨를 들고 고개를 비트는 자세에서 팔을 움직이며 작업을 한다. 한전이 개발한 스마트스틱(절연봉)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2m 길이의 스틱을 이용해 공구 등을 들어올리는 반복 작업도 어깨와 팔에 상당한 무리가 간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어깨 근육이 찢어지고 손가락이 골절되고 허리가 어긋나도 일을 했다"며 "한전 일을 하지만, 실은 한전에서 2년 주기로 입찰받은 업체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라서 산재보험은 꿈도 못꿨다. 업체에 산재보험 이야기만 꺼내도 당장에 고용불안이 엄습해 왔다"고 호소했다.

이어 "폭염이라고 일을 멈출 수도 없었다. 중량물에 장시간 노동으로 숟가락 들 힘도 없어 벌벌 손을 떨 정도로 일해 정전을 막았다"며 "배전 전기 노동자 근골격계 질환은 산업재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은 "전기 노동자들은 2만2900V 고압을 오가며 자칫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감 속에 초긴장하며 일하고 있다"며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를 승인하고 한전은 작업환경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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