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자 증가, 출산율 저하…고갈 시기 빨라져
"OECD 중 연금 상황 최악…이대론 파탄 명백"
보험료 증가, 혜택 감소 난제…"집요하게 해야"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윤석열 정부에서 공적 연금 개혁을 연일 강조하는 가운데 인구 구조 변화와 기금 상황을 고려하면 개혁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18일 정부와 국회의 국민연금 관련 추계 현황을 보면 현재 상황이 유지될 경우 2050년대에 국민연금 적립기금은 고갈된다.
2018년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 적립기금이 고갈되는 시점은 2057년이다. 2013년 실시했던 재정추계 때는 고갈 시점이 2060년이었는데 3년 더 앞당겨졌다.
2020년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서는 고갈 시기가 2055년으로 더 빨라진다.
공적 연금제도 중 일반 국민들이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해 가입하는 국민연금은 국민연금법에 의해 1988년부터 실시되고 있다. 첫해 말 기준 가입자 수는 443만명이었다.
제도 시행 초기에는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기, 생산인구가 다수인 인구구조, 연금제도에 대한 낮은 인식률 등으로 연금 운영에 큰 문제가 없었지만 현재는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지난해 기준 국민연금을 받는 수급자 수는 600만명을 넘어선 607만124명이다. 지난 2003년 말 116만9441명이었던 수급자 수는 2007년 말 200만명, 2011년 말 300만명, 2015년 말 400만명, 2019년 500만명, 2021년 600만명을 돌파했다. 특히 수급자가 100만명씩 증가하는 기간이 통상 4년이었으나 500만명에서 600만명이 되기까지 소요된 기간은 불과 2년에 불과할 정도로 수급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수급자를 포함해 앞으로 국민연금을 지급해야 할 국민연금 가입자 수는 지난 2월28일 기준으로 2228만3523명이다.
반면 가임 여성 1명당 가임 기간에 낳을 것으로 기대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은 2018년부터 1.0명을 밑돌고 있다.
연금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은 증가하는 데 세금을 내야 할 미래 세대 수는 줄고 있다는 의미다.
이창수 한국연금학회장(숭실대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교수)은 "우리나라의 공적 연금 상황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악"이라며 "지금의 상황으로는 지속 가능할 수 없다, 파탄이 닥쳐온다는 게 너무나 명백하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문제는 국가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올해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을 63개국 중 종전 23위에서 27위로 하향 평가했으며 특히 '미래에 연금이 잘 적립되는 정도' 순위가 기존 35위에서 50위로 15단계 추락했다.
이 같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선 보험료를 올려서 재정을 확충하거나 지급하는 연금액을 줄여 지출을 낮추는 방식이 필요하지만 보험료 인상은 국민 부담 증가, 연금 감액은 국민 복지 혜택 후퇴라는 난제에 부딪힌다. 여기에 일반 국민연금과 보험료율, 지급률이 다른 공무원, 군인, 사학연금 등 직역 연금 문제까지 얽히면 의견 충돌은 더 거세진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4개의 복수안을 마련하는데 그쳤고, 국회에서도 진전된 논의가 없어 흐지부지됐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보장성을 강화하려고 하면 재정 건전성이 불안해지고, 재정을 안정화하려고 하면 보장성을 높이기가 힘들다"며 "이 둘이 충돌하기 때문에 연금개혁이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는 내년 3월까지 국민연금의 재정여건 등을 다시 계산해 하반기에 연금 개선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사회적 대타협 기구인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만들 계획이다.
이에 대해 김원섭 고려대학교 사회학 교수는 "연금개혁은 결국 돈 문제인데, 위원회만 만든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며 "정말 집중력을 갖고 집요하게, 결단을 갖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연금개혁 문제를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이창수 학회장은 "그동안 오랫동안 연금개혁을 방치한 바람에 누적된 문제가 엄청나게 쌓여있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매일 부채가 쌓이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제대로 된 개혁안을 도출해서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정답이 있다면 정답대로 하면 되겠지만 연금개혁은 정답이 없다"며 "서로가 한 발씩 물러나서 양보하고 타협을 해야 할 내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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