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쌍용차가 대대적으로 홍보에 나서고 있는 토레스의 차급에 대한 표현이 잘 드러나있지 않다는 점도 눈에 띈다. 알고보면 최근 날이 갈수록 달라지는 자동차업계 트렌드에 대한 고민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토레스의 차급에 대해 어떻게 규정할지를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의 인기모델이었던 '무쏘'의 뒤를 잇는 모델로 알려진 만큼 기존 분류대로라면 중형 SUV에 속하는 차량으로 쉽게 생각할 수 있다.
고민은 최근 SUV의 크기가 계속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보통 자동차는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을 통해 ▲경형(배기량이 1000㏄ 미만이고 길이·너비·높이가 각각 3.6m 이하·1.6m 이하·2.0m 이하인 차량) ▲소형(1000㏄ 이상∼1600㏄ 미만이고 4.7m 이하·1.7m 이하·2.0m 이하인 차량) ▲중형(1600㏄ 이상∼2000㏄ 미만이거나 길이·너비·높이 중 어느 하나라도 소형을 초과하는 차량) ▲대형(2000㏄ 이상이거나 길이·너비·높이 모두 소형을 초과하는 차량) 등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이는 법적인 구분일 뿐 소형과 중형 사이에 존재하는 준중형 등 일반적으로 완성차업체들이 말하는 차급 분류와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더욱이 SUV의 경우 이 같은 법적인 차급 분류가 현실과 다소 동떨어져 있어 자동차업계에서는 배기량이나 차량의 외형에 따라 별도로 ▲경형 ▲소형 ▲준중형 ▲중형 ▲대형 등으로 구분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특히 최근에는 터보차저 장착을 통해 엔진을 다운사이징 하면서 배기량에 비해 출력이 큰 차량을 선보이는 흐름인데다 전기차가 늘어나면서 배기량에 따른 구분은 별 의미가 없어졌다. 따라서 통상 차량의 크기로 차급을 분류하고 있지만 갈수록 같은 차종이라 하더라도 후속모델을 선보이면서 크기가 커지고 있는 추세다.
일례로 현대자동차의 2022년형 싼타페 2.2디젤 모델을 보더라도 ▲전장 4785∼4800㎜ ▲축거(휠베이스) 2765㎜ ▲윤거(너비) 1637∼1656㎜로, 10년 전인 2012년 싼타페 2.2디젤 모델의 ▲전장 4685㎜ ▲축거 2700㎜ ▲윤거 1615∼1620㎜와 비교하면 더 커졌다.
이처럼 국내 완성차업체를 주도하는 기업들이 SUV의 외형을 키워나가면서 이를 따라가는 다른 업체들의 입장에서는 차량의 크기를 규정할 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쌍용차의 토레스 역시 기존 같았으면 중형 SUV로 분류할 만한 차량이지만 이를 '중형 SUV'라고 공식적으로 표명했을 경우,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다른 차와 비교했을 때 더 작은 차량을 마치 큰 차량인 것처럼 과대포장한다고 인식할 수 있어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이와 비슷하게 한국지엠이 이달 다시 수입·판매하는 SUV인 쉐보레 이쿼녹스 역시 '중형 SUV'임을 내세우고 있지만 경쟁차종은 준중형 SUV인 현대차의 '투싼'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지엠 역시 토요타 라브4, 폭스바겐 티구안 등을 경쟁차종으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내부적으로도 준중형 SUV 시장을 공략하는 모양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SUV는 실내 공간에 대한 모호성이 더 커져 영역을 나누기도 어려워졌다"며 "이 때문에 요즘에는 차급을 세분화시키기도 어렵고 상황에 따라 왔다갔다하게 되다보니 두루뭉술하게 나누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 전환까지 이뤄지면서 실내공간이 훨씬 커지는 등 다양한 형태로 융합이 이뤄지면서 차급을 나눠 구분하기는 어려워진 시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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