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시장 경제 정부 개입 최소화
경제성장률 3.1→2.6% 하향…물가 연간 4.7% 급등 전망
기업 법인세율 25→22%…전략기술 시설투자 세제지원도
부동산 보유세 2년 전 수준 환원…유류세 인하 연말까지
[세종=뉴시스] 오종택 박영주 이승재 옥성구 기자 = 윤석열 정부가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에 몰아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충격과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 온전한 경제회복을 이루기 위해 정책역량을 집중한다.
문재인 정부의 과도한 규제와 개입이 경제 성장의 역동성을 저해했다는 판단에 따라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대신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민간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장애물을 걷어내는데 집중한다. 과감한 규제 개혁과 공공·노동·교육·금융서비스에 이르는 분야별 체질개선으로 기업·민간이 경제성장을 이끌 수 있게 뒷받침한다.
법인세를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는 등 조세 규정을 손보고, 국가전략산업 등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해 기업의 투자·고용 창출을 유인한다.
기금 고갈 우려에도 손을 놓고 있었던 국민연금 개혁에 박차를 가한다. 집값 급등 이후 징벌적 과세가 가해졌던 부동산 세 부담도 2020년 수준으로 완화한다.
저소득·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보다 튼튼하게 구축하는 한편, 새 정부 최대 현안인 물가안정을 위해서도 가용한 대책을 쏟아낸다.
정부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 3.1→2.6% 낮춰…물가 고공행진에 연간 4.7% 급등 예상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복합 경제위기 상황이 1~2개월 내 끝나기 어렵고, 상당 기간 고물가 속 경기 둔화 양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는 가능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민생 안정과 물가 안정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대응해 나가는 동시에 경제 체질 개선을 통한 성장잠재력 제고에도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는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는가 싶더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 주요국 긴축 정책 등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올해 한국 경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6% 성장할 것으로 봤다. 지난해 12월 정부가 내놓은 목표치 3.1%보다 0.5%포인트(p)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4.1% 성장률을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1.5%포인트(p)나 성장세가 둔화할 것으로 봤다.
물가 고공행진 속에 연간 소비자물가는 4.7%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8년(4.7%)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정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과 공급망 차질 장기화 등으로 하반기에도 높은 수준의 원자재 가격 유지할 거라는 판단이다. 대면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소비 회복세가 강해지면서 개인 서비스 등의 물가 상승 압력도 거세졌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급격히 인상하면서 그 충격이 국내 금융·외환시장은 물론 가계에도 미치고 있다. 유가 등 에너지가격 급등세는 꺾일 줄 모르고, 한국 경제의 큰 버팀목이 됐던 수출도 연속적인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며 비상이 걸렸다.
한국 경제를 조여 오는 안팎의 복합적인 위기를 타계하기 위해 기업과 민간이 주도해 경제에 역동성을 불어넣고 정부는 기업과 시장의 발목을 잡던 각종 규제를 과감히 풀어주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새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은 ▲민간중심 역동경제 ▲체질개선 도약경제 ▲미래대비 선도경제 ▲함께하는 행복경제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고, ▲민생 안정 ▲리스크 관리를 당면현안 대응 과제로 삼았다.
◆법인세 최고세율 25→22% 인하…규제 1건 만들면 2건 없앤다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높인 법인세 최고세율 25%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22%로 인하한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춘 지 14년 만에 법인세 감면을 단행한다.
법인의 이중과세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국내외 유보소득 배당에 대한 조세체계도 개선한다. 원활한 기업승계를 통한 경제 활력을 높이기 위해 가업상속공제·사전 가업승계 증여세 특례제도도 합리화할 계획이다.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고, 고용을 늘리기 위해 대기업의 국가전략기술 시설 투자 세액공제율을 현행 6~10%에서 8~12%로 상향한다. 기존 중견기업에 적용했던 세액공제율과 같은 수준이다.
반도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국가전략기술과 신성장·원천기술에 대한 세제 지원도 확대된다. 고용 증대 세액공제, 사회보험료 세액공제 등 성격이 비슷한 고용 관련 세제 지원 제도는 '통합고용세액공제'로 일원화하고, 지원도 늘린다.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면 예상되는 규제순비용의 2배에 달하는 수준의 기존 규제를 폐지하는 '원인 투아웃(OneIn TwoOut) 룰'을 도입해 규제개혁 성과를 만들어내고 민간과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연금·노동·교육 개혁, 금융·서비스 혁신…경제 체질 바꾼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첫 시정연설에서 언급하며 의지를 드러냈던 공적연금과 노동시장, 교육 등 3대 개혁 과제에 대한 이행방안도 담겼다.
2029년 적자로 전환하고, 2055년 기금 고갈이 우려되는 국민연금을 개편을 위해 사회적 대타협 기구인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만든다. 내년 3월까지 국민연금의 재정여건 등을 다시 계산해 내년 하반기에는 국민연금 개선안을 내놓겠다는 구상이다.
급변하는 노동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주 52시간제의 기본 틀 속에서 근로시간 제도를 개선하고, 연공급 위주의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바꾼다.
반도체와 미래차 등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첨단 산업의 심각한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첨단산업 인력양성을 저해하는 규제개선에 착수한다. 대학의 관련학과 정원을 확대하고, 현장 전문가가 교원이 될 수 있도록 교원자격·교원확보율 기준도 개선한다.
학령인구 감소와 달리 세수 확대로 크게 불어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도 대학의 자율적 혁신을 뒷받침하는 재정 확충 방안으로 활용 가능하게 개편한다.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과세 시기도 2년 뒤로 미뤄 민간 투자 기반을 확보하고, 100억원 이상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를 제외하고 국내 상장주식에 대한 양도소득세도 폐지한다.
◆유류세 30% 인하 연말까지…주택 보유세 2년 전 수준으로 완화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한 민생안정책도 내놨다. 고유가가 지속되며 생계비 부담이 커지자 7월말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30% 인하를 연말까지 5개월 연장한다.
농식품부와 해수부 내에 '농수산식품 물가 안정 대응반'을 설치해 수급 동향을 살펴 가격 불안 요인을 발견하면 비축량 방출, 가격 할인 행사, 긴급 수입 검토 등 대응에 나선다.
소상공인에 대해 국유재산 등 임대료 감면 기간을 12월까지 6개월 연장하고, 오는 7~9월분 고용·산재보험료 납부 기간도 3개월 유예한다.
집값 급등에 따른 보유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완화하겠다는 약속도 이행한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산정 시 2021년 공시가격을 적용하겠다던 방침이 국회 파행으로 무산될 위기에 직면하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낮춰 계속 추진키로 한 것이다.
1가구 1주택 실수요자의 재산세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에서 45%로 낮춘다. 100% 적용하던 종부세는 60%로 하향 조정하되, 특별공제 3억원을 한시 적용해 기본공제를 공시가 14억원으로 끌어 올린다.
3분기부터는 생애 첫 주택구입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지역이나 소득에 관계없이 최대 80%로 상향한다. 대출한도도 기존 4억원에서 6억원으로 늘린다.
고물가와 고금리, 저성장 등 엄중한 경제 상황을 고려해 당분간 물가에 중점을 둔 통화정책을 운용한다. 가계와 자영업자의 부채를 연착륙시키기 위해 고금리 대출의 저금리 전환을 위해 8조7000억원의 보증·융자를 공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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