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동3구역·신흥1구역 등 입찰포기 계속
"사업성 크고 공사 빠른 현장 선별 원해"
"민간사업 물가반영 못 받아 리스크 커"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건설 원자재값과 인건비가 급등하는 등 공사비 부담이 커지면서 올 하반기 건설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1일 건설업계와 정비업계에 따르면 부산 해운대구 우동3구역 재건축 조합은 지난 4월과 5월 시공사 입찰을 받았지만, 앞서 입찰 의사를 밝혔던 현대건설,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 동원개발 4개사가 모두 참여하지 않아 결국 유찰됐다.
조합은 지난달 말 세 번째 현장설명회를 열었지만 4개사 중 현대건설 외 3개사는 모두 입찰을 포기했다. 3개사 중 한 건설사 관계자는 "내부 논의 결과 참여를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이 됐다"면서도 구체적인 답은 피했다. 이번 3차 현설에는 현대건설, GS건설, 쌍용건설 등 7개사가 참여했으며 입찰은 오는 13일 마감된다.
또 지난달 경기 성남시에서 열린 신흥1구역 재개발사업 설명회에는 참여한 건설사가 한 곳도 없었다. 조합은 건설사들을 약 30분동안 기다렸지만, 참가 의향을 보였던 곳들마저 불참하면서 행사는 취소됐다. 업계에서는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가 예상보다 낮은 '3.3㎡당 495만원 이하'로 책정되자 건설사들이 줄줄이 입찰을 포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재개발은 (당분간) 안 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재개발은 오늘 공사 수주를 한다고 당장 계약하는 게 아니라 짧게는 1~2년, 길게는 몇 년까지도 걸리기 때문"이라며 "그 기간동안 건축비가 얼마나 인상이 될지를 건설사에서 제시를 해야 하는데 조합 입장에서는 싸게 하고 싶고 건설사 입장에서는 불안하니 리스크 (금액)을 넣어야 해 상황이 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차라리 건설사들은 확실하게 사업성 있는 곳이나 공사가 빨리 진행될 수 있는 곳을 선별적으로 수주하고 싶어할 것"이라며 "공공공사와 달리 재개발이나 재건축 같은 민간 발주 사업은 공사는 빨리 들어갈 수 있지만 물가 변동 반영을 받지 못하다보니 그 기간까지도 고려를 해야 한다. 그래서 민간공사 위주 건설사들은 더 제한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게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대형건설사들 역시 자재값 인상 등 여파에 부담을 느끼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일이 끊기지 않으려면 사업 수주를 마냥 쉴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대형사들은 연초에 연단가로 협력사들과 납품 계약을 맺기 때문에 자재비 인상의 직격탄이 바로 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점차 물가 인상이 누적되다 보면 납품업체들이 비용 인상을 요구할 것이고, 우리도 결국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수주를 포기하는 방법도 있지만)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인력들이 다음 현장이 없어 놀게 할 수는 없지 않나. 사업의 연속성은 계속 가져가야 한다"며 "도시정비사업은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지금 수주를 안 해놓으면 3~4년 뒤에 일이 없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사들이 수주를 망설이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자재값 상승이다. 업계에 따르면 시멘트 가격은 지난해 t당 7만원대에서 올해 초 9만2000원대로 최대 17%까지 급등했고, 레미콘 가격도 13% 올랐다. 또 지난해 초까지 t당 71만5000원이던 철근 가격은 현재 117만7000원(6월 유통사 공급가 기준)으로 65% 급등했다.
이에 골조공사를 담당하는 철근콘크리트 업계는 건설사들이 공사비 증액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이달 중 공사현장 '셧다운'도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여기에 미분양이 속출하는 국내 분양시장, 중동지역의 발주 감소로 침체된 해외건설시장 등 건설업계 앞에는 악재가 산재해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건설시장 악재가 계속될 경우 하반기에도 건설사들의 수주 포기가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재난이 건설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크다. 계획단계에서 산정된 공사비와 실행단계의 소요비용 차이로 발주단계부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정부는 공공공사처럼 민간공사도 현격한 물가변동 등에 따른 계약대금 증액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제시했지만 실무적으로는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설사들은 이미 예산편성에 따른 기복과 공기연장이 빈번한 장기계속공사의 입찰을 피하거나 일반 공사의 투찰률을 높이는 등으로 대처하고 있다"며 "GTX나 지역발전소 같은 인프라 공사에서도 건설사들의 수의계약 포기 등 유찰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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