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브로프, 흑해출항 빌미로 '기뢰제거' 압박…"아조우해 항로는 '약탈'용"

기사등록 2022/06/08 20:49:46 최종수정 2022/06/08 20:54:33

러시아 외무장관, 터키 외무장관과 흑해출항 문제 논의

러시아 외무장관과 국방부의 '흑해항 봉쇄해제'에 우크라 의심

[케르치=AP/뉴시스]23일(현지시간)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연결하는 케르치 철교가 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에서 합병한 크림반도와의 연결을 쉽게 하기 위해 만든 유럽에서 가장 긴 길이 19km의 케르치 철교 개통식에 참석했다. 2019.12.24.
[서울=뉴시스] 김재영 기자 =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8일 우크라이나 곡물의 흑해항 선적 및 수출 문제는 "우크라가 흑해 앞바다의 기뢰를 제거하기만 하면 그대로 해결된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이미 할 일을 다했다는 주장이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터키 앙카라에서 메블루트 카부소을루 터키 외무장관과 만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선박들의 우크라 항구 안전 출항을 보장한다고 날마다 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배가 항구를 출발하면 흑해를 항행한 뒤 지중해로 들어가는 병목인 보스포러스 해협에서 통행 허가권을 쥐고 있는 터키의 허가를 얻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장관은 "그런데 흑해 출항이 문제로 이는 전적으로 우크라가 하기에 달렸다. 우크라는 항구 앞바다에서 기뢰를 제거하든지 그것이 싫으면 기뢰가 없는 안전 항로를 표시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블로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방의 대 러시아 제재 때문에 세계 곡물가 급등 현상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면서 서방이 제재를 풀어야 흑해 항구에 대한 러시아군의 접근 금지와 봉쇄가 해제될 것이라고 말해왔다.

그러다가 우크라 곡물수출 부진으로 동아프리카 등에서 4억 명이 굶주림에 시달릴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국제 원성이 높아만 가자 닷새 전 태도를 바꿔 곡물 선적 및 출항 허용 의사를 내비쳤다. 이때 푸틴은 우크라의 기뢰 문제를 제기했다.

앞서 러시아 국방부는 5월27일 2개의 해상 안전회랑을 열어 7개 항구에 묶인 외국 선박 100척이 출항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5월20일 완전함락후 정비된 마리우폴 항에서 아조우해 방면으로 하나, 또 헤르손, 미콜라이우, 오데사 등 6개 항에서 흑해 방면으로 또 하나의 바닷길을 내준다는 것이다.

러시아 흑해함대 해군은 점령하지 않은 오데사, 미콜라이우 항을 앞바다에서 가로막고 있으며 우크라 군은 함락되기 전 마리우폴 항을 포함해 항구 앞에 러시아군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기뢰를 설치할 수밖에 없었다.

이 기뢰 문제는 묘하게 푸틴 대통령과 라브로프 장관 등 정치인들이 제기하고 있고 러시아 국방부는 최근 연일 안전 항로가 설정돼 인도주의적 출항과 항행이 가능하다고 말해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푸틴은 닷새 전 오데사, 미콜라이우 항을 이용해 우크라 곡물 이동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항구는 우크라 통제에 있으나 앞바다를 러시아가 가로막고 있어 나갈 수가 없다. 그러면서 푸틴은 해상 공격을 위해 이런 교역 항로를 이용하거나 (우크라의) 기뢰제거 상황을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7일 마리우폴과 베르디안스크 항에서 안전항로가 열렸다고 말했다. 도네츠크주 남서단의 마리우폴은 5월20일 러시아에 함락되었고 자포리자주 남단의 베르디안스크는 4월 초에 이미 러시아에 점령돼 우크라 기뢰 문제는 해결되었다고 할 수 있다.

두 항은 모두 흑해가 아닌 흑해 북동부 모퉁이의 수심이 얕은 아조우해에 속해 있다. 아조우해는 크름반도와 러시아 로스토프 사이의 케르치 해협을 통해 흑해로 내려간다. 문제는 우크라 곡물을 이 두 항구에서 선적해 수출하는 것이 합당치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러시아는 점령한 자포리자주와 돈바스 지방의 우크라 곡물을 이 항구로 싣고와서 수출한다면서 다른 나라에 팔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우크라는 러시아 국방부의 안전항로 발표 직후 "약탈"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라브로프 장관이 이날 제기한 기뢰 문제는 우크라 통제 하의 미콜라이우와 오데사 항을 겨냥한 것으로 우크라가 항구 앞의 기뢰만 제거하면 러시아 해군은 곡물 선적 선박의 안전한 흑해 항해를 보장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여기서 푸틴이 닷새 전 강조한 "교역항로나 기뢰제거 상황을 이용해서 해상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말에 초점이 모아진다. 이 말을 우크라가 그대로 믿고 기뢰 제거에 나설 것이냐가 관건이 되었다.

공은 이제 우크라 쪽으로 넘어갔다. 라브로프는 우크라의 정곡을 찌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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