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 대주단, 조합에 '사업비 7000억 대출연장 거절' 통보

기사등록 2022/06/15 18:07:38

대주단, 조합·시공단에 대출연장 거절의견 공문

8월24일까지 7000억원 상환해야…1인당 1억원

조합 "아직 구체적 상환 계획은 결정된 바 없어"

시공단 "조합이 못 갚을 시 대위변제 후 구상권"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최대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공사가 결국 멈추게 됐다. 2020년 2월 착공 이후 2년2개월 만에 공사가 중단되는 것이다. 사진은 15일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 모습. 2022.04.15.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현장이라고 불리는 둔촌주공 현장 공사가 두 달째 중단된 가운데 NH농협은행 등 대주단이 둔촌주공 사업비 대출 연장 불가 의견을 조합에 전달했다.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주단은 7000억원 규모의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비 대출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겠다는 의견이 담긴 공문을 지난 13일 시공단과 조합에 발송했다. 해당 대출의 만기일은 오는 8월24일이다.

대주단이 더 이상 대출을 연장하지 않을 경우 조합은 2개월 내에 7000억원 상당의 사업비 대출을 모두 상환해야 한다. 약 6000여명으로 알려진 조합원의 수를 고려하면 조합원 1인당 1억원이 넘는 금액을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둔촌주공 조합 관계자는 "대주단에서 대출 연장과 관련해 소속 은행들의 의견을 받았는데, 일부는 연장을 거부하고 일부는 연장해도 상관이 없다는 취지의 의견이 나와 이를 모두 정리해서 조합에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합에서는 나름 이를 위해서 보류지를 확대하거나 조합원 펀드를 제안하는 등 여러 안을 제시해 왔지만 구체적으로 아직 상환 계획은 결정되지 않았다"며 "아직 조합원들에게 공지는 나가지 않은 상태로, 대주단과의 면담 자리도 아직은 마련된 바 없다"고 전했다.

한편 둔촌주공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은 만기일까지 조합이 대출을 갚지 못할 경우 먼저 대위변제를 한 후 조합에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방침이다.

시공사업단 관계자는 "저희는 보증사이기 때문에 당연히 (조합이 갚지 못하는 대출은) 저희가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이라며 "대위 변제 후에는 조합에 구상권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합으로부터 받아야 하는 금액은 사업비 대출 금액도 있지만 사업이 더 영속되지 않는다고 보면 그동안의 공사분과 사업 지연에 대한 이자 등도 포함해야 해 금액이 상당히 커진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사업비 대출과 공사금액, 이자 등을 포함하면 그 금액이 약 2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조합과 시공사업단 간 공사비를 둘러싼 갈등으로 지난 4월15일 공사가 중단됐다. 공사 중단 사태가 2개월을 넘어 장기화 하는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둔촌주공 재건축은 역대 최대 규모의 재건축 사업이다. 강동구 둔촌1동 170-1번지 일대에 지상 최고 35층 85개동 1만2032가구(임대 1046가구 포함) 규모의 아파트와 부대시설을 짓는 사업으로 일반분양 물량만 4786가구에 달한다. 

갈등은 새 조합 집행부가 전임 조합장과 맺은 약 5586억원 공사비 증액 계약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현 조합 집행부는 이 계약이 한국부동산원의 감정 결과를 반영한 총회를 거치지 않았고, 당시 조합장이 해임된 당일에 증액 계약이 맺어져 적법하지 않은 계약이라고 주장했다.

공사가 중단되자 조합 측은 공사중단이 10일 이상 계속될 경우 계약 해지를 총회에 상정하겠다고 주장했지만 이후 자재 고급화를 조건으로 공사비 증액을 인정한다는 취지의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최근 서울시의 중재안이 나오기도 했지만 시공단에서 중재안 수용을 거부하는 등 양측 간 입장차이가 커 해결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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