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도' 스리랑카 대통령 반정부 시위에 사임 선언…총리도 사퇴

기사등록 2022/07/10 04:28:22 최종수정 2022/07/10 06:01:46

경제난에 수천명 집무동 모여 정권퇴진 시위 벌여

13일 사임 예정…국회의장이 임시대통령 추대돼

[AP/뉴시스] 지난 5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의 미래' 국제회의 세션에서 화상으로 참석한 스리랑카의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 2022.07.10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국가 부도 상태에 빠진 가운데  반정부 시위대에 몰린 스리랑카의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이 9일 사임 의사를 밝혔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마힌다 야파 아베이와르데나 스리랑카 국회의장은 이날 TV 성명을 통해 라자팍사 대통령이 오는 13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아베이와르데나 의장은 대통령의 이번 결정이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보장하기 위해 이뤄졌다며 "이에 나는 일반 대중에게 법 존중과 평화 유지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2019년 11월 대선에서 승리한 라자팍사 대통령은 스리랑카가 최악의 경제난 겪으며 사임 압박을 받아왔다. 임기는 2024년까지였다. 

라자팍사 대통령의 사임 의사 발표는 이날 정권퇴진 시위가 격화한 가운데 각 정당 대표가 대통령과 총리의 사임을 공식적으로 요구한 후에 나왔다.
[콜롬보(스리랑카)=AP/뉴시스]스리랑카 국기를 든 군중들이 9일 토요일 스리랑카 콜롬보의 대통령 집무실 밖에 모여 정권퇴진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2.07.09


이날 수천명의 시위대는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가 있는 집무동으로 몰려들어 반정부 시위를 벌였고 라자팍사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긴급 대피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이후 시위대는 관저 등에 난입하며 정권 퇴진을 요구했다.

시위대는 라닐 위크레메싱게 총리의 자택에도 진입해 불을 질렀다. 위크레메싱게 총리도 이날 자택이 불타기 직전 내각 회의 등을 소집한 후 사임에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

아베이와르데나 국회의장은 이날 각 정당 대표에 의해 임시 대통령으로 추대됐다.

라자팍사 대통령은 최근까지 형 마힌다 라자팍사 전 총리 등 라자팍사 가문 친족과 함께 스리랑카 정국을 완전히 장악했었다.

하지만 경제난이 심화하고 정권 퇴진 요구가 거세지면서 마힌다 총리는 지난 5월 초 사임했고, 내각에 포진했던 라자팍사 가문 출신 장관 3명도 모두 사퇴한 상태다.

스리랑카는 주력 산업인 관광 부문이 붕괴하고 대외 부채가 급증한 가운데 지나친 감세 등 재정 정책 실패까지 겹치면서 심각한 경제난에 직면했다. 현재 외화 부족으로 연료, 의약품, 식품 등의 수입이 사실상 중단됐다.

510억달러(약 66조2000억원) 외채 상환이 어렵게 되자 지난 4월 12일 IMF 구제금융 지원 협상이 마무리될 때까지 대외 부채 상환을 유예한다며 일시적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했고, 지난달 18일 기한 내에 국채 이자를 내지 못하면서 공식적인 디폴트 상태로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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