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매직'…지난달 SEA 게임 결승서 태국 꺾고 대회 2연패 달성
2023년 1월 계약 만료…"올해 12월 '동남아월드컵' 우승 재도전"
동남아 한류 축구 열풍…신태용호 인니·김판곤호 말레이와 선의의 경쟁 다짐
이달 초 한일월드컵 20주년 행사 참석 못해…"유상철·베어벡 코치 더 생각나"
"손흥민은 월드클래스…베트남서 손흥민 아빠 친구라고 말해"
박 감독이 이끈 베트남 23세 이하(U-23) 대표팀은 지난달 22일 하노이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1 SEA 게임 남자축구 결승에서 태국을 1-0으로 꺾고 우승했다.
2019년 이 대회서 60년 만에 금메달을 획득했던 베트남은 첫 2연패에 성공했다.
격년제로 열리는 동남아시안게임은 동남아시아 11개국이 출전하는 종합 스포츠대회다. 애초 지난해 말 베트남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연기됐다가 올해 열렸다.
SEA 게임 우승 후 곧바로 아프가니스탄과 A매치를 소화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낸 박 감독은 지난 15일 뉴시스와 화상 인터뷰에서 "10월이면 베트남에서 생활한 지 만 5년이 된다"며 "SEA 게임은 마지막 U-23 대표팀 대회였다. 부담도 책임감도 컸지만, 운 좋게 목표를 달성해 굉장히 기쁘다"고 말했다.
박 감독의 후임으로 베트남 U-23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공오균 감독은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에 올랐으나, 사우디아라비아에 져 아쉽게 탈락했다.
박 감독은 "5년 가까이 두 팀을 맡아 어려움이 있었는데, 이원화하면서 A대표팀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며 "공 감독이 첫 대회인데 잘했다고 생각한다. 한국과 1-1로 비긴 건 현지에서도 박수를 보냈다"고 말했다.
베트남축구협회와 내년 1월30일 계약이 만료되는 박 감독은 올해 12월 열리는 아세안축구연맹(AFF) 미쓰비시 일렉트릭 컵 2022에서 유종의 미를 거둔다는 각오다.
이전 대회까지 스즈키컵으로 불렸던 동남아시아 축구선수권대회는 박 감독이 2018년 정상에 올라 화제가 됐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연기됐다가 지난해 열린 스즈키컵에선 준결승에서 태국에 져 결승 무대를 밟지 못했다.
박 감독은 "재계약에 대해선 계약 종료 3개월 전이 돼야 이야기를 나눌 것 같다"며 "지난해 태국에 져 결승에 오르지 못해 설욕하려는 마음이 크다. 이번엔 결승에 가는 게 목표"라고 했다.
-지난해 60년 만에 동남아시안(SEA)게임 우승에 이어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오는 10월이면 베트남에서 생활한 지 만 5년이 된다. 좋은 결과도 있었고, 좋지 않은 결과도 있었다. SEA 게임은 저에게 올해 마지막 23세 이하(U-23) 대회였고, 개최국이라 베트남 국민의 기대가 컸다. 저도 부담과 책임감을 느꼈다. 운 좋게 목표를 달성해서 굉장히 기쁘다."
-베트남 U-23 대표팀을 그만두고, A대표팀에만 전념하게 됐다.
"5년 가까이 두 팀을 맡다 보니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있었다. 중복되는 경기도 있었다. 지난 SEA 게임에선 김한윤 코치가 역할을 잘 해줬지만, 선택과 집중이 필요해 베트남축구협회와 얘기를 나눴고, SEA 게임까지만 맡기로 했다. 베트남은 전임 지도자 역할이 잘 돼 있지 않아서 소집에 어려움이 많았다. 특히 U-23 팀은 2부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많아 선수 파악이 쉽지 않다. 이원화하면 A대표팀에 더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베트남 국민의 기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조별리그를 1승2무로 통과했고 공오균 감독이 첫 대회에서 역할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태국과 비겼고, 한국과도 1-1로 무승부를 거둔 것에는 현지에서도 박수를 보냈다. 8강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졌지만, 잘했다고 생각한다."
-황선홍호가 8강 한일전에서 0-3으로 완패했다.
"베트남 현지 분들과 저녁 식사를 하면서 한일전을 봤다. 같이 식사한 베트남이 지인이 0-1로 질 때도 이길 거라고 걱정하지 말라 했는데, 0-2가 되니까 아예 TV를 끄셨다. 그래서 나머지 경기는 못 봤는데, 결과에는 아쉽게 생각한다."
-베트남에서 한국 축구는 물론 한류 붐에 크게 이바지했다. 최근엔 현지 한인학교 멘토로도 나섰는데.
-베트남 축구는 박항서 감독이 부임 전후로 나뉠 정도로 크게 발전했다.
"U-23 대표팀에선 SEA 게임을 2연패 했고, A대표팀도 스즈키컵에서 4년 전 우승을 했고, 작년엔 준결승에서 태국에 0-2로 졌다. 부임하고 U-23 대표팀에서 유일한 패배이기도 했다. 동남아시아에선 어느 정도 정상에 올라와 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도 자신감이 생기고 체력이 강해졌다. 피지컬 코치들이 관리를 잘해준 덕분이다. 체격도 신장도 처음 왔을 때보다 좋아졌다. 특히 높이가 더 성장한 것 같다. 하지만 아직도 부족한 게 많다."
