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경제학과' 전성시대…금융당국·한은·산은 수장 '싹쓸이'

기사등록 2022/06/18 10:00:00 최종수정 2022/06/18 10:02:13

금융위·금감원·한은 수장 모두 서울대 경제학과 '동문'

산은·기은 등 국책은행장들도 모두 휩쓸어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7일 오후 서울 중구 여신금융협회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06.07.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금융권에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 인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김주현 전 여신금융협회 회장이 금융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된데 이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임명되면서 이례적으로 양대 금융당국 수장과 통화당국 수장 모두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이 싹쓸이 하게 됐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자와 최근 임명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모두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이다.

지난 7일 임명된 이복현 원장은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후 1998년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후 2년 뒤엔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 제32기로 검사에 임용됐다. 검찰 출신 금감원장은 금감원 설립 이래 처음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온 후 하버드대학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를 지냈다.

특히 금융위원회의 경우 3연속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 금융위원장 탄생을 앞두고 있다.

7대 금융위원장인 은성수 전 위원장에 이어 8대 고승범 위원장, 현재 청문회를 기다리고 있는 9대 김주현 후보자까지 모두 같은 학교 같은 과를 나왔다.

은 전 위원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와이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행시 27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고 위원장 역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 미국 아메리칸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행시 28회로 공직에 들어왔다. 김 후보자는 서울대 경제학과,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과를 나온 뒤 미국 워싱턴대에서 MBA 학위를 딴 후 행시 25회로 입문했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이복현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7일 오후 취임식이 열린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2022.06.07. amin2@newsis.com
뿐만 아니라 김주현 후보자 보다 먼저 임명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도 서울대 경제학과, 예일대 대학원 경제학 석·박사 출신으로 금융위 '투톱'이 같은 학교 같은 과 출신으로 꾸려지게 됐다.

당국 뿐 아니라 국책은행도 서울대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다.

지난 7일 KDB산업은행 회장으로 임명된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도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 위스콘신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 정부에서 임명된 것은 아니지만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역시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이후 같은 대학에서 행정학 석사를 받은 뒤 미국 UCLA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행시 27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최근 국무조정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방문규 전 한국수출입은행장은 경제학과 출신은 아니지만, 서울대 영문학과를 나왔다. 현재 방 실장의 이동으로 수은 행장은 공석이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상자산 시장의 공정성 회복과 투자자 보호대책 긴급점검 당정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6.13. photo@newsis.com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제외하면, 윤석열 정부의 '서울대 선호' 기조가 금융권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금융권 요직을 서울대 출신 인사들이 꿰찬 것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더군다나 현 정부의 '실력·능력주의' 인사 원칙을 감안하면 서울대 출신들의 등용은 필연적인 결과라는 시선도 있다. 그럼에도 지금처럼 금융·통화당국과 국책은행까지 일제히 같은 학교 뿐 아니라, 같은 학과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라는 평가다.

무엇보다 금융이라는 특정 분야를 같은 대학 같은 학과 출신의 관료들이 독차지하는 것은 정책 수립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를 수렴하는 데 한계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서울대 vs. 비서울대' 대립 구도가 형성돼 조직 내 화합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권 고위직을 서울대 출신들이 차지하는 것은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지만, 지금처럼 금융 수장들이 모두 다 같은 학교 같은 과 '동문'들로 채워진 것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며 "실력과 능력 위주의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지나치게 특정 대학에만 편중돼 있다는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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