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군, 세베로도네츠크 대부분 점령…우크라, 도심 외곽 후퇴
젤렌스크 "돈바스 운명, 세베로도네츠크서 결정되고 있다"
러 국방 "南 교량·운하 복구완료"…돈바스-헤르손-크름반도 연결
러군, 바흐무트 학교 공습 4명 사망…북부 수미 4개 마을 타격도
[서울=뉴시스]김태규 김지은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05일째인 8일(현지시간) 러시아 군은 세베로도네츠크 외곽으로 우크라이나 군을 몰아내면서 사실상 루한스크 주(州)를 완전 점령했다. 이제 루한스크 지역에서 러시아군이 장악하지 못한 곳은 리시찬스크 밖에 없다.
러시아는 또 북크름운하 복구를 통해 그동안 막혀있던 크름반도 내 물 공급을 재개했다. 육로에 이어 물길까지 복원하면서 동부 돈바스-남부 헤르손-크름반도 연결이라는 침공 핵심 목표를 달성했다.
전날까지 결사 항전과 후퇴를 고민했던 우크라이나 군은 세베로도네츠크를 내주고 후방인 남쪽 헤르손 지역으로의 전략적 후퇴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했다. 리시찬스크로 후퇴한 뒤 추후 반격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CNN, 가디언 등에 따르면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는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 RBC 인터뷰에서 "우리 군은 세베로도네츠크에서 러시아 군의 폭격으로 후퇴했으며, 현재 외곽 지역만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하이다이 주지사는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 군이 무차별하게 총격을 가하고 있고, 주택 대부분이 크게 파괴됐다"면서 "세베로도네츠크 90% 이상이 일시적으로 러시아의 점령 아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종합할 때 도심 시가전에서 열세에 놓인 우크라이나 군이 세베로도네츠크 남서쪽 외곽까지 밀려난 것으로 해석된다.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리시찬스크로의 전략적 후퇴를 결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화상 연설에서 "여러 면에서 돈바스의 운명이 세베로도네츠크에서 결정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브리핑을 통해 "우크라이나 군은 지난 3일 간 전투 과정에서 인력·무기·군사장비 등에 큰 손실을 입었다"며 "병력 300여 명이 숨졌고, 전차 6대, 장갑차 15대, 야포와 박격포 36문 등이 파괴됐다"고 밝혔다.
러시아 군은 아직 시베르스키도네츠강 건너편의 소도시(3만명) 리시찬스크는 점령하지 못했는데, 우크라이나 군이 퇴각 후 리시찬스크에 방어선을 구축하려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러시아 군은 동부 돈바스 지역과 남부 크름반도 연결 작업에도 성과를 내고 있다. 완전히 연결될 경우 동부 돈바스와 남부 크름반도를 잇는 남동부 육로 회랑 완성이라는 전략적 목표 달성 의미가 있다.
NYT에 따르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은 7일 성명을 통해 "러시아 군이 우크라이나 남부(헤르손 주)와 크름반도를 잇는 교량과 운하를 복구해 개통했다"며 관련 위성사진을 함께 공개했다.
드니프로 강의 물을 크름반도로 연결하는 북크름운하의 길이는 400㎞에 달한다. 쇼이구 장관이 복구했다고 언급한 것도 이것을 말하는 듯 보인다.
NYT는 "위성사진을 검토한 결과 2014년 이후 말라있던 운하의 일부 지역에 현재 물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름반도 강제 병합 이후 북크름운하에 콘크리트 댐을 세우며 크름반도로 향하는 관개 용수를 막아왔다. 크름반도 물 수요의 85%를 공급해온 북크름운하가 막히면서 러시아는 점령의 어려움을 겪었다. 러시아가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 후 콘크리트 댐을 우선 해체한 것도 이 때문이다.
러시아 군은 동부 바흐무트와 북부 수미 주 인근 공습을 전개했다.
파블로 키릴렌코 도네츠크 주지사는 텔레그램에 "러시아 군의 바흐무트 공습으로 인근 학교가 파괴됐다"며 "5명의 민간인이 사망하거나 다쳤다"고 밝혔다.
드미트로 지프스키 수미 주지사는 이날 러시아 군이 러시아 국경 인근 북부 수미주 4개 마을에 10발의 야포 포격을 가해 마을 건물이 파괴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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