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한 여름 밤, 궁중음식에 제대로 힐링…'수라간 시식공감' 체험해보니

기사등록 2022/06/18 11:00:00

경복궁 소주방서 궁중 수라상·병과·약차 등 체험

[서울=뉴시스] '수라간 시식공감' 궁중다식 만들기 체험 중인 참가자. (사진=한국문화재재단 제공) 2022.06.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만드는 방법은 간단한데, 생각보다 정성이 많이 들어가네요. 반죽을 손으로 꾹꾹 누르면서 느림의 미학을 배웁니다."

지난 15일 서울 경복궁 소주방 권역에서 열린 '수라간 시식공감' 행사에서 만난 30대 여성 참가자는 "궁중 다식을 직접 만들어보니 재미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참석자들은 콩·흑임자·호박씨 가루 등을 이용한 반죽을 다식 틀에 넣어 궁중 다식을 정성스럽게 만들었다. 다식은 예로부터 오색의 아름다운 빛깔로 잔칫상을 장식해온 과자다.

20대 남성 참가자는 "태블릿 PC에서 요리법을 보고 쉽게 따라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다식이 단순한 먹을거리가 아니라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삶이 숨쉬는 전통문화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고 했다.

'수라간 시식공감'은 늦은 밤 경복궁 소주방에서 다양한 궁중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와 한국문화재재단이 진행하며, 2016년 처음 선보였다. 해가 갈수록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 일반 예약은 티켓 오픈 1분 만에 마감됐다. 추첨제(3일간) 경쟁률은 48.3대 1을 기록했다.
[서울=뉴시스] '수라간 시식공감' 식도락x시식공감 참가자들. (사진=한국문화재재단 제공) 2022.06.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수라간 시식공감' 식도락x시식공감 타락죽. (사진=한국문화재재단 제공) 2022.06.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수라간 시식공감' 밤의 생과방을 즐기고 있는 참가자들. (사진=한국문화재재단 제공) 2022.06.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뜨거운 인기때문인지 모두가 즐거운 표정이었다. 어린아이 손을 잡고온 부부, 한복을 차려 입은 커플, 대학생·회사원, 중년·노년층 등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추억을 남겼다.

'식도락×시식공감'과 '밤의 생과방'이 수라간 시식공감의 메인 프로그램이다. 소주방은 조선시대 궁궐의 부엌으로, 외소주방·내소주방·생물방 등 3개 건물로 구성됐다. 최고의 궁중 요리사들은 전국 각지에서 보내온 특산물과 진귀한 재료로 조리한 음식을 만들어 수라상에 올렸다. 외소주방은 궁궐 연회음식 등 각종 잔칫상을 준비하던 곳이다. 내소주방에서 궁궐의 일상식, 생물방에서 임금의 후식과 차·다과 등을 만들었다.

외소주방에서 조선시대 왕실 음식을 직접 맛보는 '식도락×시식공감'이 펼쳐졌다. 우유를 넣어 부드러운 타락죽, 된장 양념한 돼지고기를 구운 맥적, 탕평채, 오이선, 두부선, 오미자차 등으로 구성된 궁중 수라상이 눈과 입을 즐겁게 했다. 수라간 최고 책임자인 상선 영감(도설리)과 대령숙수, 수라간 상궁이 타락죽 연극을 선보여 유쾌한 웃음을 더했다.
[서울=뉴시스] '수라간 시식공감' 격구놀이 체험 중인 참가자들. (사진=한국문화재재단 제공) 2022.06.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수라간 시식공감' 식도락x시식공감 기념촬영 중인 참가자들. (사진=한국문화재재단 제공) 2022.06.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생물방에서 진행되는 '밤의 생과방'에서도 다채로운 맛의 향연이 펼쳐진다. 궁중병과 6종(구선왕도고·개성주악·개성약과·호두정과·매작과·사과정과)과 여섯 종류의 차(택1)가 준비됐다. 평소 쉽게 접할 수 없는 궁중의 다과와 약차를 맛보면서 가야금 연주를 즐길 수 있다.

행랑채 골목을 산책하며 다양한 골목 간식(포계·수박·연근부각·약식·도라지정과·박하계피)을 맛볼 수 있는 '주방골목'도 마련됐다. 궁궐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면서 각양각색의 매력을 지닌 음식으로 힐링하게 된다.

수라간 골목길 곳곳에 아름다운 꽃장식이 가득하다. 궁궐 안에서 기념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도 있다. 골목길에서는 조선시대 왕과 양반들이 즐겨하던 격구 놀이를 체험할 수 있다. 한국의 전통 보자기 매듭을 체험하는 행사도 놓칠 수 없는 매력 요소다.

한국문화재재단 관계자는 "올해 코로나 상황이 완화되면서 작년보다 수라간 시식공감 행사 참여 인원을 늘렸다"며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에게 각광받으면서 재작년부터 궁궐 행사 인기가 높아졌다"고 했다. 이어 "원래는 외소주방에서만 행사를 열었는데, 작년 하반기부터 외소주방·내소주방·생물방 등으로 권역을 넓혔다"며 "하반기 수라간 시식공감 행사는 오는 10월 초에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수라간 시식공감' 노방 보자기 매듭 체험 중인 참가자들. (사진=한국문화재재단 제공) 2022.06.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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