-베트남 부임 후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매 경기가 기억에 남는다. 그중에서 중국에서 열렸던 2018년 U-23 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부임 후 첫 대회였다. 당시 결승전은 눈이 내릴 정도로 추웠다. 저는 그런 경험이 많지만 베트남 선수들은 눈을 본 선수들이 거의 없었다. 어려운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고, 베트남에서 얻는 첫 결과물이었다. 또 작년 스즈키컵에서 태국에 진 것도 기억에 남는다. 실패한 것도 잊히지 않는다."
"두 감독 모두 훌륭한 지도자다. 신태용 감독은 인도네시아에서 잘하고, 김판곤 감독도 부임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말레이시아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 김판곤 감독은 동남아는 아니지만, 홍콩에서 오래 생활해 아시아권 경험이 풍부하다."
-신태용호 인도네시아와 김판곤호 말레이시아가 최근 2023 아시안컵 본선에 올랐다.
"내년 아시안컵까지 베트남을 맡을지는 모르겠지만, 한국 지도자들과의 대결은 언제든지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 각자 타국에서 나라를 대표하기 때문에 모든 역량을 동원해 자존심을 지키는 게 도리다."
-베트남 축구를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최종예선까지 이끌었다. 본선엔 실패했지만, 중국을 이기고 일본과 비기는 등 강한 인상을 남겼다.
-베트남 선수들이 K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다녀온 선수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생활은 문제없는데 축구 스타일 적응이 쉽지 않다고 하더라. 한국은 체력과 몸싸움을 요구한다. 그런 데서 어려움을 겪은 것 같다. 하지만 베트남 선수들도 앞으로 더 발전하려면 해외에 진출했을 때 빨리 그곳의 스타일에 적응해야 한다."
-베트남축구협회와는 내년 1월30일 계약이 종료된다.
"재계약에 대해선 계약 종료 3개월 전이 돼야 이야기를 나눌 것 같다. 모든 건 이동준 대표가 알아서 잘해줄 거로 믿는다. 오는 12월 열리는 스즈키컵 명칭이 미쓰비시 일렉트릭 컵으로 바뀌는데, 올해 마지막 대회고, 지난해 태국에 져 결승에 오르지 못해 설욕하려는 마음이 크다. 이번엔 결승까지 가는 게 목표다."
"한국엔 훌륭한 후배 지도자들이 많다. 제게 기회가 있진 않을 것이다(웃음). 다만 현장 지도자는 아니지만, 감독으로서 다양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조언해줄 자문 역할이 있다면 기꺼이 도울 준비가 돼 있다."
-2002 한일월드컵 2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초청받았지만, 아프가니스탄과 A매치가 있어서 참석하지 못했다. 갔다면 20년 전 선수들과 지도자, 스태프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아쉽게 생각한다. 그렇게 다 모이기가 쉽지 않아서 더 아쉽다. 사진으로 거스 히딩크 감독님과 선수들, 정몽준 회장님을 봤다. 기쁘게 생각한다."
-안타깝게 명을 달리한 유상철 감독, 베어벡 코치가 더 생각날 것 같다.
-손흥민이 아시아 선수 최초로 EPL 득점왕에 올랐다.
"EPL 최종전을 보지 못했지만, 두 골을 넣고 득점왕에 올랐다는 소식을 들었다. 세계 최정상 리그에서 정말 대단한 일이다. 앞으로 10년 안에 나올 수도, 100년 안에 안 나올 수도 있는 정말 대단한 일을 해냈다. 같은 한국인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베트남에선 손흥민 아버지 손웅정씨 친구로 통한다고 들었다. 최근 손웅정씨가 손흥민은 여전히 월드클래스가 아니라고 했는데.
"베트남 사람들이 가끔 손흥민을 아냐고 묻는다. 손웅정씨가 축구계 후배지만 같이 생활해 본 적은 없다. 이곳에선 후배란 개념이 없다보니, 그냥 친구라고 거짓말을 하고 다닌다(웃음). EPL은 세계 최고 리그인데, 그곳에서 페널티킥 없이 순수한 필드골로 득점왕이 됐다. 당장 5년, 10년 후에 나올 수도 있지만, 100년 후에도 안 나올 수 있다. 그 정도 했다면 그건 세계적인 선수 아닌가. 그걸 부인하긴 어렵다. (손웅정씨가 아니라고 한 건) 부모, 아버지의 마음이다. 자식이 마음에 차지 않는 건 다 똑같다. 더 성장하고 겸손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손웅정씨의 마음은 모르겠지만 평가에 대한 부분은 부모님의, 아버지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제삼자의 기준으로 봐선 안 된다."
"브라질전만 보고 다른 경기는 못 봤다. 월드컵에 진출한 팀은 어느 나라도 쉽지 않다. 우리나라도 높은 레벨에서 활약한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좋은 경기를 보여줄 거로 생각한다. 벤투 감독도 경험이 풍부한 훌륭한 지도자다. 많은 정보를 갖고 있을 것이다. 카타르월드컵에서 2002년에 버금가는 결과를 내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에게 한마디.
"2002년이 지난 지 20년이 됐다. 당시 4강 신화를 계기로 한국 축구가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또 국민들의 많은 격려와 성원이 큰 힘이 됐다. 앞으로도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팬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공감언론 뉴시스 knan90@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